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은 대학교 다닐 때였는지 그 전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한 번은 확실히 읽었는데 세월이 오래 지나서 그런지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 당시 느낌만은 여전히 남아있는데 500년 전의 인물이 그렇게 도전적이면서 재미난 글을 썼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었다.
현대지성에서 출판한 <우신예찬>을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그때 그 느낌이 더욱 깊어졌다. 한 마디로 에라스무스라는 인물이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그때는 그냥 그렇게 지나갔는데 성직자였던 그가 풍자라는 형식으로 당시의 교회, 교황 등 성직자들을 조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에라스무스와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가 친분 관계가 있어 에라스무스가 토마스 모어의 별장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서문은 토마스 모어에게 보내는 글로 시작한다.
우신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1장에서부터 68장의 결어에 이르는 짧으면서 강렬한 이야기들과 루뱅 대학교총장인 마르턴 판 도르프에게 보낸 편지, 박문재님의 해제가 실려있다. 본문 68장은 짧은 에세이 같은 느낌이라 각 장별로 따로 읽어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고 해제를 읽으면 에라스무스의 삶과 그 시대를 지배했던 시대적 사상, 우신예찬에 관한 개략적인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어리석은 이들이 존재한다. 어쩌면 우신이 말하듯이 어리석은 현자들이 넘처 나는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들에게 에라스무스가 들려주는 우신예찬은 어떻게 다가갈까? 정말 궁금하다. 그들의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