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퓌 리바넬리.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 이름에 눈길이 간 건 오르한 파묵 이후 노벨 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터키(이제는 튀르키예라고 해야 하지만) 작가라는 책 띠지에 적힌 한 줄의 글귀 때문이었다. 접하기 힘든 나라의 작가라는 점도 흥미를 끌었고 노벨상에 근접하다는 표현에도 궁금증이 강하게 일었다. 어떤 작가이기에, 어떤 작품을 썼기에 그런 평가를 받는지 직접 읽고 싶어졌다.
쥴퓌 리바넬리는 사상범으로 군 형무소에서 복역, 11년간 망명 생활, 하버드와 프린스턴에서 교수로 활동, 파리 유네스코 명예 대사, 터키 국회와 유럽 의회에서 의원으로 활동했다. 간략한 이력이지만 그가 걸어온 길이 결코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주기에 작품에 담긴 그의 생각도 상당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나라의 작가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기에 결국 이야기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책장을 열었다.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아님 생각과는 다른 전개라고 해야 할까? 마지막 섬에 살던 나라는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한 소설은 너무 유토피아적인 배경으로 시작해 조금은 낯설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런 이상적인 세상과는 다른, 너무나 현실적인 사람들의 모습이라 바로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나 평화로운 낙원 같은 곳에, 전직 대통령, 그것도 독재자로 사람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는 이가 들어왔을 때 보인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과 너무 달랐다. 나 같으면 그런 사람이 들어온단 것 자체를 반대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마 소설가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들은 점점 변해간다. 변해가는 건지 원래 그런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소설가가 소설 첫머리에 던진 한 마디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잊지마, 자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걸! 제일 중요한 게 그거야.
지금 우리 사회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시 한 번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