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은 노래한다
엘리 라킨 지음, 김현수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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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때의 나는 어땠을까? 그저 학교에 다니며 친구들과 낄낄거리는 나날들을 보내던 철없는 아이, 아니면 대학이라는 살면서 처음 만나는 인생 최고의 각축장 앞에서 그저 하루하루를 공부하는 데에만 쏟았던 그런 아이, 그도 아니면 삶보다 죽음에 더 관심이 많았던 어딘가 조금은 남달랐던 아이. 아마 그런 모든 면들이 다 있었을 거다. 그렇게 모든 것들을 감당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을 거다. 그런게 가능했던 이유는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일 테고.

에이프릴은 어땠을까? 어린 시절을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린 엄마.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 자신을 돌볼 여유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아빠. 결국은 아빠를 떠나 홀로 생활하는 에이프릴의 모습은 어른으로서, 또래의 딸아이를 둔 아빠로서 정말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달리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사람에게 받은 상처와 고통은 사람으로 치료한다는 말처럼 에이프릴에게는 부모를 대신할 사랑하는 가족들이 생겼다는 점이다. 살면서 사람한테 한 번도 치인 적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에게 치여 죽음마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처는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 상처를 감싸 안아주고, 아물게 할 또 다른 사람(사랑)을 만나는 수밖에는.

물론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좋은 건 아니고 그렇게 좋은 사람들과 평생의 연을 이어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지 못한다면 어떻게 이렇게 힘든 세상을 견뎌낼 수 있을까? 오직 사람이 답이 아닌가 싶다(에이프릴에게 음악이라는 또 다른 치유제가 있는 것처럼 각자에게 또 다른 치료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서로에게 기댈 수 있어야 한다는 그 말. 한자로 사람 인(人)자의 의미이기도 한 그 말을 다시 새겨본다. 사람은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이 가족이든, 친구이든, 연인이든, 부부이든 간에. 또한 평생을 지지고 볶고 싸우면 살아가야 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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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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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늘 밝고 쾌활한 사람조차도 자신만의 공간에 홀로 떨어졌을 때에는 외로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그 외로움의 이유는 서로 다르다고 할지언정 말이다.

외롭다는 감정을 다른 사람들은 언제, 어떨 때, 어떻게 느낄까? 다른 이의 외로움을 살짝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인 <ALONE>을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작가들이 아니기에 조금은 다른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그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이기에 그렇게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22명의 다양한 작가들의 경험에는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일 정도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하루 종일 곱씹고 또 곱씹어볼 정도 공감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외로움은 그저 다른 사람의 감정만은 아니기에 그랬던 건지 나 역시 같은 경험을 했던 기억이 생각나서인지 그저 책을 읽던 그 순간이 너무나 외로워서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라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여전히 우리 주위를 맴도는 코로나19로 남편을 떠나보낸 이의 이야기는 모두가 함께 경험했던 아픔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기나긴 세월동안 아파했던 고통과 외로움을 극명하게 경험하는, 그러면서 그 고통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경험이기도 했음을 알려준다.

다양한 외로움은 다양한 결과로 이어진다. 결코 치유되지 않는 아픔이기도 하고, 때로는 모든 걸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오늘 외롭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그 외로움은 어떤 모습을 남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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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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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가 어떤 인물인지 전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성경에 나오는 고레스왕이 키레스라고 한다. 고레스왕은 바빌론으로 끌려온 유대인들을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내 성전을 건축하게 한 인물이다. 성경을 읽으면서 늘 궁금했던 인물 중 하나였는데 그가 키루스 왕으로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크세노폰이 그의 저서 <키루스의 교육>에서 진정한 리더로 선정한 인물이다.

크세노폰에 대해서는 예전에 다른 책을 읽다 플라톤과 함께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유명한 인물이라는 걸 알고 그의 책을 찾아봤는데 그의 대표작인 <키루스의 교육>이었다. 이번에 기회가 생겨 현대지성에서 나온 책을 읽었다.

성경에 나온 고레스 왕의 모습을 보면 분명 그는 다른 여타의 왕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물론 그의 마음을 움직이신 분은 하나님이시기에 가능했던 일이겠지만 다른 민족을 관용으로 대하는 그의 모습은 분명 남다른 면이 있는데, 그것은 그의 리더십이 억압이 아니라 포용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점이다.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모습을 통해 그가 생각하는 훌륭한 리더, 즉, 공정하게 정의를 실현하고,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을 지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절제하는 삶을 살며 거대한 제국을 운영하는 리더를 그려낸다.

요즘처럼 진정한 리더가 그리운 적이 없다. 자신이 어떤 무게감을 가져야하는지를 알지 못한 채 훌륭한 리더인척 하는 수많은 어리석은 소인배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지난 2400년 동안 수많은 참 리더를 이끌어낸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이 그 역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이 곳,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평범한 모든 이들을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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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의 시작
호세 라울 카파블랑카 지음, 유정훈 옮김 / 필요한책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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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장기와 바둑 실력이 거의 프로급이셨는데도 이상하게 장기와 바둑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 자리에 앉아서 몇 시간씩 끙끙 머리를 싸매며 하는 모습이 놀이라기보다는 노동처럼 보이기도 했고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노는 걸 더 좋아하는 성격이라 더욱 그랬다. 그러다 사회에 나오고 우연히 알게 된 체스는 바둑이나 장기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세월이 지나 생각해보면 체스를 좋아하는 그 사람을 좋아해서 그랬던 건 아니었나 싶지만.

체스를 배워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주변에 체스를 두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혼자서 이리저리 자료도 찾고 책도 찾아보고 했지만 바둑이나 장기처럼 어느 순간 흥미가 훅 사라져 더 이상 체스는 삶의 끝자락 한 곳도 잡지 못한 채 그렇게 사라졌다.

그러다 딸아이가 체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함께 체스를 두려고 하는데 아는 게 없으니 아이한테 설명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렇게 다시 체스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중에 보게 된 책이 호세 라울 카파블랑카의 <체스의 시작>이다.

체스의 시작이라는 제목에 아이도 나도 시작하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에 선뜻 집어 들었는데 초등학생인 아이에게는 조금 어려워 보여 내가 읽고 가르치기로 했다.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 첫 파트에서는 체스를 1도 모르는 입문자에게 필요한 내용을 설명한다. 여기까지는 쉽게 따라갈 수 있었는데 그 후부터는 솔직히 어렵다. 체스 천재라는 저자의 전술, 전략을 싣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고 다른 모든 일처럼 기본 규칙 정도는 누구나 쉽게 배우지만 이를 응용하는 게 쉽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책을 보면서 공부하는 중인데 아직 체스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말하는 것조차 상당히 버겁다. 그래도 체스의 재미가 무엇인지는 조금씩 느끼는 중이라 남은 인생의 한 자락에 체스가 들어앉는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아이와 함께 계속하고 싶은데 아이는 이미 마음이 떠났나보다. 그냥 아빠 열심히 하라고 응원하겠다고 말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도 나는 이번에는 끝까지 가보련다. 체스의 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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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3-05-30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스의 수싸움은 화려하고 번득이며,
순식간에 상대방의 뒷통수틀 두들겨 주거나 얻어맞는 강렬한 느낌,
순간, 불꽃이 튀어오르는 검투의 장면을 연상케합니다.

그 매력에 빠져 한때 영국의 체스사이트에 들락거렸죠.
국내에는 마땅한 상대가 많지 않아 물을 건너 상대를 찾아야하니,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저의 체스에 대한 애정이 예전과는 다르네요ㅠ

뜻 밖에도 체스에 대한 글을 발견하고는
버선발로 달려와 댓글 남기도 떠납니다.
반가웠습니다!!
 
우리, 예배합시다 - 예배 리듬으로 그리스도인 세우기
최기훈 지음 / 샘솟는기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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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는 가장 은혜롭고,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이지만 막상 예배를 드리는 내 모습을 보면 정말 영과 진리로 제대로 예배를 드리는지 스스로 혼란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 그저 습관처럼 예배 시간에 맞춰 자리에 앉아 흘려보내는 순간이 너무나 많다. 그런 예배를 하나님이 기쁘게 받아주실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예배는 어떻게 드려야 하는 걸까? 모태신앙으로 평생 동안 예배를 드렸지만 예배에 대해 깊이 고민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예배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예배의 의미와 올바른 예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두 권의 예배 관련 책 중 하나는 정기원 목사님의 <하나님은 왜 우리 예배를 아니라고 하실까>였고, 또 다른 한 권은 최기훈 목사님의 <우리, 예배합시다>였다. 여기에서는 최기훈 목사님의 책에 실린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최기훈 목사님의 책은 모두 다섯 파트로, 각각의 파트는 예배, 잘 알고 있나?, 예배에 리듬이 있다, 왜 교회가 예배 공동체인가?, 이런 예배가 되게 하소서, 예배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 라는 소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파트마다 예배의 본질과 관련해 그리스도인들이 명심해야 할 내용들로 가득하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흘려보냈던 내용들도 적지 않았고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내용도 꽤 많았다. 모든 파트가 다 좋았지만 네 번째 파트에서 다룬 ‘이런 예배가 되게 하소서’는 교회 안에서의 예배만이 아니라 삶으로 이어지는 예배의 본질을 보여주면서 오늘날 우리가 잊고 있던 예배의 참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지난 주일에 아이들과 예배를 마치고 반모임을 하면서 예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학교 2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다양한 학년의 아이들로 이루어져서 그런지 예배에 관한 생각들도 꽤 달랐지만 참된 예배를 소망하는 마음만큼은 학년에 관계없이 모두가 뜨거웠다. 그런 아이들에게 책에서 읽고 깨달은 내용을 전해주고 싶었지만 아직 내 모습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조금 뒤로 미루었다.

예배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영원토록 이를 즐거워하는 성도들의 모임이고, 시간이고, 태도이다.



첫 번째 파트, 첫 번째 내용에 담긴 이 한 문장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시간이 교회 건물 안에 한정되지 않고, 교회 공동체 속으로, 또한 우리의 삶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우리 모두 하나님을 예배하는 참된 예배자가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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