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 유성룡이 보고 겪은 참혹한 임진왜란
김기택 옮김, 임홍빈 해설, 이부록 그림, 유성룡 원작 / 알마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송복 교수님의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라는 책을 읽은 이후로 서애 류성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특히 그가 쓴 <징비록>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임진왜란 당시 서애 유성룡은 영의정이자 도체찰사라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그는 이순신 장군, 권율 장군처럼 전쟁터에서 몸을 바쳐 싸우지는 않았지만 전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물자 공급, 명나라와의 외교 전략 등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수많은 기여를 한다. 임진왜란의 숨겨진 영웅인 유성룡은 7년 동안 백성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전쟁이 끝난 후 이런 치욕의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징비록을 기록한다. 유성룡은 징비록을 쓴 이유를 시경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경에 지난 일의 잘못을 주의하여 뒷날에 어려움이 없도록 조심한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징비록>을 쓴 이유다. (p.13)

 

징비록을 읽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이 있다. 분노다. 백성을 버리고 전쟁터에서 그 누구보다 먼저 도망치는 관리와 장수들. 나라의 존위와 백성의 안전보다 왕이라는 자신의 직책을 더 중히 여기는 듯한 선조. 애초에 당리당략에 따라 현실과는 다른 보고를 올리는 김성일의 근시안적인 태도.

    

이들의 무책임에 정작 고통을 겪는 이들은 힘없는 백성들이었다. 이는 임진왜란 때만의 일이 아니다. 그 후의 병자호란, 일제 강점기 등으로 이어져 나라의 근간인 백성들이 뿌리 채 흔들리는 국난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훗날을 대비하라며 징비록을 쓴 유성룡의 마음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의 뒤를 이은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임진왜란의 고통을, 수치를, 분노를 잊어버린 걸까?

    

유성룡의 피맺힌 절규는 지금도 이어진다. 그렇지만 지금 이 땅에 그의 절규를 제대로 듣고 준비하는 위정자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빠레, 살라맛 뽀
한지수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빠레, 살라맛 뽀(친구, 고맙네), 낯선 언어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뜻이 참 좋다. 친구, 고맙네. 친구라는 단어도, 고맙다는 단어도. 그런데 책 내용은 제목과는 영 딴판이다. 노인을 납치해 살해하는 어설픈 사기꾼들의 이야기.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제목과 내용은 어떻게 된 일일까?

 

천사들의 도시 앤젤레스 시티에서 후배를 대신해 중고차 매매점을 관리하는 제임스 박. 그는 중고차 매장을 관리할 뿐 아니라 영사관의 자잘한 업무들도 대신해 처리해주는 인물이다. 문득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라는 영화 속 주인공 홍반장이 떠올랐다. 하지만 제임스 박은 홍반장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알고 보면 제임스 박은 한인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한 마디로 사기꾼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자신의 시아버지를 죽여 달라는 청부 살인을 맡게 된다. 제임스 박은 그 옛날 한국에서 살 때 자신에게 사기를 친 대니와 함께 노인을 납치 살해하고자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막상 납치한 노인은 화려한 언변으로 제임스 박과 대니를 주눅 들게 한다. 이들은 몇 차례에 걸쳐 노인을 죽이려고 하지만 모두 미수에 그치는데...

 

제임스 박과 대니는 참 어설프다. 이들은 살인자가 아니라 사기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태생적으로 악하지 않은 인물들이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자 범법 행위를 하지만 노인을 대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저 순박하기만 하다. 또한 작가의 말처럼 이들은 위악을 떨지언정 위선하지 않는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제임스 박을 대하는 마음에 너그러움이 묻어난다. 그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그들에게 처벌이 아니라 오히려 따뜻한 온정을 쏟아 붓고 싶어진다.

 

제임스 박, 대니의 숨겨진 마음이 소설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나면 왠지 모를 훈훈함에 빠져든다. 어쩌면 제임스 박이나 대니와 같은 삶을 사는 이가 바로 우리 자신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삶의 힘든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따뜻함은 사라지지 않은,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걸작의 탄생 - 2014 제5회 김만중문학상 금상 수상작
조완선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홍길동전>의 작가 교산 허균, <양반전><허생전>의 작가 연암 박지원. 이 둘은 어떤 관계일까? 시대적으로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은 아니고, 삶이나 환경이 비슷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둘을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걸작의 탄생>에서는 허균과 연암을 서로 연결 짓는다. 이 둘을 잇는 공통점은 다름 아닌 홍길동이다. 홍길동은 허균의 소설 속에서만 살았던 가공의 인물이 아니다. 조선 연산군 때 활동한 실존 인물이다. 이런 홍길동의 마지막 행보에 관심을 가진 허균은 홍길동이 체포되어 참수되었다는 공문을 접하지만 이내 이상한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알아차리고 그의 행적을 뒤쫓기 시작한다.

 

한편 연암 박지원은 허균이 남긴 기행문 형태의 서책이 있다는 책쾌 조열의 말에 기대감을 갖고 그가 부안에서 책을 가져오기를 기다리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오지 않자 그를 찾아 나섰다가 조열이 부안에서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조열이 살해당한 이유가 허균의 책 때문이라고 생각한 연암은 허균의 책을 직접 보았다는 책쾌 박후생을 찾아 조열의 친구인 마종삼과 함께 부안으로 내려간다.

 

소설은 홍길동의 마지막 행보를 찾는 허균의 발자취와 허균이 홍길동을 찾아다닌 자신의 행적을 남겼다는 서책을 뒤쫓는 연암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들려준다. 허균과 연암의 이야기가 병행되는 모습이 마치 두 편의 드라마를 동시에 올려놓고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홍길동을 추모하는 무리와 이들을 잡으려는 관리들 사이에서 매 순간 위험에 처하는 허균, 조열의 살해 사건 이후 계속 이어지는 또 다른 살인 사건들 속에서 신변의 위험을 느끼는 연암. 소설에는 두 편의 추리 스릴러물을 번갈아 보여주는 듯한 긴박함이 넘쳐난다(추후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해도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다).

 

홍길동을 쫓는 과정에서 허균이 가진 생각이, 허균의 책을 쫓는 과정에서 연암의 생각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는 홍길동이 바라는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평 자 문양에 담긴 생각, 이는 허균, 연암의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생각이다.

 

평 자는 바로 대해를 가리키니 만백성이 하나이며, 타고날 때부터 차별 없는 세상을 이르는 것이니라. 모든 무리가 똑같음을 평등이라 하고, 근심 걱정 없는 마음을 평상과 화평이라 함과 같은 이치니라.” (p.231)

 

홍길동이 바라던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고자 한 홍길동과 그 후손들의 모습이 <홍길동전>이라는 걸작으로 탄생하였고, 허균이 이어받은 그 사상이 연암의 <허생전>으로 다시 이어진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그들이 꿈꾸던 세상은 아직은 소원하기만 한 데, 홍길동허균-연암으로 이어지는 사상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 걸까? 이들의 세상이 오늘, 또 다른 걸작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보르자크,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14
닐 웬본 지음, 이석호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당연히 안다. 하지만 딱 이름만 안다. 중학교 다닐 때인지 고등학교 다닐 때인지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여하튼 그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를 들은 후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다시 들은 적이 없다. 그러니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를 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모른다고 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하게 어렸을 때는 클래식이 지루하고 졸리고 귀에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 음악 장르였다. 20-30대 때는 남들처럼 록이나 가요 등을 들었다. 그러다 직업상 클래식 음악을 현장에서 직접 들을 기회가 점점 늘어나면서 클래식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따로 음반을 구입해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 이번에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14 <드보르자크, 그 삶과 음악>을 만나면서 클래식 음악에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되었다. 사실 이런 시리즈가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이번에 이 책을 보고 너무나 좋아 다른 음악가들도 구입해서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가난한 체코의 푸줏간집 아들인 드로브자크가 유럽을 대표하는 음악가가 되는 과정, 멘토와 제자처럼 시작된 브람스와의 깊은 우정 관계, 미국 국립 음악원장 취임하면서 개인적으로, 또한 미국 음악계적 차원에서 새로운 세계를 어떻게 열어갔는지를 들려준다. 드보르자크의 삶과 음악을 그저 글로만 읽었다면 그 감동이나 느낌이 그저 형식적인 선에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과 음악을 담은 2장의 CD가 첨부되어 있어서 그의 삶과 음악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드보르자크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보면서 마치 함께 삶을 살아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마치 친한 친구 집에 가서 그 친구의 사진을 보면 이러저러한 상상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그런 느낌말이다.

 

여전히 클래식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관계는 아니다. 한 발짝 다가간 느낌.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다른 13명의 음악가들은 또 어떤 느낌을 줄지. 너무나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왕인가? - Radical Faith 믿음으로 반응하라
김병삼 지음 / 두란노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왕은 무소불위의 권력자이다. 그가 말하는 대로, 그가 원하는 대로, 그가 계획한 대로, 그의 뜻대로 모든 대신들과 백성들이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신들은 대신들대로, 백성들은 백성들대로 자신들의 뜻에 따라 행동하고 살아간다면 이는 결코 왕의 권위에 복종하는 모습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가? ‘왕이신 나의 하나님 내가 주를 높이고 영원히 주의 이름을 송축하리이다라고 찬송하지만 우리의 삶 가운데 하나님이 정말로 나의 주인 되심을, 또한 그의 영광을 드러내고 있는가? 아니면 왕은 왕대로 사세요, 나는 나대로 나만의 왕국에서 살렵니다라며 입술의 고백과는 달리 내 멋대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김병삼 목사님은 12명의 이스라엘 왕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과연 어떠한 삶이 우리 삶에서 하나님이 왕으로 섬김을 받는 삶인지를 보여준다. 12명의 이스라엘 왕들 중에는 한 때 하나님을 온전히 왕으로 섬기며 살다 결국에는 자신의 뜻을 내세운 이들도 있고, 이 땅에서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며 살아간 왕들도 있다.

 

저자의 설명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삶을 통해 영광 받기를 원하신다.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한 가지는 우리가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이다. 다윗의 모습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믿음의 삶, 즉 하나님의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늘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했다.

 

저자는 다윗이 믿음에 걸맞은 실력도 겸비한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사실 이 부분은 조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보면 하나님께 온전히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 자신의 능력에 의존하는 자의 모습으로 설명되는 듯한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하나님의 계획에 맞게 자신을 준비해야 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그저 하나님이 모든 것을 주실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는 자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니다. 하나님의 계획이 우리의 삶에서 펼쳐지도록 준비된 자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믿음은 우리 삶에 행하시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 하나님의 말씀을 끝까지 경청하고 그 뜻에 순종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왕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하나님을 진정한 나의 왕으로 고백하며 그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 진정한 믿음의 삶을 살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