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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레, 살라맛 뽀
한지수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1월
평점 :
빠레, 살라맛 뽀(친구, 고맙네), 낯선 언어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뜻이 참 좋다. 친구, 고맙네. 친구라는 단어도, 고맙다는 단어도. 그런데 책 내용은 제목과는 영 딴판이다. 노인을 납치해 살해하는 어설픈 사기꾼들의 이야기.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제목과 내용은 어떻게 된 일일까?
천사들의 도시 앤젤레스 시티에서 후배를 대신해 중고차 매매점을 관리하는 제임스 박. 그는 중고차 매장을 관리할 뿐 아니라 영사관의 자잘한 업무들도 대신해 처리해주는 인물이다. 문득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라는 영화 속 주인공 홍반장이 떠올랐다. 하지만 제임스 박은 홍반장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알고 보면 제임스 박은 한인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한 마디로 사기꾼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자신의 시아버지를 죽여 달라는 청부 살인을 맡게 된다. 제임스 박은 그 옛날 한국에서 살 때 자신에게 사기를 친 대니와 함께 노인을 납치 살해하고자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막상 납치한 노인은 화려한 언변으로 제임스 박과 대니를 주눅 들게 한다. 이들은 몇 차례에 걸쳐 노인을 죽이려고 하지만 모두 미수에 그치는데...
제임스 박과 대니는 참 어설프다. 이들은 살인자가 아니라 사기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태생적으로 악하지 않은 인물들이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자 범법 행위를 하지만 노인을 대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저 순박하기만 하다. 또한 작가의 말처럼 이들은 위악을 떨지언정 위선하지 않는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제임스 박을 대하는 마음에 너그러움이 묻어난다. 그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그들에게 처벌이 아니라 오히려 따뜻한 온정을 쏟아 붓고 싶어진다.
제임스 박, 대니의 숨겨진 마음이 소설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나면 왠지 모를 훈훈함에 빠져든다. 어쩌면 제임스 박이나 대니와 같은 삶을 사는 이가 바로 우리 자신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삶의 힘든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따뜻함은 사라지지 않은,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