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이룸북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한 때 학생들을 가르치는 영어강사로 일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아이들에게 늘 하던 말이 있었다. “공부는 누가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는 거다.” 아무리 가르쳐도 스스로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해서일까? 요즘 학원에서는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이끌어간다고 한다.

 

저자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차이를 두어 설명하지만 사실 요즘 아이들 중에는 학습을 넘어서 독학의 단계로 들어선 아이들도 있다. 말 그대로 단순히 모방의 차원 혹은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깊은 사색과 고민이 동반된 독학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는 저자의 말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많아졌고 그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는 아이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호기심에서 스스로 찾아보고 깊이 있게 공부한 내용들은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반면에 시험을 위해 억지로 외운 내용들이 시험이 끝나자마자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놀라운(?)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독학을 위한 기본자세는 모든 사물, 현상,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다. 어린 아이들처럼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저자는 어려운 서적이라고 미리부터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저자의 말처럼 책이 조금만 어려워도 쉽게 포기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완독해야 한다는 부담을 떨치고, 부분 부분을 읽어 나간다면 심적인 부담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책 전체를 모두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밟게 되지 않을까?

 

내 생각에 독학에 필요한 또 하나는 슬로 리딩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다보면 읽는 것 자체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혹은 그저 줄거리만 빠르게 쫓아가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그러다보면 정작 저자가 말하는 바를 놓치게 되거나 글의 내용을 상상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때로는 천천히 읽어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그 또한 독학의 길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너리티 리포트
황숙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숙진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제목을 보면서 먼저 떠오르는 건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였다. 어떤 면에서 이 책이 전하는 내용은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나 이 책 모두 제목 그대로 마이너리티, 즉 소수에 속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어떤 면에서 보면 소설이 아니라 기록이다. 소수에 속하는,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삶의 단편들을 보여주는 하나의 기록물이다.

 

나는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다보니 대학 친구들 중에는 외국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고, 그 중에는 이민을 가서 정착한 친구들도 적지 않다. 이민 간 나라들도 각양각색이다. 독일, 캐나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등. 이민 간 나라는 다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외국에 나가서 살다보면 가장 무서운 사람도 동포(친구라는 표현을 쓴 이들도 적이 않았다)이고, 가장 고마운 사람도 동포란다. <내가 달리기 시작한 이유>에서 나온 아버지의 모습을 바로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하던 친구가 기억난다. 캐나다로 이민 간 친구인데 한국에서는 모 일간지 기자였다. 엘리트 중에 엘리트라고 하는 이 친구가 사기를 당한 건 동포라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정착을 도와주는 척하던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 사람들한테 속은 게 억울해서, 머나먼 타향에서 이제는 아무도 의지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친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인회에서 가끔가다 인사하는 정도 하는 사이였는데, 그 분이 직장도 소개하고, 정착할 때까지 옆에서 세심하게 보살펴주어 자신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일이 <거칠어진 손>의 주인공이 하던 육체노동이었다. 친구는 육체노동을 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깨어졌다고 한다. 마치 <거칠어진 손>의 주인공이 그러했던 것처럼.

 

저자는 9편의 단편을 통해서 이민자들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아이의 시선에서, 때로는 또 다른 국적을 가진 이민자의 시선에서, 때로는 패배자의 시선에서. 혹은 어쩌면 저자 자신의 시선에서. 그러기에 이 책은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제목처럼 리포트이기도 하다. 또한 이민자들의, 소수에 속하는 이들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소설이 아닌 하나의 기록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엮음 / 채륜서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동양이나 서양,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들의 선조들이 근대 신문명을 만나게 된 개화기에서 일제 강점기까지의 삶도 그렇다. 아마 사람들의 마음속에 담긴 욕망이나 바람이 시대나 인종에 관계없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인 것 같다.

 

개화기에서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삶이 담긴 <조선의 풍경, 근대를 만나다>를 보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 드러난다. 특히 여성들의 미를 향한 욕망은 시대와 상관없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본성이 아닐까 싶다. 물론 시대적 상황이 지금과는 다르기 때문에 여자들의 치장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특히 여공들의 치장에 대한 기사는 탄식조로 시대 상황을 읊조린다. 하지만 이런 비난이나 탄식이 여공에 한정된 상황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는 두산그룹 창업자 박두병의 어머니 정정숙이 박가분이라는 화장품을 만들어 팔았는데, 이 박가분이 두산이 대기업이 되는 발판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박가분은 하루에 약 5만 갑이 팔렸다는데 이는 그 당시 여성들 100명 중 1명이 사용했다는 의미이다. 박가분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던 것 같다.

 

식민지의 암울한 상황에서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어린이날을 제정하고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어른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소년운동의 주도권을 놓고 이권 다툼을 벌이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두 단체의 이념이 달라 어린이날이 두 개로 나누어진다. 이런 모습은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도 자주 접하는 것이라 더욱 안타까웠다.

 

이 시기에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또 다시 엿볼 수 있었던 미두이다. 오늘날로 따지자면 일종의 주식거래라고 할 수 있는 미두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이를 보면 일확천금에 대한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욕망은 가산을 날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자들, 합백꾼, 하바꾼과 같은 장외 투기꾼들의 사행성 도박처럼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지금도 종종 신문에서 보는 우리네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 사는 모습을 후손들이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지금 내가 생각하듯이 삶이란 어느 시대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그래도 이 시기를 살았던 이들은 무언가 달랐다고 생각할까? 후손의 생각은 아마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당신은 우리들의 후손에게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교 없음 - 종교를 갖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제임스 에머리 화이트 지음, 김일우 옮김 / 베가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중고등부 시절 교회를 함께 다녔던 동기들 중에 현재까지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어느 순간 교회를 떠난 동기들은 더 이상 교회에 다니지 않을 뿐 아니라 다시 종교를 가질 생각도 없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종교는 기독교이든, 불교이든, 이슬람교이든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 중 한 명이랑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있었다. 이 친구는 한 때 교회에서뿐 아니라 기독교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할 정도로 종교에 심취했었지만 지금은 신앙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에 너무나 실망했기 때문이란다. 사람을 보지 말고 예수님을 보라고 했더니 이제는 별다른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 하면서 결국은 자신이 착하게 잘 사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이 친구가 유별난 것이 아니다. 내 주변에 있는 많은 이들이 그렇다.

 

저자의 말처럼, 이제는 종교가 없다고 말하는, 종교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국의 상황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조금씩 번져가는 것 같다. 이런 시기에 과연 우리는 어떻게 이들을 교회로, 신앙생활로 이끌어야 할까?

 

사람들이 점차 종교 자체에서 멀어지는 상황을 분석하고 앞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 책이 바로 제임스 에머리 화이트의 <종교없음>이다. 저자는 메클러버그 교회를 창립하여 교회 성장의 70% 이상을 불신자 전도로 이끌어내었다. 그렇기에 불신자들을 교회로 이끌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실제적인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제시한다.

 

저자는 먼저 교회에서 멀어진 이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종교가 없다고 말하는 자들은 영적인 면에서 예전의 불신자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렇기에 이들에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단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회가 변해야 한다. 교회가 행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는 은혜와 진리로 참된 종교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은혜와 진리가 함께 할 때 이 세상이 간절히 듣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기게 된다.

 

한국 교회가 위기에 빠졌다고 말하지만 이는 또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임에도 분명하다. 수평 이동에 의한 성장이나 생물학적 성장이 아닌 개종에 의한 성장을 위해 우리가, 교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기도하며 깊이 생각해야 할 시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복음 전하는 자의 아름다운 발 - 발바닥 파열에도 멈출 수 없었던 29년의 전도 이야기
전영순 지음 / 아이웰콘텐츠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고 크나큰 도전을 받았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발이 파열된 상태에서도 전도하러, 간증하러 다닌 저자의 모습에 나의 유익만 생각하던, 나의 가족만 생각하던, 내 주변만 생각하던, 내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모태신앙이다. 모태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여러 유형 중에는 저자가 말하듯이 나는 크게 죄 짓지 않고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4대에 걸쳐 믿는 집안이다 보니 신앙에서 멀어지지 않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렇게 뜨겁게 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나도 죄인이긴 하지만 그렇게 심각한 죄를, 혹은 많은 죄를 짓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깨진 것이 2014년이었다. 내가 죄인임을, 수많은 죄 속에서 살았음을, 나의 능력으로는 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저자와 같이 행동하지 못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치지 못했다. 저자의 삶은 온전히 주님께 받쳐진 삶이었다. 시간이면 시간, 돈이면 돈, 능력이면 능력을, 주님께서 가라는 대로 가는 삶을 살면서 온전히 모두 바쳤다.

 

성경을 가르치고,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돌보고, 맹인들을 섬기고, 많은 선교사들을 보살피던 저자의 삶, 주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는 삶. 그녀의 삶은 모든 믿는 자들이 본받아야 할 삶이다. 보수적인 교단에서 성장한 관계로 주님을 말씀을 직접 듣는 듯한 모습이 조금은 낯설었지만 기도와 말씀으로 늘 깨어있어서 주님과 늘 교제하는 삶이기에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참된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무엇인지, 복음 전파의 사명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지금 주님께서 내게도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28:19-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