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황숙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숙진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제목을 보면서 먼저 떠오르는 건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였다. 어떤 면에서 이 책이 전하는 내용은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나 이 책 모두 제목 그대로 마이너리티, 즉 소수에 속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어떤 면에서 보면 소설이 아니라 기록이다. 소수에 속하는,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삶의 단편들을 보여주는 하나의 기록물이다.

 

나는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다보니 대학 친구들 중에는 외국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고, 그 중에는 이민을 가서 정착한 친구들도 적지 않다. 이민 간 나라들도 각양각색이다. 독일, 캐나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등. 이민 간 나라는 다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외국에 나가서 살다보면 가장 무서운 사람도 동포(친구라는 표현을 쓴 이들도 적이 않았다)이고, 가장 고마운 사람도 동포란다. <내가 달리기 시작한 이유>에서 나온 아버지의 모습을 바로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하던 친구가 기억난다. 캐나다로 이민 간 친구인데 한국에서는 모 일간지 기자였다. 엘리트 중에 엘리트라고 하는 이 친구가 사기를 당한 건 동포라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정착을 도와주는 척하던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 사람들한테 속은 게 억울해서, 머나먼 타향에서 이제는 아무도 의지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친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인회에서 가끔가다 인사하는 정도 하는 사이였는데, 그 분이 직장도 소개하고, 정착할 때까지 옆에서 세심하게 보살펴주어 자신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일이 <거칠어진 손>의 주인공이 하던 육체노동이었다. 친구는 육체노동을 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깨어졌다고 한다. 마치 <거칠어진 손>의 주인공이 그러했던 것처럼.

 

저자는 9편의 단편을 통해서 이민자들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아이의 시선에서, 때로는 또 다른 국적을 가진 이민자의 시선에서, 때로는 패배자의 시선에서. 혹은 어쩌면 저자 자신의 시선에서. 그러기에 이 책은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제목처럼 리포트이기도 하다. 또한 이민자들의, 소수에 속하는 이들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소설이 아닌 하나의 기록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