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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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면 참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팠던 마음에 위로를 받고, 힘들고 지친 육체와 영혼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주고, 싸늘한 바람이 맴도는 가슴에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시가 아닐까 싶다. 이런 시를 쓰는 시인들 중에서도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더욱 화사하고 따뜻함이 넘친다.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은 이해인 수녀님이 바라본 삶의 이러저러한 모습들을 담은 110편의 시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1999년도에 초판을 냈던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에 수록된 시들의 제목을 새롭게 정하고, 최근에 쓴 신작 35편을 재구성해 출간한 시집이다.

 

한 편, 한 편의 시가 던지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어떤 글은 너무나 아프게 다가오고, 어떤 글은 아픈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또 어떤 시는 나도 모르게 따스한 미소를 짓고 누군가를 바라보게 하고, 어떤 시는 잊었던 옛 추억이 떠올라 아련한 감상에 젖어들게도 한다.

 

2008년 암 수술 이후에 쓴 작품들인 걸까? 아픈 날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모은 시들에는 육체적 고통 속에서 새롭게 깨달은 수녀님의 겸손함과 연륜이 깊게 담겨있다. 특히, ‘병상 일기3’의 한 구절은 너무나 가슴 시리게 다가온다.

 

잘못한 것만 많이 생각나 마음까지 아프구나(p.148)

 

육체의 아픔 속에서 분노나 원망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삶을 돌아보고 마음의 아픔을 토로하는 시인의 모습은 순결함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나라면, 나라면, 절대 그렇게 얘기하지는 못할 텐데, 아니 절대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렇기에 시인은 마음이 남다른가 보다. 너무나 해맑은 모습의 천상병 시인처럼, 너무나 맑고 깨끗한 이해인 시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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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련
미셸 뷔시 지음, 최성웅 옮김 / 달콤한책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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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녀>를 읽으면서 참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한 미셸 뷔시의 작품을 다시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검은 수련>은 미셸 뷔시가 2011년에 출간한 작품으로 귀스타브 플로베르 대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쓴 작품으로,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지베르니 마을을 배경으로 일어난 살인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책을 읽고 나서 든 첫 번째 느낌. 입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왜 스포일러가 스포일러가 될 수밖에 없는지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이야기에 끝인가 싶었는데 또 다시 독자에게 충격을 주는 마지막 장면은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으면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을 정도이다. 아마 이런 느낌 때문에 영화나 소설에 대한 스포일러가 생기는가 보다.

 

두 번째 느낌. 눈에 보이는 것만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저자의 트릭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왠지 장자의 나비 이야기가 생각난다. 나비 꿈을 꾼 장자가 꿈을 깬 후, 자신이 진정한 장자 자신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자신이 된 것인지? 자신이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장자 자신이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를 물어보았던 것처럼 이 소설 속 이야기는 독자가 꿈을 꾸는 듯, 혹은 환상 속에서 헤매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세 번째 느낌. 미술에 대해 그다지 아는 바가 없는 나에게 이 책에서 말하는 인상주의 화가들, 물론 모네의 <수련>을 포함해 미술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 소설 속에서 주로 다루는 이야기는 모네이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화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인상주의 화가와 작품들을 이리 저리 검색하게 된 계기였다.

 

네 번째 느낌.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베르니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것. 물론 이 책 뿐 아니라 소설에 나온 장소에 대한 궁금증은 늘 가지게 되지만 이 도시는 다른 곳과는 달리 머릿속에서 그려진 풍경과 실제 지베르니의 모습의 모습을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크게 느껴져서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정말 솔직하게, 초반에는 기대했던 만큼 사건의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아 약간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서서히 독자를 몰아가는 이야기에 어느새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읽어나가다 마지막 순간에 이른 내 모습을 보았다. 흡입력 최고다. 처음에 말했듯이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은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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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지식 세계고전 - 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꾸다! 절대지식 시리즈
사사키 다케시 외 83명 지음, 윤철규 옮김 / 이다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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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수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사람을 대하는 지식, 돈을 버는 지식,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식, 법에 대한 지식 등 너무나 많은 지식들이 필요하다. 때로는 이런 지식들이 주변에 너무 많이 넘쳐흘러서, 또한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수많은 시간에 걸쳐 검증 받은 고전을 읽으라는 조언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어떤 책이 고전인지, 각각의 고전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섣불리 도전하기 쉽지 않은 것이 바로 고전이다.

 

고전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져가는 시대에 수많은 고전 중에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고전 94권을 엄선하여 요약한 책이 바로 <절대지식 세계고전>이다. 이 책에서는 94권의 고전을 선정하여 정치, 경제, 법 사상, 철학 사상, 여성론, 종교, 교육, 역사, 카운터 컬처 등 9개의 분야로 구분하였다.

 

94권의 책을 들여다보면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본 책들이지만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태반이다. 언뜻 보기에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이다. 만약 책에서 소개하는 모든 고전들을 원전으로 읽으라고 한다면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곧바로 포기하고 말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점에서 커다란 효용이 있다. 이 책에서는 94권의 고전이 쓰인 배경, 저자의 기본 사상, 고전의 개략적인 내용 등을 몇 페이지로 요약해서 설명하고 있다. 몇 페이지 분량의 요약본이라고 만만하게 보아서는 큰 코 다친다. 각 고전에 대한 설명에는 독자가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담겨있어 이 또한 쉽게 이해하고 넘길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 아니다.

 

옮긴이의 말처럼, 이 책은 고전으로 들어가는 첫 걸음이다. 어렵게 생각하고 부딪치면 바로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편하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고전부터 하나씩 읽어 나가면서 차츰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고전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또한 미래에도 각각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사고의 틀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고전은 우리가 인간을, 삶을,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이제 이 책을 읽고 고전이 주는 묘미에 빠져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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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꿈결 클래식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이병진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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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에서 도련님은 부르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양반 가문 출신의 하녀 기요가 부를 때에는 애정이 듬뿍 담긴 지체 높은 집안의 자녀를 가리키지만 아첨꾼이 부를 때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주인공을 비웃는 말일 뿐이다.

 

그런데 이 도련님이 세상 물정 모르는 인물인 것은 맞는 말이다. 학교에 교사로 부임한 뒤에도 천방지축 날뛰는 모습을 보면 앞 뒤 분간 못하는 철부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도련님이 밉지 않다. 아니, 오히려 요새 말로 하자면 볼매이다.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친다.

 

도련님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자신이 생각하기에 잘못된 행동을 하는 이에게 돌려말하지 않는다. 돌직구를 던져 모든 정면 돌파하고자 한다. 자신의 미래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저지르고 그만두면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에 대한 생각도 분명하다. , 때로는 그 생각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하지만. 도련님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나쁜 인물에게는 하늘을 대신해 가차 없는 벌을 내리기도 한다. 어떤 때는 정의의 심판을 내리는 영웅(?)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도련님이 왜 매력적인 걸까? 아마 우리 속에 담긴 마음이 꼭 도련님과 같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도련님과는 달리 우리는 불의를 보면 슬며시 자리를 피하거나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내 미래가 두려워 윗사람의 잘못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의 마음에 들고자 온갖 아부를 가리지 않는다. 빨간 셔츠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첨꾼처럼 말이다. 나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 그렇기에 매력적인 것은 아닐까?

 

꿈결 클래식에서 출간한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은 여러 면에서 좋은 점이 많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번역이다.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도련님>을 읽었을 때 번역이 눈에 거슬려 작품에 집중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보니 번역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 작품은 읽기에 아주 자연스러운 번역이었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책 후반부에 수록된 이병진 교수의 해제이었다. 길지 않은 해제를 통해 사소설의 개념에 대해, 소세키에 대해, <도련님>에 대해 조금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독자의 입장에서 일러스트와 해제, 주석 등으로 구성된 꿈결 클래식은 청소년부터 성인이 이르기까지 누구나 어렵지 않게 고전을 접할 수 있게 해준다. 꿈결 클래식을 통해 고전을 읽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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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언덕
박희섭 지음 / 다차원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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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는 지금과는 참 많이 달랐다. 한 때 인기 있었던 드라마의 제목처럼 한 지붕 세 가족은 그 당시 흔히 볼 수 있는 주거형태였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각 세대가 출입구를 따로 쓴 형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지붕 아래 세 가정 이상이 함께 모여 살았다. 한 집에서 서로 부대끼며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박희섭의 소설 <축제의 언덕>70-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사를 그린 작품이다.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보냈던 시기보다는 조금 앞선 시기의 이야기들이지만 그 속에 그려진 사람들의 모습에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묘지 이장 문제로 동생과 전화 통화를 한 문수, 이제는 그의 아버지가 살았던 날들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산 그. 소설은 70-80년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문수의 눈을 통해 그려낸다. 그 속에는 가난과 고통과 끝없이 이어지는 불운이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너무나 따뜻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그린 공동 화장실과는 조금 다르지만 70년대 서울에서도 한 지붕 아래 하나의 화장실만 있는 가정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아침마다 화장실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서로 다투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화장실이 급할 때는 그 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든지. 그 뿐 아니다. 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선 모습이나 밤새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그 좁은 골목을 뛰어다녔던 기억들도 소설 속 문수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때를 떠올렸을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어머니이다. 작가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썼지만 내게는 그 뒤에 묵묵히 가정을 돌보는 어머니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다. 아마 그 시대 많은 가정들이 문수네 가정과 비슷한 형편, 상황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들이 무능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어머니들이 강했다는 얘기이다.

 

여하튼 그런 아버지, 어머니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을 살았던 한 사람으로, 그 시절의 아픔과 기쁨을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그저 지나간 옛 이야기로 가볍게 여기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시절이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토대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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