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언덕
박희섭 지음 / 다차원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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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는 지금과는 참 많이 달랐다. 한 때 인기 있었던 드라마의 제목처럼 한 지붕 세 가족은 그 당시 흔히 볼 수 있는 주거형태였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각 세대가 출입구를 따로 쓴 형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지붕 아래 세 가정 이상이 함께 모여 살았다. 한 집에서 서로 부대끼며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박희섭의 소설 <축제의 언덕>70-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사를 그린 작품이다.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보냈던 시기보다는 조금 앞선 시기의 이야기들이지만 그 속에 그려진 사람들의 모습에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묘지 이장 문제로 동생과 전화 통화를 한 문수, 이제는 그의 아버지가 살았던 날들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산 그. 소설은 70-80년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문수의 눈을 통해 그려낸다. 그 속에는 가난과 고통과 끝없이 이어지는 불운이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너무나 따뜻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그린 공동 화장실과는 조금 다르지만 70년대 서울에서도 한 지붕 아래 하나의 화장실만 있는 가정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아침마다 화장실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서로 다투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화장실이 급할 때는 그 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든지. 그 뿐 아니다. 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선 모습이나 밤새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그 좁은 골목을 뛰어다녔던 기억들도 소설 속 문수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때를 떠올렸을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어머니이다. 작가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썼지만 내게는 그 뒤에 묵묵히 가정을 돌보는 어머니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다. 아마 그 시대 많은 가정들이 문수네 가정과 비슷한 형편, 상황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들이 무능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어머니들이 강했다는 얘기이다.

 

여하튼 그런 아버지, 어머니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을 살았던 한 사람으로, 그 시절의 아픔과 기쁨을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그저 지나간 옛 이야기로 가볍게 여기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시절이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토대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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