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화여행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김남수 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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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아주 어렸을 때를 돌아보니, 할머니나 어머니가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옛날 아주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은 동화책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신화 이야기들도 무척 많았던 것 같다. 이처럼 신화는 사람들의 입을 타고 내려오던 이야기였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화라고 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가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오게 되었다. 책뿐 아니라 한 때는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만화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 뿐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이윤기 작가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신화하면 오로지 그리스, 로마 신화만이 떠오르게 된 이유는.

 

<세계신화여행,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만 쏠려있던 신화 이야기의 폭을 전 세계로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중국, 인도, 페르시아, 터키 등 전 세계의 신화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20146월부터 10월까지 경기문화재단에서 실시한 아프로아시아 신화강좌를 지면으로 옮긴 것으로, 소설가, 신화학자, 세계지역문화연구소 연구원, 교수 등 다양한 직종의 강사들의 강의 12강이 실려 있다.

 

신화란 무엇일까? 신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신화는 그저 허무맹랑한 가상의 이야기일 뿐인가? 각 강의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신화에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과 역사와 바람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신화 바리데기를 살펴봐도 그렇다. 판본에 따라 다른 이야기의 형태로 존재하는 바리데기 신화에는 불교와 무속 신앙 간의 대립이 펼쳐지다 서서히 서로 융화되는 과정이 드러난다. 이처럼 신화에는 사람들의 삶이 녹아내려 있다.

 

신화에는 자연과의 관계나 인간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다. 중국의 소수 민족에게 전해지는 신화를 살펴보면 종족의 생존을 위해 열악한 환경을 보존하고 자연과 공존해야 하는 소수 민족의 삶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신화는 전 세계 민족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이다. 그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자료이다. 이런 신화는 과거의 이야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속에 담긴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수많은 화두를 던진다. 그렇기에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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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 때문에 아시아 문학선 12
류전윈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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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 작가의 소설은 거의 읽어보지 못했던 터라 류전윈이라는 작가의 이름도 무척 생소했다. 어떤 작가인지, 어떤 류의 소설을 쓰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중국에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작가로 주로 사실주의 작품들을 많은 쓴 인물이었다. 특히 일상의 삶에서 중국의 인민들이 겪은 갈등과 조직, 역사의 문제를 다루었다. 이번 작품 <말 한 마디 때문에>에서도 중국 농촌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어쩌면 중국 역사 밖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처음에 책을 펴서 읽기 시작하였을 때에는 몇 장 읽지도 못하고 책을 덮고 싶어졌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적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두부장수 라오양, 마차를 모는 라오마, 당나귀고기를 팔던 라오쿵, 후라탕을 판던 라오떠우, 우여곡절 끝에 머리 깎는 일을 하는 라이페이, 그의 부인 라오차이, 라오양의 아들인 양바이예, 양바이순, 양바이리 등등 비슷한 이름의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 있어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설은 여러 인물들을 내보이는 단편들이 떨어진 듯 이어진 구조를 가지면서 주인공 양바이순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두부장수 라오양의 둘째 아들인 양바이순이 겪은 삶의 역경은 그 이름이 변천사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양바이순이었던 이름은 신부 라오잔을 만나 이름을 양모세로 바꾸고, 다시 우샹샹의 데릴사위로 들어가면서 우모세로, 마지막 순간에는 어쩌면 양바이순의 삶이 바뀌게 된 계기인 함상하는 것을 좋아했던 식초장사 뤄창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소설의 제목처럼 살다보면 말 한 마디 때문에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때로는 내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기도 하고, 때로는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그만큼 말은 중요하다. 책의 첫 머리에서부터 말의 중요성, 어찌 보면 말의 힘에 대해 느끼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양바이순과 라오페이가 만나는 바로 그 장면이다.

 

자넨 이름이 뭔가? 왜 이런 데서 잠을 자는 거지?”(p.43)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이 한 마디가 양을 찾으러 나왔다 탈곡장 짚더미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려고 했던 양바이순에게 얼마나 따뜻하게 들렸을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이렇게 말에는 따뜻한 힘도 있지만 나쁜 의도로 던진 한 마디는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버릴 수도 있다.

 

한 가지 못내 마음에 걸리는 것은 라오잔과 라오쩡의 대화하는 장면이다. 저자가 한국판 서문에서 밝혔듯이 라오잔이 중국인들의 문화를, 현실에 대한 생각을 몰랐기에 4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8명밖에 전도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라오잔이 라오쩡에게 동화되었다고 그리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저자가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자의 의도는 중국인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중국인의 문화에 적합한 형태를 띄워야 한다는 것이겠지만 40년간 선교한 이가 그 정도도 몰랐을까 라는 의문이 마지막 순간까지 가시지 않았다.

 

도입 부분이 조금은 지루하기도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한껏 땀을 흘리고 시원하게 샤워를 한 느낌을 준 소설로 앞으로 출간할 예정이라는 2부도 상당히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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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아파트
엘렌 그레미용 지음, 장소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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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인 리산드라가 죽었다. 아파트 6층에서 떨어져 죽었다. 경찰은 이해되지 않는 이유들만 대면서 남편인 정신과 의사 비토리오를 용의자로 수감한다. 빠져나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 도와줄 사람도 없다. 비토리오는 자신의 환자였던 에바 마리아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도와달라고 호소한다. 비토리오의 결백을 믿는 에바 마리아는 비토리오의 진료 상담 녹취 기록을 검토하며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비토리오가 남긴 녹취 기록에는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젊은 사람을 질투하는 나이 든 여인의 모습, 형제를 질투하는 사람, 사랑을 잊지 못해 고통을 겪는 사람, 군사정권 시절 실종된 딸로 인해 삶이 파괴된 여인. 어쩌면 모두가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고, 비밀을 숨긴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 리산드라를 죽인 범인이 있는 걸까?

 

리산드라를 죽인 범인을 추적해가는 형식을 취했지만 이 책이 던져주는 이야기는, 아니 내게 던져진 이야기는 고통스런 역사와 그 속에서 상처 입고 무너져 내린 사람들의 울부짖음이었다.

 

학살자들에게 스스로 심판할 권리를 주다니! 자기들에 의한 자기들의 자체 정화라니. 위선. 기만적 궤변. 학살자들 스스로가 결정한 사면. 공인된 잔혹함의 극치.(p.161)

 

어디서 많이 보고 들은 듯한 외침이 아닌가? 일제 치하에서 동족을 핍박했던 친일파, 군사독재 시절의 독재자들, 세월호라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야기한 정부, 이들 모두에게 외치는 소리처럼 들리지 않는가? 아픔을 치료하지 못한 채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희생자들의 외침이 이 목소리에 겹쳐서 들리지 않는가?

 

가벼운 미스터리로 생각했다 많은 소리를 들어야 했던, 어쩌면 그사이에 잊어버렸던 내 이웃의 아픈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가슴 아플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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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소년 탐정단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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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작품마다 그 색깔이 상당히 다르다고는 하지만 <오사카 소년 탐정단>은 여태껏 읽었던 작품들과는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추리 소설이면서도 주인공 시노부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말괄량이 삐삐>의 모습이 떠오르는 이야기이다.

 

오사카 변두리에서 자란 다케우치 시노부. 오사카 오지 초등학교 6학년 5반 담임교사인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조금은 거칠면서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리는 겁 없는 열혈 여선생이다. 그녀가 가르치는 제자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그녀는 천부적인 추리력과 행동력으로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소설의 재미는 시노부의 거침없는 모습에 있다. 활력이 넘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독자 역시 절로 즐거워진다. 또한 은근슬쩍 드러나는 신도 형사와의 밀당도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이 작품은 그녀가 등장하면서 살인사건이지만 침울하고 무겁고 무서운 느낌이 들기보다는 가벼우면서도 활기 넘치는 느낌을 준다. 그러다보니 읽으면서도 크게 부담감이 없다.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기에 각 단편이 주는 추리 소설의 치밀함은 조금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살인 사건들은 간단한 것처럼 보이면도 아하, 그렇구나라는 감탄사를 던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이 다시 한 번 느껴지는 플롯이다.

 

<오사카 소년 탐정단>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교사 시노부의 활약을 주로 다룬 이야기이지만 아이들과 시노부와의 관계가 또 다른 의미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사람 간의 따뜻함이 더욱 그리워지는 이 때 유쾌함과 짜릿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책으로 이 소설만큼 좋은 작품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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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모험 - 빌 게이츠가 극찬한 금세기 최고의 경영서
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동기 감수 / 쌤앤파커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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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다보면 수많은 선택의 상황에 부딪친다. 한 순간의 선택이 경영자는 물론 회사에 속한 사람들과 그 가족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기에 선택의 순간마다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역시 어린 나이부터 사업을 시작해 숱한 선택의 순간들을 넘기고 이 순간까지 왔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험난한 길이었다. 그렇지만 만약 내게 다시 시간이 주어진다면 난 또 다시 사업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업을 하던 그때처럼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업이란 당연히 여러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자본, 네트워크, 기술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사업 혹은 경영에 꼭 필요한 부분은 바로 경험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쌓인 지혜는 사업을 해가면서 알게 모르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하지만 수많은 일들을 직접 경험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한 간접 체험이다.

 

이런 면에서 <경험의 모험>은 사업 혹은 회사 경영을 꿈꾸는 자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워렌 버핏이 추천하고 빌 게이츠가 극찬한 책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경영자로서 갖춰야 할 여러 가지들을 배울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경영의 비법이나 전략을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어떤 인재를 구해야 할지, 어떤 상황에서 배팅을 해야 할지, 이런 것들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나를 경영자로 만들어주는 책이다. 내가 보아야 할 시각을 넓혀주는 책이다.

 

책의 구성은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관계자들의 이야기나 객관적인 상황 등을 보여준다.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시대적으로 60년 이상이나 전에 있었던 사례들이지만 이 속에 담긴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상황 그대로이다. 에드셀의 실패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의 선택과 본성, 오늘날에도 여전히 문제가 되는 내부자 거래, 기업 내 소통의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그 중에서 나의 눈길을 끈 사례는 기업가의 본질을 얘기한 릴리엔설의 사례였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과 희열이라는 표현처럼 경영은 늘 새로운 일을 구상하고 도전하는 일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늘 점검해야 하는 일이다. 문득 나는 어떤가 싶었다. 잘못된 방향으로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고정된 생각 속에서 도전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기업 경영이나 경제도 결국 인간이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경영을 꿈꾸는 자라면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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