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 때문에 아시아 문학선 12
류전윈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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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 작가의 소설은 거의 읽어보지 못했던 터라 류전윈이라는 작가의 이름도 무척 생소했다. 어떤 작가인지, 어떤 류의 소설을 쓰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중국에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작가로 주로 사실주의 작품들을 많은 쓴 인물이었다. 특히 일상의 삶에서 중국의 인민들이 겪은 갈등과 조직, 역사의 문제를 다루었다. 이번 작품 <말 한 마디 때문에>에서도 중국 농촌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어쩌면 중국 역사 밖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처음에 책을 펴서 읽기 시작하였을 때에는 몇 장 읽지도 못하고 책을 덮고 싶어졌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적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두부장수 라오양, 마차를 모는 라오마, 당나귀고기를 팔던 라오쿵, 후라탕을 판던 라오떠우, 우여곡절 끝에 머리 깎는 일을 하는 라이페이, 그의 부인 라오차이, 라오양의 아들인 양바이예, 양바이순, 양바이리 등등 비슷한 이름의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 있어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설은 여러 인물들을 내보이는 단편들이 떨어진 듯 이어진 구조를 가지면서 주인공 양바이순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두부장수 라오양의 둘째 아들인 양바이순이 겪은 삶의 역경은 그 이름이 변천사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양바이순이었던 이름은 신부 라오잔을 만나 이름을 양모세로 바꾸고, 다시 우샹샹의 데릴사위로 들어가면서 우모세로, 마지막 순간에는 어쩌면 양바이순의 삶이 바뀌게 된 계기인 함상하는 것을 좋아했던 식초장사 뤄창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소설의 제목처럼 살다보면 말 한 마디 때문에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때로는 내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기도 하고, 때로는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그만큼 말은 중요하다. 책의 첫 머리에서부터 말의 중요성, 어찌 보면 말의 힘에 대해 느끼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양바이순과 라오페이가 만나는 바로 그 장면이다.

 

자넨 이름이 뭔가? 왜 이런 데서 잠을 자는 거지?”(p.43)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이 한 마디가 양을 찾으러 나왔다 탈곡장 짚더미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려고 했던 양바이순에게 얼마나 따뜻하게 들렸을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이렇게 말에는 따뜻한 힘도 있지만 나쁜 의도로 던진 한 마디는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버릴 수도 있다.

 

한 가지 못내 마음에 걸리는 것은 라오잔과 라오쩡의 대화하는 장면이다. 저자가 한국판 서문에서 밝혔듯이 라오잔이 중국인들의 문화를, 현실에 대한 생각을 몰랐기에 4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8명밖에 전도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라오잔이 라오쩡에게 동화되었다고 그리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저자가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자의 의도는 중국인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중국인의 문화에 적합한 형태를 띄워야 한다는 것이겠지만 40년간 선교한 이가 그 정도도 몰랐을까 라는 의문이 마지막 순간까지 가시지 않았다.

 

도입 부분이 조금은 지루하기도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한껏 땀을 흘리고 시원하게 샤워를 한 느낌을 준 소설로 앞으로 출간할 예정이라는 2부도 상당히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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