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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 ㅣ 아시아 문학선 13
류전윈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5월
평점 :
이 소설의 지은이 류전원은 위화, 옌렌커, 쑤퉁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중 한명으로 중국 신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책은 크게 ‘옌진을 떠나는 이야기’와 ‘옌진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20세기 초의 중화민국에서부터 현재까지 중국의 근 10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등장인물들은 중국 공산당의 이념적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 농촌의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전통적인 농경사회가 급속도로 해체되고 불균형과 부조화 속 산업화, 도시화를 거치며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중국인들이 처한 정신적인 상황을 바라본다.
소중한 사람이란 돈이 떨어졌을 때 돈을 빌려줄 수 있고 일이 생겼을 때 도와서 일을 처리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거나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는 일을 만났을 때 찾아가 상의할 수 있는 사람 혹은 말할 만한 구체적인 일은 없지만 마음이 우울할 때 찾아가서 잠시 함께 앉아 있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함께 앉아 걱정과 근심을 털어놓으면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고 한결 속이 편해질 수 있었다. 이런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p.9)
그동안 자본주의 시장 개방 후 중국이 겪는 세태를 사실적으로 짚어내는 작품을 주로 써 온 작가는 소설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에 관해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일상을 지배하는 핸드폰이 역사 이래 사람 사이의 거리를 가장 가깝게 해주지만, 갈수록 거짓말의 수단이 되고 있는 세태를 비판한 <핸드폰>이라는 작품에서도 이 소통을 소설의 주제로 다루고 있다.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하는 뉴아이궈가 주인공이다. 먼저, 앞부분인 옌진을 떠나는 이야기 에서 가난했던 5세 엄마가 인신매매범에 납치된 이야기, 5세에 인신매매범에 잡혀 팔려가면서도 새아버지 우모세를 그리던 엄마, 새로운 집에서의 학대와 욕설에 이전의 아버지였던 우모세를 그리워하는 엄마, 마지막 죽으면서도 고향에 가고 싶었던 엄마의 말 한마디 때문에 고향 옌진을 찾게된다. 주변에 사람은 있지만 제대로 소통할 수 없어 도피하고, 때론 그릇된 곳에서 위로를 받으려 하는 사람들을 소시민인 뉴아이궈의 인생역정을 통해 인간고독의 근원에 대한 탐구를 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