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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이 책, <그녀의 눈물 사용법>은 작가 천운영의 세 번째 소설집이자 네번째 책이라고 한다.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 '그녀의 눈물 사용법', '알리의 줄넘기', '내가 데려다줄게', '노래하는 꽃마차', '내가 쓴 것', '백조의 호수', '후에' 등 단편 8편을 수록하였다. 그녀의 이 소설집은 제목만을 놓고 보면 애정소설같은 느낌이 난다 제목만은 상당히 대중적으로 다가온다. 여러 평론가들과 독자들의 충분한 주목을 받을 만큼 그녀의 소설들은 매혹적이었으며 특별했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표현이 너무나 솔직하면서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전혀 평이하지 않은 문체를 사용해 읽는이로 하여금 강렬한 인상을 받게하여 시종일관 마음을 사로잡는 마력을 발산한다. 또 하나 그녀의 소설을 읽는것은 쉽지 않다. 소설을 읽으면서 다른 소설보다 시간이 몇배 걸렸다. 그만큼 내포하는 단어와 문장에 대한 저자의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
표제인 <그녀의 눈물 사용법>은 주인공인 '그녀'가 일곱살일때 태어난 미숙아 남동생. 가난해 아이를 인큐베이터에 넣어 살리지 못하고 집안 장농안에서 아이를 단 하루를 살고 죽게 만든 그녀의 부모. 3년 뒤 그녀가 홍역을 앓던 어느날, ‘그애’는 우량아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7년 동안 성장하여 일곱살이 된 뒤에는 성장을 멈춘 채로 20년을 그녀의 곁에 머문다. 그녀는 동생을 장농속에서 죽게만 바라본 죄책감이 성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나오지 않는 눈물대신에 오줌을 싼다. 눈에서 나오지 못한 것이 오줌이 되어서 나오는 것이다. 독하다 하지만 세상 누구보다 여린 그녀다.
아버지, 오빠, 올케는 두려움과 자기연민으로 운다. 반면, 바람나서 떠돌다 돌아온 할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할머니, 유방절제 수술을 받은 엄마, 그리고 몸안에 일곱 살 소년과 살고 있는 '그녀'는 울지 않는다. 가족들은 30년 만에 때늦은 천도재를 지내고, 거짓말처럼 그녀의 오빠는 평온을 되찾는다. 그녀는 본래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자기지신을 지켜내는 방법일 수 있는 그런 삶이었다. 그녀에게는 그애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레즈비언으로서의 성정체성을 찾은 그녀에게 그 정체성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몸안의 동생이었을까?
‘눈물은 감정의 늪이다. 유약한 인간들만이 제가 만든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법이다. 눈물은 굴복의 다른 이름이다. 아픔과 고통에 대한, 조롱과 비난에 대한, 슬픔과 고독에 대한 굴복의 징표다. 나는 눈물 대신 오줌을 싼다.’ (본문중에서)
이 소설속의 불행한 가족사를 통해 가족단위의 운명적으로 불행해져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의 일원이었고 가족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것으로써 물이나 공기처럼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가족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연대의 기초단위인 가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겪게 되는 가족구성원의 고통이 한 개인에 머무르지 않고 가족 전체, 이웃으로까지 고통을 안겨 주게된다. 작가는 가족구성원 개인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가족 전체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이 시대의 암울한 시대상과 가족의 의미에 대하여 또 한번 메시지를 전하려 한 작품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