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경찰, 서북청년단으로 꾸려진 토벌대는 4.3사건의 주도자들을 색출한다는 명목하에 무고한 민간인들을 대 학살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와 억지로 자행되는 살상의 참상이 너무나 무섭고 안타까웠어요.
아무것도 모른 체 물질을 하던 해녀들과 그저 자유를 누리고 싶었던 테우리들의 순진무구한 모습에서 안타까움은 더 커졌던 거 같아요.
그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었던 작은 섬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실상에 눈물만 흘렸네요.
제주도만의 풍경과 사물들의 세세한 묘사가 유난히 돋보이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만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고 스쳐가는 사람들 이름까지 너무 자세히 소개되어 다 기억하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 사람만의 특징을 등장할 때마다 똑같이 설명하는 부분들도 종종 있더라고요.
내용 전개가 빠르진 않지만 제주도민의 생활상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특히 외국어보다도 어렵다는 제주도 방언은, 예전에 고두심 주연의 '우리들의 블루스'를 인상 깊게 봐서 그런지 말투가 속속 생각나면서 자꾸 따라 해보게 되더라고요. 참 친근한 느낌이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눈에 띄었던 건, 그들의 혹독한 삶을 나타내 주거나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노래와 시를 엄청나게 소개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그중 저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건 <해방의 노래>와 조국 분단을 한탄하는 <가거라 삼팔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