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되시나요? 용이 대학에 다닌다니... 그것도 100년 동안 말이에요.
플로피 디스켓 장면에선 저의 대학 때가 생각나며 어찌나 추억 돋던지요.
마음은 이팔청춘인데 요런 장면 볼 때면 저도 나이 듬을 몸소 느끼네요.
용이 쓰고 다니는 가면, 탈 등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특히 웃으면 안 될 진지하고 절박한 장면에서 나타난 주유소 바람 인형에서는 정말 웃음 빵 터질 정도로 재밌었어요.
용의 만화경 말고도 제가 인상 깊게 봤던 작품은 '만세, 엘리자베스'와 '나와 밍들의 세계'였어요.
<만세, 엘리자베스>는 어느 날 로봇청소기와 몸이 바뀐 주인공 정주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로봇청소기의 시선에서 보는 인간의 모습과 심리묘사를 정말 재밌게 풀어내고 있어 배꼽 잡으며 읽었어요.
실제로 작가님이 로봇청소기를 구입하고 쓴 소설이라고 하더라고요.
<나와 밍들의 세계>는 죽어가는 생명체를 살아있는 생명과 연결해 주는 장치에 대한 이야기예요.
짓궂은 아이들에 의해 죽음에 처하게 된 동물을 집으로 데려온 여자는 이 생명 장치를 사용하는데요.
여자의 몸에 인간과 동물의 의식이 공존하며 함께 생활하게 되죠.
내용이 끝날 때까지 어떤 동물인지 나오지 않는데, 저는 고양이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서로의 이름을 '나(동물)'와 '밍(인간)'으로 부르며 지내는데요.
사람과 사람이 아닌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다룬 이야기가 참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죽어가는 생명을 이렇게까지 유지시키는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결말 또한 너무나 충격적이고 슬펐네요.
어떤 사건(책에서 확인해 보세요~)에 대해 분노한 작가님이 마지막에 결말의 방향성을 바꾼 거라고 하더라고요.
<용의 만화경>과 <나와 밍들의 세계>는 유명 성우분들이 함께한 오디오북으로도 나와 있다고 해요.
목소리 감정으로 듣는 느낌은 어떨지 기회가 된다면 꼭 들어보고 싶네요.
너무 짧아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아쉬운 작품들도 몇 있었는데요.
작가님이 심리학을 전공하셔서 그럴까요?
내적, 외적 심리묘사가 엄청 풍부한 작품집이었어요.
다양한 SF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