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우다 1~3 세트 - 전3권
현기영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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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부터 4.3사건에 이르기까지 제주도의 근현대사를 다룬 <제주도우다>입니다.

학창 시절 땐 그저 줄줄 외워야 하는 역사가 너무 싫고 어려웠는데 나이가 들어 이렇게 소설로 읽으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작년 말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정말 웃프게 읽으며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거든요.

이번 책은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 명소인 제주도를 배경으로 그곳에 얽힌 비극적인 역사를 돌아봅니다.



아내와 이인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임창근'은 기획하고 있는 장편 다큐를 위해 아내의 고향 제주도를 방문합니다.

4.3사건의 참사를 직접 경험했던 아내의 할아버지 '안창세'는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치 어제 일인 듯 그때를 잊지 못하고 공포에 휩싸여 살아가는데요.

너무나 끔찍했던 참사에 도통 입을 열지 않던 할아버지는 여러 날에 걸친 손녀사위의 간청 끝에 마침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1부- 일제강점기

2부- 해방

3부- 미군 통치

4부- 4.3 사건

5부- 대학살

세 권을 통틀어 총 5부로 나누어져 있는 이야기를 사건별로 간략하게 정리해 봤어요.

치마에 흙을 담아 바다 한가운데에 부어 제주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과 안씨 선주에 관한 이야기 등 제주도에 전해내려오는 전설들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일제강점기 때는 우리가 익히 들었었던 일본의 무차별적인 강제징용의 모습을, 특히 빚을 내서라도 맞추어야 했던 강제 공출에 관한 내용들이 나오는데 정말 분통을 터뜨리게 했어요.


해방을 맞으며 그동안 설움을 씻어버리고 자유를 누리려던 사람들은 곧 그마저도 녹록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데요.

미군정의 친일파 재등용이라는 부분에서는 정말 고구마 100개를 먹은듯한 답답함마저 들기도 했어요.

가뭄으로 농사를 망치고 호열자(콜레라)가 창궐하며 그것도 모자라 일본과 마찬가지로 강제공출을 요구하는 미군정까지... 일제 때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이 상황이 정말 해방이 맞나 싶었어요.


1948년 4월 3일 결국 청년들의 횃불 봉기가 시작되며 관공서를 습격하기에 이르렀어요.

이에 주도자들을 진압하려 토벌대까지 결성하는데요.

군, 경찰, 서북청년단으로 꾸려진 토벌대는 4.3사건의 주도자들을 색출한다는 명목하에 무고한 민간인들을 대 학살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와 억지로 자행되는 살상의 참상이 너무나 무섭고 안타까웠어요.

아무것도 모른 체 물질을 하던 해녀들과 그저 자유를 누리고 싶었던 테우리들의 순진무구한 모습에서 안타까움은 더 커졌던 거 같아요.

그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었던 작은 섬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실상에 눈물만 흘렸네요.

제주도만의 풍경과 사물들의 세세한 묘사가 유난히 돋보이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만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고 스쳐가는 사람들 이름까지 너무 자세히 소개되어 다 기억하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 사람만의 특징을 등장할 때마다 똑같이 설명하는 부분들도 종종 있더라고요.

내용 전개가 빠르진 않지만 제주도민의 생활상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특히 외국어보다도 어렵다는 제주도 방언은, 예전에 고두심 주연의 '우리들의 블루스'를 인상 깊게 봐서 그런지 말투가 속속 생각나면서 자꾸 따라 해보게 되더라고요. 참 친근한 느낌이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눈에 띄었던 건, 그들의 혹독한 삶을 나타내 주거나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노래와 시를 엄청나게 소개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그중 저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건 <해방의 노래>와 조국 분단을 한탄하는 <가거라 삼팔선>이었어요.


"조선의 대중들아 들어 보아라

우렁차게 들려오는 해방의 노래를

시위자가 울리는 발굽 소리를

미래를 고하는 아우성 소리를!"

-해방의 노래-


"아 산이 막혀 못 오시나요

아 물이 막혀 못 오시나요

다 같은 고향 땅을 가고 오건만

남북이 가로막혀 원한 천리 길

꿈마다 너를 찾아 꿈마다 너를 찾아

삼팔선을 헤맨다

아 어느 때나 터지려느냐

아 어느 때나 없어지려느냐

삼팔선 세 글자는 누가 지어서

이다지 고개마다 눈물이던가

손 모아 비나이다, 손 모아 비나이다

삼팔선아 가거라"

-가거라 삼팔선-


자신들이 왜 죽는지 알지도 못한 채 죽어간 사람들과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상을 행했던 사람들...

다른 이도 아닌 한 민족끼리 서로 총, 칼을 겨눴던 너무나 비극적인 이 날의 일은 되풀이돼서도, 결코 잊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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