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업튼 싱클레어 지음, 채광석 옮김 / 페이퍼로드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세상은 생각만큼 빨리 변하지 않는구나. 자본주의 구조에서 나오는 탐욕이라는 걸신 고발, 무려 100년!이 헛된 암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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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지 않는 동안에는 책 주문도 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알라딘의 온갖 이벤트가 눈에 들어오고 보관함을 들락거리며 중고책들을 살펴보는 부지런함도 책을 읽어 재끼는 기간의 일이었다.

외출이 잦았던 일주일이었고, 가방 속에 넣어 다녔던 책이 이것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읽기에는 벅찼다. 벅차다니? 내 공간에서 조용히 책과 둘이서만 있고 싶었다는 말이다. 낮에 읽었던 부분을 잠자리에서 다시 읽어 소화시켜야 했던 단단하고 빈틈없는 문장들, 띄엄띄엄 읽어도 나를 곧장 박부길에게로 다시 데려다 주는 힘. 글쓰기에 대한 사색과 섬뜩하고도 기구한 삶의 아버지, 어머니, 집착적 사랑, 무차별적인 독서, 골방, 시대적 분위기, 아아 이 ‘왜곡적인’ 자기 이야기의 모든 것이 좋았다.

 

번역 소설을 볼 때와는 다르게 한국소설은 이상하게 공들여 읽게 되는데 문장이 이상하거나(그럴 리가!) 심하게 어려워서가 아니라,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다. 따지고 보니 평소 번역서를 더 많은 비중으로 읽어왔는데, 작가가 쓴 문장 그대로를 내 눈이 받아들이는, 완전히 직접적인 만남이 얼마나 행운인가 하는 생각이 이승우를 겪으면서 들었다.

그런 생각의 여파로, 좀 안됐기도 한 프랑스인들이 만날 이승우를 찾아봤다.

 

  

 


 

 

그리고 이승우를 직접 소유!하여 행복한 나는 이런 책들을 보관함에 꼭꼭 채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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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9-0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쓴 문장 그대로를 내 눈이 받아들이는, 완전히 직접적인 만남이 얼마나 행운인가 하는 생각이 이승우를 겪으면서 들었다.


제가 그랬어요, 제가. 이승우가 이 소설을 한국어로 쓴다는 것이, 어떤 거름장치 없이 직접적으로 내가 한국어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승우 덕분에 뿌듯하고 행복해졌었어요. 아, 좋습니다.

에르고숨 2013-09-06 16:15   좋아요 0 | URL
프랑스어 번역본을 찾아보면서 <이시, 콤 아이외르(영문이 지워지네요-_-아마 ‘그곳이 어디든’)>의 소개란에서 ‘극동’, ‘카프카의 강한 영향력’, ‘뛰어난 솜씨’ 등의 평을 얼핏 읽었어요. 차치하고 ‘아, 좋습니다’라는 말을 나눌 수 있는 우리가 정말 좋습니다.

비로그인 2013-09-0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야흐로 이승우 전작주의자, 가 되기로 마음의 불꽃을 당기신 건가요?

여러모로 부러울 따름입니다.^^

에르고숨 2013-09-08 03:13   좋아요 0 | URL
이승우 작가는 작품이 많아서 말입니다, 전작까지 갈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일단 <칼>은 좀 전에 주문했습니다.
부러울 게 뭐 있다고 그러실까요...? 견디셔 님 술 띄엄띄엄 마시기 계획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라고 쓰고 지금 확인해 보니, 드디어 100자평이네요. 흐흐- 3개월 계획의 첫 걸음 축하합니다.
 
영화로 보는 태평양전쟁 살림지식총서 203
이동훈 지음 / 살림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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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에 충실하게 담긴 태평양전쟁 영화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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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여, 오라 - 아룬다티 로이 에세이집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혜영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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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9월을 맞으면서 꼭 읽어보고 싶었다. 9월, 하면 이제는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사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가 막히게 티비화면에 포착된 그 비극을 말함이다.

 

그런데 아룬다티 로이의 명연설문에서 9월은 2001년의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눈물이 쏙 빠지게 더듬고 있다. 칠레 9ㆍ11(1973년, 피노체트의 쿠데타), 팔레스타인의 9ㆍ11(1922년, 영국의 신탁통치 선포)을 비롯하여 미국과 동맹국들이 저지른 수많은 패악질 이후 지나온 숱한 9월들 말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글은 미국 현지에서, 그것도 무려 2002년에 행한 연설인데 괄호 속 간결하게 박힌 ‘박수’와 ‘웃음’ 뿐 아니라 글에 다 기록되지 않은 ‘눈물’이 얼마나 많았을지 가히 상상이 가는 명문이다. 

그중에서 첫 (박수)가 등장하는 부분은 여기다. 민족주의에 대한 통찰.


이런저런 종류의 민족주의는 20세기에 일어난 대부분의 집단학살의 원인이었습니다. 국기(國旗)라는 것은 정부가 처음에는 국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데 사용하고, 그 다음에는 죽은 자들을 위한 수의(壽衣)로 사용하는 색깔 있는 천 조각입니다.

 

                   

                                                                                            (사진출처:해커스AP뉴스받아쓰기카페)

 

 

수전 손택의 ‘바보’와 완전히 상응하는 바로 그 바보, (“슬퍼할지언정 바보는 되지 말자.”) 지금 우리 주류 언론들이 하고 있는 짓. 어쩌면 책이 낡지 않은 게 아니고 우리가 낡은 건지도 모르겠다.

책에 실린 8편이 모두 10여 년 전에 행해지거나 쓰인 연설과 기고문인데 미국 제국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기저에 깔고 있는 그것들에 먼지가 앉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가령 세계화에 대한 지적을 보면.


‘자유 시장’이 훼손하고 있는 것은 국가의 주권이 아니라 민주주의입니다. 빈부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저 보이지 않는 주먹이 더욱 큰 역할을 합니다. 엄청난 이윤을 가져다줄 ‘달콤한 거래’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다니는 다국적기업들은 관련 개발도상국의 국가기구-경찰, 법원, 때로는 군대-로부터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이러한 거래를 추진하거나 프로젝트를 실행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세계화’는 가난한 국가에서 인기 없는 구조개혁을 밀어붙이고, 반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충성스럽고, 부패하고, 가급적 권위주의적인 정부들로 구성된 국제적 연합체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출처:한국경제)

 

 

또한 이 책의 현재성이 우리에게 특히 더 가까이 다가오는 지점은 첫 장인데, 인도에서 대대적으로 행해져오던 댐 삽질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로이는 댐 건설을 반대하다가 어이없게도 ‘법정 모욕’ 이유로 기소되기도 했다. 


“50년대에는 댐이 환상적인 기술공학의 위업처럼 보였다는 것이 짐작이 가요, 하지만 자연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이제, 어떻게 지금도 그게 환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어요? 자연의 복잡한 과정에 이렇게 대규모로 간섭하는 것은 거미줄에 장화를 신고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물을 내려 보면서 거기에 시멘트를 쏟아 붓는 장면을 상상하라고 가르치니 도대체 이게 무슨 문명인가요?”

 

               


 

훌륭한 글이 이렇게 오랜 현재성을 갖는 것, 그것에 감동하는 것이 과연 벅차기만 한 일인가. 바보는 되지 않아야겠고 분노는 쌓이고. 로이가 주는 답은 ‘저항하라’이다. 말과 행동으로 하는 저항만큼 매일을 살아가는 방식으로도. ‘고통스럽고 또한 기쁘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저항하며 살기를 말함이렷다.

 

‘작가 겸 활동가’라는 명칭에서 ‘침대 겸 소파’가 연상되는가? 로이는 그렇단다. 아룬다티 로이는 그저tout court 작가다. 문장이 낡지 않는, ‘아픈 눈을 뜨고 있는’ 아름답고 강한 작가.

 

“나의 경우처럼, 평화롭다고 추정되는 상황 가운데에서 한 작가가 불행하게도 조용한 전쟁에 마주치게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일단 그것을 보고 나면, 그걸 안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본 다음에는 입 다물고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발설하는 것만큼이나 정치적인 행동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침저녁 낯선, 아마 일 년 전에 익숙했을 그 바람이다. 이번에는 마치 대단한 노력으로 9월을 내가 끌어다 놓는 기분으로 맞아본다(무슨 말인가? 달력을 어제 미리! 넘겨 놓는 놀라운 부지런함으로 이 달을 마중했다는 사실에 다름 아니다).

문득 발 시린 가차 없는 가을에 이번엔 결코 놀라지 않겠다는 듯이.

9월이여, 오라. 살아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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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9-06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t was a lie, tout court. (그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거짓말이었다.)
tout court 가 무슨 말인가, 찾아보니 이런 예문이 뜨네요.

아룬다티 로이는 '더 말할 것도 없이' 그러니까 뼛속까지 작가다, 뭐 그런 뜻인가요?

에르고숨 2013-09-06 22:25   좋아요 0 | URL
tout court는 그저, 간단히 말해서, 말 덧붙일 필요 없이, 등의 뜻을 가진 프랑스어입니다. 그러니까 ~겸 작가, 작가 겸~ 에서 ~라는 수식 안 들어간 ‘그냥(simply) 작가’라는 의미로 쓰고자 했던 것이지요. 에긔긔... 꼼꼼히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셜록 홈즈 전집 4 : 셜록 홈즈의 모험 (양장) 시간과공간사 셜록 홈즈 전집 4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정태원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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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드니 파젯의 일러스트까지 그대로 실려 있어 보는 재미가 더할 나위 없다. <모험>만으로 그치기에 전집의 유혹이 너무 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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