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많이 읽지 않는 동안에는 책 주문도 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알라딘의 온갖 이벤트가 눈에 들어오고 보관함을 들락거리며 중고책들을 살펴보는 부지런함도 책을 읽어 재끼는 기간의 일이었다.

외출이 잦았던 일주일이었고, 가방 속에 넣어 다녔던 책이 이것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읽기에는 벅찼다. 벅차다니? 내 공간에서 조용히 책과 둘이서만 있고 싶었다는 말이다. 낮에 읽었던 부분을 잠자리에서 다시 읽어 소화시켜야 했던 단단하고 빈틈없는 문장들, 띄엄띄엄 읽어도 나를 곧장 박부길에게로 다시 데려다 주는 힘. 글쓰기에 대한 사색과 섬뜩하고도 기구한 삶의 아버지, 어머니, 집착적 사랑, 무차별적인 독서, 골방, 시대적 분위기, 아아 이 ‘왜곡적인’ 자기 이야기의 모든 것이 좋았다.

 

번역 소설을 볼 때와는 다르게 한국소설은 이상하게 공들여 읽게 되는데 문장이 이상하거나(그럴 리가!) 심하게 어려워서가 아니라,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다. 따지고 보니 평소 번역서를 더 많은 비중으로 읽어왔는데, 작가가 쓴 문장 그대로를 내 눈이 받아들이는, 완전히 직접적인 만남이 얼마나 행운인가 하는 생각이 이승우를 겪으면서 들었다.

그런 생각의 여파로, 좀 안됐기도 한 프랑스인들이 만날 이승우를 찾아봤다.

 

  

 


 

 

그리고 이승우를 직접 소유!하여 행복한 나는 이런 책들을 보관함에 꼭꼭 채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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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9-0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쓴 문장 그대로를 내 눈이 받아들이는, 완전히 직접적인 만남이 얼마나 행운인가 하는 생각이 이승우를 겪으면서 들었다.


제가 그랬어요, 제가. 이승우가 이 소설을 한국어로 쓴다는 것이, 어떤 거름장치 없이 직접적으로 내가 한국어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승우 덕분에 뿌듯하고 행복해졌었어요. 아, 좋습니다.

에르고숨 2013-09-06 16:15   좋아요 0 | URL
프랑스어 번역본을 찾아보면서 <이시, 콤 아이외르(영문이 지워지네요-_-아마 ‘그곳이 어디든’)>의 소개란에서 ‘극동’, ‘카프카의 강한 영향력’, ‘뛰어난 솜씨’ 등의 평을 얼핏 읽었어요. 차치하고 ‘아, 좋습니다’라는 말을 나눌 수 있는 우리가 정말 좋습니다.

비로그인 2013-09-0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야흐로 이승우 전작주의자, 가 되기로 마음의 불꽃을 당기신 건가요?

여러모로 부러울 따름입니다.^^

에르고숨 2013-09-08 03:13   좋아요 0 | URL
이승우 작가는 작품이 많아서 말입니다, 전작까지 갈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일단 <칼>은 좀 전에 주문했습니다.
부러울 게 뭐 있다고 그러실까요...? 견디셔 님 술 띄엄띄엄 마시기 계획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라고 쓰고 지금 확인해 보니, 드디어 100자평이네요. 흐흐- 3개월 계획의 첫 걸음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