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간의 비밀 문원 세계 청소년 화제작 1
작크 팡스텐 지음, 박은영 옮김 / 도서출판 문원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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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죽었다.  

  마르탱에게는 아무도 없다. 아빠도, 친척도, 자신을 돌봐줄 그 누구도 없다. 마르탱이 갈 곳은 고아원밖에는 없다. 결국 마르탱은 엄마의 죽음을 숨기기로 결정한다.  엄마의 시신을 집에 두고 학교에 온 마르탱은 아이들의 심술궂은 장난도 더 이상 재미있지 않다. 아이들의 장난에 엉뚱하게도 3일 간의 정학을 당한 마르탱. 그날 저녁 마르탱의 집을 찾아온 제롬과 앙투안에게 마르탱은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 후 마르탱의 비밀을 알게 되는 반 아이들이 한두 명씩 늘어나게 되고... 고아원은 끔찍한 곳이라는 공통된 아이들의 믿음에 따라 엄마의 시신을 몰래 매장하려는 엄청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대형 괴종 시계 안에  엄마의 시신을 넣고 고물자동차 트렁크에 실어 밤길을 걷고 달리는 장례 행렬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비장하기도 하다. 드디어 도착한 비밀의 숲. 아이들 만의 조촐한 장례식이 치르지고, 엄마의 죽음을 숨기기 위한 다양한 아이들의 작전이 시작된다. 마르탱을 위해 집에 있는 음식을 몰래 가져오고, 마르탱의 집에 날아오는 온갖 세금을 갚기 위해 돈 될 만한 것은 내다 팔고, 마르탱 엄마의 사인을 위조하기도 하고... 결국 학교엔 경찰과 아동보호판사가 출동을 하고 아이들은 마르탱을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숲속에 묻은 엄마의 시신이 발견되고 마르탱마저 고아원에 보내지게 된다. 

  몇 달 후 면회간 아이들을 향해 마르탱은 간신히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시간은 흐를 거고 어른이 되면 달라질 거라고. 

  이 책을 읽는 순간 몇 년 전인가 숨진 엄마와 몇 개월을 살았다던 한 중학생이 생각났다. 마르탱도 그 아이도 어쩌면 혼자 남겨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엄마의 죽음을 숨긴 게 아닐까. 엄마의 시신과 함께 살아가는 두려움보다 혼자인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막막함, 외로움, 두려움,,, 무엇으로 그 심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작가는 마르탱의 그런 두려움보다는 엄마의 죽음을 어른들에게 숨기기 위한 아이들의 피나는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르탱은 아직은 엄마의 죽음을 절절이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그들만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이 모든 상황들이 신비롭고 위험한 모험이다. 마르탱 엄마의 죽음을 통해서 아이들은 그들만의 위험한 모험을 하게 되고 어른들의 질서에 맞서게 된다. 내 엄마의 시신을 왜 내가 묻고 싶은 곳에 묻으면 안 되나, 왜 부모가 없는 아이는 고아원에 보내져야 하는가. 아이는 혼자서 살아갈 권리가 없다는 말인가. 마르탱의 말처럼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삶이란 질서에 맞추는 것이라고.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그 질서에 따르게 될 것이라고. 

  모험은 계속되지 않는다. 비밀은 언젠가 밝혀지게 마련이다. 그 때문에 모험이 그토록 짜릿하고 비밀이 그토록 달콤한 것이다. 그것이 누군가의 죽음일지라도, 아니 아이들에게는 머나먼 저편의 일이기에 가까이에 있는 죽음은 더욱 비밀스럽고 짜릿한 모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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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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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이 작품을 읽었을 때, 그 때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동화 한 편을 읽은 듯했다. 지구별에 불시착한 외계인 같은 인물로 좀머 씨를 파악했던 것 같고, 그의 정체가 뭘까, 그는 왜 새벽부터 밤까지 끊임없이 걸어야만 할까, 그런 궁금증에 매달리며 책장을 넘겼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좀머 씨의 죽음도 이해할 수 없었고 좀머 씨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아낸 게 없이 책이 끝나버려서 책을 덮고도 뭔가 허전한 뒷맛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가 사람들이 추측하는 것처럼 정말로 밀폐공포증 환자인지, 너무도 참담한 마음에 가문비나무에서 뛰어내리려던 순간 소년의 눈에 비친 것처럼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고 그렇게 끊임없이 걷고 걷는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좀머 씨의 모습이 작가의 초상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읽는 사람의 감성에 따라 좀머 씨의 모습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읽은 좀머 씨는 참으로 고독한 사람으로 보였다. 세상과 단절된 채, 어쩌면 스스로 (혹은 알려지지 않은 과거의 상처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고)선택한 삶인지도 모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 그것도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펄럭이는 긴 외투에 베낭 하나를 매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걷고 또 걷는 행위를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아무도 그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는 이해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해를 바라지도 이해받을 수도 없는 그의 삶이 슬프고 슬펐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 들어오는 그는 자연의 일부 혹은 배경일 뿐이었다. 호수가에 있는 벤치, 숲 속의 나무 한 그루, 들판 저 멀리로 사라지는 작은 점 하나. 그게 바로 좀머씨였다. 그의 불안하고 고독한 내면과 맞닥뜨린 유일한 사람은 소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노처녀 피아노 선생에게서 절망적인 대우를 당하고 불합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자각과 충격으로 자살을 결심하고 가문비나무에 올라선 소년의 시선이 아니고서는 좀머 씨의 불안을 두려움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를 제발 좀 그냥 놔두시오. 

   몇 년 후 호수로 걸어들어가는 좀머 씨를 보았을 때 소년은 그 말을 떠올렸다. 무섭게 우박이 내리던 날, 따뜻한 차 속에 있던 소년과 아버지에게 절망적으로 내뱉었던 말. 소년은 그냥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 말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좀머 씨는 들판을, 숲 속을, 오솔길을 걷는 대신 호수 안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저 하늘 속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다면 분명 좀머 씨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걷고 또 걷는 게 그의 전부였으므로. 만약 소년이 그의 행동을 만류했더라면 그는 어떤 말을 했을까? 

  그러니 나를 제발 좀 그냥 놔두시오. 

  아마도 그 대답 외에는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타인이 다른 사람의 인생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좀머 씨는 사람들에게 철저한 타인이었고 숲 속의 나무 한 그루처럼 그렇게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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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의 비밀 일공일삼 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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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땅의 아이들은 가출 장소로 어디를 택할까? 찜질방, 친구집, 언젠가 가봤던 해수욕장... 뭐 그런 곳이지 않을까?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게 가출이라고 하는데 ( 정확한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난 가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뒤늦게 대학 다닐 쯤에 그 비슷한 생각을 해본 것도 같고. 어쨌든 클로디아는 가출을 결심한다.

  12살에서 한 달이 모자란 클로디아, 부모의 차별이 싫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도 싫다. 12살에서 한 달이 모자란 나이에 일상의 지루함을 벌써 알아버렸다니. 12살의 어른이라더니 클로디아도 그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클로디아는 차별과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가출을 계획한다. 클로디아에게는 결심보다 계획이 더 중요하다. 그녀는 불편한 것도 더러운 것도 싫어하는 깔끔하고 단정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배낭 하나 덜컥 짊어지고 숲이나 낯선 곳으로, 히치하이킹이나 하며 떠나는 무모한 가출 따윈 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가출을 하려면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클로디아는 심지어 계획짜는 걸 기꺼이 즐긴다. 

  그 계획의 일부로 가출의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세 명의 남동생 중에  9살 먹은 제이미를 동행자로 선택한다. 구두쇠인 제이미가 모아놓은 돈 때문이다. 제대로 된 가출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이유도 모른 채 선택을 받은 제이미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선택되었다는 이유로 기꺼이 가출에 동행한다. 물론 돈에 있어서는 철저한 구두쇠이기 때문에 클로디아가 하려는 사소한 일들에 수없이 태클을 걸기도 하면서. 그럴 때 클로디아는 또 멋지게 제이미를 설득한다. 제이미에게 회계 담당자라는 그럴듯한 자리를 내줌으로써. 

  그렇게 해서 클로디아와 제이미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의 가출이 시작된다. 우등생에다 깔끔하고 돈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클로디아 다운 선택이다. 보다 복잡하고 더러운 것을 좋아하는 제이미에게도 미술관은 괜찮은 가출장소가 된다. 아이들은 미술관이 닫힐 시간이면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밤에는 미술관에 전시된 16세기에 만들어진 침대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미술관이 개장을 할 때까지 꼭꼭 숨어 있다가 관람객이 모여들면 사람들 사이에 섞여 평범한 관람객인 척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들의 가출 수칙, 남의 눈에 띄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그러다 가출에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되는 천사상을 발견하게 된다. 225달에 샀다는, 소문에 의하면 미켈란젤로의 작품일지도 모르는. 클로디아는 이 천사상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천사상에 대한 비밀을 푸는 것이 자신의 가출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길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 후로 두 아이들은 천사상의 비밀을 풀기 위한 갖은 노력이 계속되고 결국에는 비밀에 접근하게 된다. 

   가출과 미술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지만 클로디아 같은, 요즘의 도시 아이들에겐 어울리는 가출 장소란 생각도 든다. 뉴욕의 한복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만 아는 얼굴은 전혀 없는 그런 곳이 가장 적절한 가출장소가 아닐까. 클로디아는 바로 그런 곳에서 비밀을 찾아가는(자신을 찾아가는)여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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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1~5 세트 - 전5권 (보급판)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정병수 그림, 이계정 옮김 / 꼬마이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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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에 수잔 바우어의 '세상의 모든 역사'라는 책을 읽었는데 편집도 깔끔하고 책 내용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혀서 재미있었다. 전문 역사학자가 쓴 글이 아니어서 오히려 쉽게 읽히는 것 같았다. 책이 두껍기는 했지만 연대도 잘 정리되어 있었고 끝까지 읽고 나면 고대부터 현대까지 전체적 흐름을 알 수 있어서 꽤 의미있는 책이었다. 

  그러던 차에 수잔 바우어가 쓴 어린이를 위한 책이 나와 있어서 선뜻 손이 갔다. 그런데 막상 책을 받고 보니 그 두께에 먼저 질리게 된다. 어른일지라도 그 정도의 두께면 쉽게 손이 가질 않을 것 같다. 역시나 아이들은 너무 두껍다고 아우성이다. 권 수가 좀 많아지더라도 책 두께를 좀 얇게 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책은 아이들이 쉽게 손이 가고 친근감이 느껴져야 하는데 읽기도 전에 겁부터 먹게 되는 분량이다. 특히 3권은 더 그렇고. 초등 5-6학년을 대상으로 만든 책이라는데 정말로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쉽게 읽어내지 못할 것 같다. 독파는 중학생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까지가 겉모습에 대한 첫인상이라면, 

  알맹이는 참 괜찮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좀 덜면 재미있어 보이는 장을 골라서 읽어도 되고, 꼭 차례를 지키지 않고 읽어도 이해에 그다지 무리는 없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읽듯이 조금씩 읽어나가라고 하니까 몇몇은 부담없이 읽어낸다. 내용 자체는 이야기처럼 재미있다. 우리가 역사나 세계사 시간에 밑줄 쫙쫙 그어가면서 외우던 습관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내용을 외우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런 부담감은 없애고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이게 그거였구나, 이런 기분으로 읽어가면 새삼 역사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된다. 

  고대편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기원전5000년 경의 메소포타미아 지역부터, 신의 계시를 받은 아브라함이 메소포타미아 근처의 우르라는 도시를 떠나 가나안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 알렉산더 대왕의 전설에서, 로마의 기원이 된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전설, 고대 인도의 설화까지 영역이 광범위하다.     

  중세편에서는 로마의 분열과 로마의 멸망 이후 유렵에 민족 국가가 등장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고,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부터 이슬람이 점점 확장되어 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고, 이후 십자군 전쟁과 몽골의 부상, 오스만 투르크 세력의 확장, 몽골 계통과 이슬람의 영향 하에 세워진 인도의 무굴제국 그리고 유럽인들의 신대륙을 향한 도전들을 읽을 수 있다. 

  근대편에서는 유럽 여러 나라들의 다툼과 본격적인 식민지 개척에 혈안인 유럽 제국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임진왜란 이후의 일본과 청나라도 다루고 있다. 특히 근대편의 복잡하게 얽힌 유럽 여러나라의 정치, 결혼, 종교문제를 엿볼 수 있다. 두꺼운 분량 탓인지 제일 페이지가 넘어가는 속도가 더딘 부분이었다. 유럽의 여러 나라와 아메리카 식민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현대편은 두 권으로 나눠져 있는데 세계를 제패한 영국과 미국의 남북 전쟁,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 낀 조선 후기의 모습, 세계1,2차 대전, 체르노빌 원전사고, 냉전을 종식시킨 고르바초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까지 20세기 후반의 역사까지 근접해서 들여다 볼 수 있다. 

  대충 굵직한 사건들만 적어본 것인데 사실 끝까지 읽고 나도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너무 많은 내용들을 한꺼번에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체 흐름을 한눈에 정리하고 싶다면 큰 줄기만 알 수 있는 한 권짜리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이 책의 단점을 꼽자면 연대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연대에 대한 부담감을 주기 않기 위해 일부러 뺀 것 같은데 각 단락 말미에 연대가 적혀 있었더라면 이 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났었지 하며 비교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면이 많이 아쉬웠다. 역사에서는 사건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이해가 쉬운데 순서가 조금 헷갈리는 면이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연대가 확실히 적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었다. 

  어쨌든 책을 좋아하고 우리 역사나 세계사에 흥미가 있는 아이들에게 읽힌다면 무척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엄마의 욕심 때문에 억지로 읽히다 보면 어려운 이름이나 지명, 나라 이름들 때문에 지레 질리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만 년에 가까운 인류의 역사를 다루는 만큼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읽다보면 역사의 재미에 푹 녹아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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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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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대체로 베스트 셀러는 그때 읽지 않고 한김이 지난 후에 보는 경향이 있다. 같이 휩쓸리기 싫기도 하고 베스트 셀러라고 해서 꼭 좋은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괜한 고집일수도 있고. 그런 탓에 그 순간에 몰입해서 읽기보다는 어쨌기에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분석 아닌 분석을 하며 읽게 된다. 물론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밤을 새워가며, 책장이 한 장 한 장 넘어가고 남아 있는 페이지가 더 얇아지면 책장을 넘기는 게 아깝던 그런 날들도 있었다. 아마도 그때가 신경숙 작가가 가장 인기 있었던 90년대가 아니었나 싶다. 작가의 감성에 놀라워하며 문장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에 공감하며 가슴 저리게 읽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의 가장 큰 아쉬움은 얼굴에 생기는 주름이 아니라 젊은날의 푸르렀던 감성이 점점 무뎌간다는 것이다. 주름이 깊어지는 것만큼 감성은 점점 옅어진다. 그런 탓에 웬만한 것에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된다. 슬픈 일이다. 슬프고 슬픈 일이다.

  신경숙은 신경숙 이전의 작가와는 확실한 차별성을 지닌 작가였다. 참여 문학 운동권 문학이 아닌 감성이 가득한 그런 글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가였다. 신경숙을 전후로 해서 그런 문학들이 대세를 이루었지 않았나 싶다. 요즘 같이 쌀쌀한 겨울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옆에 놓고 따뜻한 아랫목에 엎드려 신경숙의 소설을, 그 당시 인기 있던 작가들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그냥 편안하고 행복 비슷한 감정까지도 느꼈던 것 같다. 그 당시 읽었던 신경숙 작가의 작품 중에 시골 헛간인가 다락방에 엎드려 책을 읽던 어릴 적 주인공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이번 작품 속에서 작가의 예전 작품에서 나왔던 장면들과 겹쳐지는 영상들이 참 많았다. 작가는 아직 젊은날의 감성으로 글을 쓰고 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그런 푸른 감성이 남아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예전의 글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작가에게서 새로운 것을 원하는 독자라면 조금 실망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작가의 감성을 충분히 사랑하고 공감하는 독자라면 더 깊어진 감성과 문장들에 더욱 찬사를 보낼 것 같기도 하고. 

  그의 작품 판매가 100만 부를 돌파하고 해외 여러 나라에 판권이 팔린 것(우리 나라에서 번역지원 없이 10여 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먼저 판권을 사겠다고 한 경우는 드문 경우란다.)을 보면 후자에 더 많은 표를 던진 독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내 입장은 딱 중간이다.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작가의 분위기와 감성이 더 깊어진 것은 만족할 만하지만 뭔가 좀더 새로워졌으면 하는 기대에는 많이 못 미쳤던 것 같다. 이미 새로운 것을 좋아할 나이는 지났음에도 소설은 항상 새로운 것을 기대하게 된다. 가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여기인가 하는 실망을 느끼게 되는데 이 작품도 사실 그런 면이 없지 않았다. 

  엄마라는 주제가 더 이상 새로울 것도 획기적일 것도 없으니까. 감성이 메마르고 정이 메마른 시대에 살다보니 그 절절한 정에 끌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중간 중간 눈물짓게 하는 장면들이 참 많았다. 실컷 울어보라고 쓴 작품은 아닐까 싶을 만큼. 난 펑펑 울고 싶지도 않았고 펑펑 울 수도 없었다. 너무 울라고 강요하는 것 같기도 해서. 엄마가 사라진다면 어떡할 거냐? 당신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협박이라도 하는 것 같아서. 

  그런 일은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아니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도 작가는 강요한다. 상상해보라고. 머릿속이 하얘지겠지, 꿈은 아닐까도 싶고, 그러다 사실로 다가오고, 자책, 또 자책,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그것밖에는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나는 내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엄마 없이. 가끔 엄마의 부재를 떠올리면서...

  엄마의 죽음이든 실종이든, 결국에는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작품 속의 자식들처럼. 할 수 있는 건 어머니를 추억하는 것 뿐이다. 어떤 자식에게는 늘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엄마로, 어떤 자식에게는 하던 일마저 포기하고 세 아이들을 키우는 자신을 안타까워하던 엄마로, 어떤 자식에게는 정신을 잃을 듯한 고통마저 드러내지 않던 엄마로. 그리고 엄마가 실종 된 이후에야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지만 엄마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절절한 후회와 어머니의 부재만 여실히 느낄 뿐이다. 

  결국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는다.  

  작가는 그렇게 작품을 끝낼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남은 자식들에게도, 어쩌면 이미 삶의 저편으로 넘어 가버렸을지도 모를 어머니에게도 위안이 필요했다. 첫째 딸이자 작가인 화자는 어머니가 가보고 싶다던,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바티칸에서 피에타상 앞에 서게 된다. 그 피에타상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한다. 실종된 화자의 어머니가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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