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야마 부시코
후가자와 시치로 지음 / 출판시대 / 1999년 10월
평점 :
절판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에 실려 있던 단편에서 이 작품을 읽었다. 이 작품을 읽고 났을 때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너무 완벽한 소설이어서. 내가 쓰고 싶었던 소설이어서 너무 충격적이었고 너무 질투가 났었다. 그때 소설을 쓰는 것도 소설을 읽는 것도 다 시들하던 시기였는데 우연히 이 작품을 보고 이렇게 잔인하고, 속되고, 적나라하고, 기이하고 그러면서도 완벽하게 아름다운 소설이 있을 수 있구나 싶었다. 더 절망스러웠다. 이렇게 못 쓸 바에야 아예 나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읽는 내내 저항감이 느껴졌다. 완벽하게 멋진 묘사여서 그리고 그들의 풍속이 이 세상의 가치를 배반하는 것이어서.

  우리의 고려장과 같은 풍속이 일본에도 있었던 걸까 내내 궁금했었다. 아니면 이런 류의 설화가 존재하는 것일까. 먹고 사는 것이 모든 것인 세상, 남의 식량을 훔쳐내는 것이 가장 큰 죄를 짓는 일인 마을, 그것으로 마을 사람들에 의해 온 가족이 산 채로 생매장을 당하고 그들이 숨겨 놓은 식량은 마을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 나눠가지는 마을. 삶에 대한 본능만 남아 있는 산 속 오지 마을.

  70세만 되면 노인들은 나라야마에 가야한다. 그곳에서 생을 마감해야만 그들의 영혼이 극락으로 갈 수 있다. 나라야마가 아닌 마을에서 죽거나 그곳에 가기를 거부한다면 그건 가문 전체의 수치다. 이제 곧 70이 되는 오린은 나라야마에 갈 준비를 한다. 오린은 부끄럽다. 곧 나라야마에 가야하는데 하나도 빠진 데가 없는 튼튼한 이가. 그래서 돌로 앞니를 부서뜨린다. 이제 보란 듯이 빠진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오린은 소원이 하나 있다. 나라야마에 가는 날 첫눈이 오는 것. 그래야 죽어서 극락에 갈 수 있다. 오린은 이제 떠날 준비가 되었다. 떠나기 전에 마을 노인들에게 대접할 음식도 준비하고 술도 빚는다. 떠나기 전날 마을 노인들은 돌아가며 오린이 빚은 술을 마시며 나라야마에 갈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노래로 들려준다.

  드디어 떠나는 날, 아들이 진 지게에 오린이 말없이 올라앉는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 말도 없다. 절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노래에서 가르쳐 주었다. 산을 몇 개씩  넘고 호수를 돌아 나라야마에 도착한다. 아들의 발걸음은 무겁다. 그러나 오린은 어서 오르라고 눈빛으로 재촉한다. 꼭대기로 올라갈수록 여기저기 하얗게 드러난 뼈들이 뒹굴고 있다. 평평한 바위 아래 어머니 오린을 내려놓고 아들은 차마 돌아설 수가 없다. 오린은 내려가라고 눈빛으로 말한다. 어머니 몫인 지게에 매단 음식까지 아들에게 내어 주며. 아들은 산을 내려온다. 그리고 첫눈이 내린다. 아들은 산을 뛰오른다. 죽음을 기다리며 앉아 있는 어머니에게로 가서 아들은 말한다. 첫눈이 내려요. 아들은 다시 산을 내려온다. 산을 내려오는 중에 마을 친구를 본다. 그는 나라야마까지 아버지를 데려가지 않고 절벽 아래로 아버지를, 지게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겠다는 아버지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린다. 노인들의 노래에는 나라야마까지 지고가기 힘들 때에는 중간에서 노인을 두고 와도 된다고 했다. 절벽으로 까마귀떼가 몰려든다. 아들은 진저리를 치며 마을로 내려온다. 아내는 벌써 어머니가 입던 옷을 입고 있다. 산에서 가지고 온 음식을 식구들과 나눠 먹는다. 

  도저히 입을 법하지 않을 이야기를 잔인하도록 아름답게 선명하게 그려 내고 있다. 먹고 사는 일이 이토록 잔인한 것일까. 이토록 절대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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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0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못 보고 오래 전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너무나 속되고 처절해서 아름답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강한 기억이 나네요. 소설을 쓰는 일에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질투가 날 정도라고 하시니요.^^ 그런 열정 부럽습니다.

ㅇㅇㅇ 2008-10-2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문열 따라하기 하지 마시죻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