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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의 비밀 ㅣ 일공일삼 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평점 :
이 땅의 아이들은 가출 장소로 어디를 택할까? 찜질방, 친구집, 언젠가 가봤던 해수욕장... 뭐 그런 곳이지 않을까?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게 가출이라고 하는데 ( 정확한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난 가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뒤늦게 대학 다닐 쯤에 그 비슷한 생각을 해본 것도 같고. 어쨌든 클로디아는 가출을 결심한다.
12살에서 한 달이 모자란 클로디아, 부모의 차별이 싫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도 싫다. 12살에서 한 달이 모자란 나이에 일상의 지루함을 벌써 알아버렸다니. 12살의 어른이라더니 클로디아도 그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클로디아는 차별과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가출을 계획한다. 클로디아에게는 결심보다 계획이 더 중요하다. 그녀는 불편한 것도 더러운 것도 싫어하는 깔끔하고 단정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배낭 하나 덜컥 짊어지고 숲이나 낯선 곳으로, 히치하이킹이나 하며 떠나는 무모한 가출 따윈 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가출을 하려면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클로디아는 심지어 계획짜는 걸 기꺼이 즐긴다.
그 계획의 일부로 가출의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세 명의 남동생 중에 9살 먹은 제이미를 동행자로 선택한다. 구두쇠인 제이미가 모아놓은 돈 때문이다. 제대로 된 가출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이유도 모른 채 선택을 받은 제이미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선택되었다는 이유로 기꺼이 가출에 동행한다. 물론 돈에 있어서는 철저한 구두쇠이기 때문에 클로디아가 하려는 사소한 일들에 수없이 태클을 걸기도 하면서. 그럴 때 클로디아는 또 멋지게 제이미를 설득한다. 제이미에게 회계 담당자라는 그럴듯한 자리를 내줌으로써.
그렇게 해서 클로디아와 제이미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의 가출이 시작된다. 우등생에다 깔끔하고 돈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클로디아 다운 선택이다. 보다 복잡하고 더러운 것을 좋아하는 제이미에게도 미술관은 괜찮은 가출장소가 된다. 아이들은 미술관이 닫힐 시간이면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밤에는 미술관에 전시된 16세기에 만들어진 침대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미술관이 개장을 할 때까지 꼭꼭 숨어 있다가 관람객이 모여들면 사람들 사이에 섞여 평범한 관람객인 척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들의 가출 수칙, 남의 눈에 띄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그러다 가출에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되는 천사상을 발견하게 된다. 225달에 샀다는, 소문에 의하면 미켈란젤로의 작품일지도 모르는. 클로디아는 이 천사상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천사상에 대한 비밀을 푸는 것이 자신의 가출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길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 후로 두 아이들은 천사상의 비밀을 풀기 위한 갖은 노력이 계속되고 결국에는 비밀에 접근하게 된다.
가출과 미술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지만 클로디아 같은, 요즘의 도시 아이들에겐 어울리는 가출 장소란 생각도 든다. 뉴욕의 한복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만 아는 얼굴은 전혀 없는 그런 곳이 가장 적절한 가출장소가 아닐까. 클로디아는 바로 그런 곳에서 비밀을 찾아가는(자신을 찾아가는)여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