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전쟁 - 슈퍼 달러의 대반격
레이쓰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부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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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제관련 책들은 대체로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깬 책이다. 제목부터가 흥미를 끄는 책이고 경제를 잘 몰라도 끝까지 몰입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달러가 세계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지 큰 그림을 구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중국을 G2 중의 하나로 단정하기에는 아직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12억의 인구 전체를 미국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중국은 더 이상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저가상품을 만들어주는 기지로만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영국 사학자 닐 퍼거슨이 제시한, 중국이 부의 생산, 미국의 부의 소비를 담당하며 상호의존적인 구도 발전하고 있다는 '차이메리카'의 개념이 어느 정도는 타당성이 있지만 중국이 과연 이런 구도에 만족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중국은 이제 단순히 다국적 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벗어나서 자체 생산력을 지닐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보유하기 시작하는 상태이다.

 

중국은 19세기, 20세기를 제외하고는 세계의 중심이었다. 이제 중국은 다시 옛 영광을 되찾으려 할 것이고 개방정책 이후 형성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화사상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에다 미국 내의 생산기지가 공동화되다시피 한 상황에서도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로 무한정 달러를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지금의 경제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그렇다고 달러를 진짜 무한정 찍어낼 수는 없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갚기 위해 독일이 마르크화를 무한정 찍어내는 바람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겪어야했고 화폐는 말 그대로 휴지가 되었다. 어쨌든 한 때 달러의 자리를 엔화가 도전하려 했고, 유럽이 유로화를 통해 도전하려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제 달러에 대항할 수 있는 화폐는 위안화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달러처럼 한 나라의 화페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했다.

첫째, 경제규모가 세계 경제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자본시장이 개방되어야 한다.

셋째, 화폐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넷째, 산업과 무역의 형태가 다양해야 한다.

저자는 중국은 다른 세 가지 조건은 갖추어진 상태지만 두 번째, 자본시장이 개방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아직 자본화가 덜 된 중국의 농촌지역까지 자본화를 거친 이후 충분한 자본이 형성되면 위안화가 달러와 같은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동남아시아에서는 기존 달러의 역할을 위안화가 대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ASEAN+한중일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가 설립되는 것을 보면 달러에 조금씩 대항해하고 있는 중국의 저력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와 같은 입장에서는 어느 한 나라가 기축통화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보다 달러, 유로화, 위안화가 경쟁하는 시스템이 낫지 않을까. 경제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어느 한 나라의 일방적인 패권보다는 각각의 세력들이 균형을 갖는 것이 주변국들로서는 더 유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혹은 가능하다하더라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닐까. 미국은 막강한 금융자본과 세계금융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기축통화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는 전략을 끝까지 추구할 것이고(영국처럼 자연스럽게 세계통화로서의 지위를 내려놓는 방법을 쓸지도 모르겠지만), 유로화는 유로존의 범위를 넘어서 세계의 통화로서 확대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에 구제금융 지원을 하면서 끝까지 유로존에 남아 있게 하려는 것도 유로화의 패권을 확대대해 나가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닐까 싶다. 그리스나 영국 같은 나라들이 유로화에서 하나둘 빠져나간다면 유로화의 지위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니까.

 

사실 세계의 경제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세계 모든 나라가 자본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포획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고 그 흐름을 지혜롭게 포착하지 않으면 언제든 1997년과 같은 사태를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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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동주
안소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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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지 않은 여학생이 있었을까? 시인의 청정한 시와 시인의 흑백사진 초상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소설과는 다르게 시는 작가 자신을 담지 않을 수 없는 문학이다. 시인의 시에서 순수한 영혼을 느낄 수 있었지만 한 권의 시로는 시인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을 채울 수는 없었다.

 이 책 '시인, 동주'는 그런 갈증을 다소나마 해결해주는 책이 아닐까싶다.

 

  비록 이 책의 저자 안소영이라는 이름은 미처 기억하지 못했지만 저자의 이력에 '책만 보는 바보'라는 책이 있는 걸 보고는 읽기도 전에 믿음이 생겼다. '책만 보는 바보'를 읽었을 때의 그 감동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책이 마음의 양식만이 아니라 진짜 양식이 되기도 하고 한 잔의 술이 되기도 했던 가난한 조선의 선비들의 이야기가 퍽 아름답게 그려졌던 걸로 기억된다.

 

  윤동주. 온 국민이 다 아는 시인이지만 그의 삶이 어땠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윤동주에 관한 많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해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삶을 마칠 때까지의 이야기를 재구성해냈다. 얼마나 사실에 근접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안소영의 글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졌고, 윤동주 시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이 소설에서는 시인 윤동주를 알아가고 그의 시들이 어떤 상황에서 씌어졌는지를 알아가는 것도 재미이지만 일제강점기를 살아갔던 학생들의 모습과 우리 국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최현배, 허웅 선생님 같은 분들을 직접 바라보듯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최현배 선생이 조선총독부에 의해 교수직을 잃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게 되자 학교측에서는 도서관직원으로 고용한다. 최현배 선생은 학생들이 앉아 공부하는 도서관 의자에 앉아 연구를 계속하고 선생이 앉는 자리는 언제나 비어 있다. 학생들은 도서관 의자에 앉아 연구에 전념하는 선생의 등을 바라보며 절을 올린다.

 

  반면 기차역에서 일본군인을 환송하러 나온 문인들의 모습을 씁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주를 비롯한 학생들의 시선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시대를 살아간 식민지 지식인, 청년들의 모습을 살아서 만나는 듯 생생하게 복원하고 있다. 때로는 부끄러운 모습으로, 때로는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어느 시대인들 그렇지만 않겠냐만은 참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대였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윤동주나 사촌형 몽규처럼 만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학생들에 비해 오히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학생들이 민족의식이 더 없었다. 그들에게 조선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나라이고 태어나서 줄곧 겪어온 것은 천황이 다스리는 일본이라는 나라였다. 태어날 때부터 일본식교육을 받고 학교에서는 조선 임금의 역사가 아니라 일본천황의 계보를 외워야 하는 아이들에게 진짜 자신의 나라가 어느 나라냐고 묻는다면 조선이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되었을까 싶다.

 

  30년대 말, 40년대 초반 한반도 내에서는 이미 식민지 상황이 고착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더 이상의 저항도, 희망도 품을 수 없은 그런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다수의 문인들은 친일파로 전향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절필이라는 방식으로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윤동주는 묵묵히 자신의 시를 썼고 졸업을 앞두고는 그동안 써왔던 시를 출판하려고까지 했다. '별 헤는 밤'은 그 시집 마지막에 싣기 위해 쓴 시였다. 하지만 지도교수의 만류로 결국엔 출판은 포기하고 시인이 직접 필사해서 3권의 책으로 만든다. 그 중 후배 정병욱에게 준 한 권이 남아서 독립 이후 처중과 벗들에 의해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일본 유학 중에 친구에게 보낸 시 몇 편이 더해져서.

 

  후배 정병욱은 전쟁터로 떠나기 전 윤동주가 준 필사본을 잘 보관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의 어머니는 이 필사본을 항아리에 담아 마루 밑에 묻었고 아들의 간곡한 부탁을 지켜냈다.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일본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광복이 되고 그의 벗들은 대부분 돌아왔지만 일본유학을 떠났던 윤동주와 사촌 형 송몽규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윤동주 시인이 미처 쓰지 못했던 아름다운 시들이 그리운 하루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우리나라의 중고등학생들이 꼭 읽어봤으면 싶다. 우리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말로 시를 쓴다는 것이 한때는 얼마나 큰 일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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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토익 만점 수기 -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재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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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독자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헐. 쩐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무 재미있다. 무조건적인 재미가 이 책의 7할이라면 나머지 3할은 우리의 현실에 대한 짠한 풍자가 아닐까. 나도 진짜로 제목만 보고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이런 책인 줄 알았다는... 이제와서 토익만점 받는 비법을 알아서 뭐하겠냐는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했었다는...

 

  진짜 수기가 아니어서 다행인 우리의 책 속 주인공(이름이 기억 안 난다. 이름이 없었을 리는 없을텐데. 그냥 나였나? 수기나까 '나'일 수도 있겠다.)은 호주로 어학 연수를 떠난다. 토익 590점이라는 비참한 현실과 함께. 호스텔에서 만난 제임스는 '스릴을 즐기며 영어를 배우라'는 충고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봉투를 하나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버스에서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기며 봉투는 농장주인인 스티브에게 전달된다. 스티브는 바나나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업무 비밀이 따로 있다. 바로 바나나 농장에 숨겨서 키우고 있는 마리화나이다. 우리의 주인공이 배달한 그 봉투 속에는 마리화나 씨앗이 들어있었다. '스릴을 즐기며 영어를 배우라'는 충고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부탁을 한 것이다.

 

  스티브가 구사하는 영어에 반한 우리의 주인공은 스스로 인질이 되겠다고 한다. 경찰들이 마리화나를 찾기 위해 불시에 나타났을 때 자신을 인질로 삼아 빠져나갈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것이다. 스티브도 그 제안에 동의하고 우리의 주인공은 바나나 농장(정확하게는 마리화나 농장)의 인질로서 본격적인 호주어학 연수를 시작하게 된다.  바나나가 나무가 아니라 거대한 풀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배우면서.

 

  참, 농장에는 스티브 외에 그의 아내 요코라는 여자도 함께 살고 있다. 정확하게는 땅 속 벙커에서 살고 있다. 스티브와 대화를 하지 않은 지는 오래 되었다. 그녀는 아폴로 13호를 믿는 좀 특별한 여자였고 조지 워싱턴, 조지 부시, 엘리자베스 여왕 등은 지구를 정복하려는 파충류라고 믿는 여자다.

   이쯤에서 나의 아버지도 소개해야 겠다. 나의 집 거실에는 이주일을 닮은 재림주의 초상사진이 걸려 있다. 아버지는 이주일을 닮은 재림주 덕분에 그들 부자가 생명을 구했고 구원받았다고 믿고 있다. 안타깝게도 재림주를 믿지 않은 엄마는 연탄가스 사고로 죽고 말았다. 아버지는 성장을 한 교회 아줌마 아저씨들에 의해 정기적으로 습격(그들은 구둣발인 채로 거실로 쳐들어와서는 재림주의 초상사진을 비롯해 거실을 짓밟고 간다.)을 받는 수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믿음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편 나는 스티브의 농장에서 토익문제를 풀어보고는 점수가 많이 올랐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 그러다 이웃 바나나 농장 부부를 우연히 알게 되고 나는 그들 부부의 목소리가 어딘지 익숙하다고 느낀다. 그들이 구사하는 완벽한 영어에 감탄한다. 스티브와 요코가 쓰는 영어와는 격이 다른 영어였다. 그렇다. 그들은 바로 은퇴한 토익성우였던 것이다. 나는 그들의 완벽하고 품위있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그 집의 하인으로 들어간다.

 

  그들의 은근한 멸시 속에서도 나는 꿋꿋이 토익만점을 위한 도전은 계속된다. 드디어 나는 토익문제 유형을 분석할 만큼 토익문제에 최적화된 영어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 사이 스티브의 농장에는 마리화나를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찾아오고 경찰이 농장을 덮치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 나는 정말로 스티브의 인질이 되어 경찰과 대치하는 중에 다리에 총상을 입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곧 이어 치른 토익시험. 결과는? 제목이 '나의 토익만점수기'가 아니던가.  만점이 아니면 이런 제목이 나올 리가 없다. 스티브로부터 다시 인질로 오지 않겠냐는 엽서를 받는다. 나는 아버지를 그곳으로 보내기로 한다. 아폴로 13호를 믿는 여자도 살아가는 나라니까 이주일을 닮은 재림주를 믿는 남자 하나쯤이야 별 문제없이 받아들여질 것이므로.

 

  스티브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너희 나라는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그 나라 국민으로 인정받느냐'는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영어를 잘 해야 국민으로 인정받는 나라. 이게 풍자의 핵심인 것 같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영어를 잘해야 국민으로 인정받는다니. 그럼 나는 인정받지 못하는 국민임에 틀림없다.

 

  온국민이 영어에 목숨거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고작 영어하나 배우겠다고 가족해체를 마다하지 않는 나라. 한번 돌아볼 일이다. 영어가 남보다 좀더 좋은 자리, 나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동앗줄이라도 된다는 듯이 온국민이 그 줄 하나에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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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렌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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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5센티미터의 남자와 살인현장이라... 불협화음이다. 제 한 몸도 스스로 지킬 수 없을 것 같은  왜소한 몸으로 사방이 피투성이인 살인현장에 서 있는 남자. 두 명의 여성으로 추측되는 시신이 몹시도 심하게 훼손된 채로 바닥을 뒤덮고 있는 범죄 현장. 카오스, 혹은 지옥과도 같은 현장에 선 145센티미터의 남자. 잔인한 폭력과 연약함. 묘한 대비가 초반을 이끌어가는 힘이라면 중반 종반에 이를수록 신체적 대비에서 오는 왜소함은 조금씩 잊혀지고 독특한 아우라를 지닌 형사 카미유 베르호벤으로서의 모습이 점차 자리를 잡아간다.

 

   그리고 그의 아내 이렌.

 

  처음부터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추리소설보다는 연애소설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제목 같기는 하지만. 이전의 제목 '능숙한 솜씨'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은 아니다. 그냥 나는 추리소설입니다라고 광고하는 그런 제목인 것 같다.

 

  중간 정도까지 왜 제목이 이렌인지 꼭 이렌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가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불안해진다. 그렇게 되면 너무 뻔하지 않나 제발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어쩌면145센티미터의 남자에게 이렌 같은 아름다운 여자는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가 비록 파리 최고의 형사이고 어머니를 닮아 예술적 안목이 뛰어나고 강한 카리스마까지 느낄 수 있는 남자라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추리소설을 접한 적이 거의 없어서 이 소설이 잘 씌어진 소설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무서웠고 잔인했고 그리고 재미있었다. 살인현장에 있는 손가락 지문 같은 사인이나 명작을 모방하는 범인의 수법 등이 이미 추리소설의 전형을 보는 것 같기는 하지만. 추리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영화 등에서 충분히 보아왔다. 범인이 모방한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긴 했지만 사람의 육체를 대하는 그 잔인한 방식 때문에 일부러 찾아서 읽어볼 것 같지는 않다.

 

  책을 읽는 내내 등 뒤가 서늘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마지막 범죄현장을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지나치게 잔인한 느낌이었다. 누가 더 잔인하게 그릴 수 있는가을 보여주는 게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기법인가 할 수 있을 정도로. 추리소설에 익숙한 사람들은 나와 같은 인상을 받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전율을 느낄 만큼의 잔인함이 이런 류의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일 수도 있겠고. 어쨌든 사람을 대하는 그 잔인한 상상을 읽어내기가 버거웠다.

 

  이렌, 아름다운 이름이다.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래서 철저히 파괴될 때 더욱 서늘했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질 때 더 허망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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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 삶, 사랑 그리고 사람에 대한 30가지 지혜
칼 필레머 지음, 김수미 옮김 / 토네이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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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연애를 시작하는 당신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것도 너무 늦지 않게. 연애를 책으로 배울 수는 없겠지만 저자가 인터뷰한 700인의 현자의 말씀을 통해 연애도 결국은 인간관계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비록 연애와는 100억 광년 정도의 차이가 나는 나이지만 주변의 미혼여성들에게 특별히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친구들, 사회생황을 하면서 만난 지인들에게서 들었던 부부관계가 계속 떠올랐는데 안타까운 것은 그들은 그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결국에는 결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는 젊은 연인도 내 남자친구에게 혹은 여자친구에게 의심스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결국에는 결혼을 결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각종 상황에 떠밀려서. 혹은 자신을 속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700명의 노인들이 말하는 '관계를 시작하면 안 되는 위험신호 3가지'였다.

  첫째, 아무도 내 파트너를 좋아하지 않는다.

  둘째, 심하게 화낼 일이 아닌데 화를 폭발한다.

  셋째, 술을 절제하지 못한다.

 

  실제로 주변에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위의 조건 중에서 한두 가지는 꼭 해당되는 것 같다.

 

  솔직히 이 경우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결혼은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시한폭탄을 안고 하는 결혼이나 마찬가지다. 그 폭탄이 터지지 않더라도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마음 고생을 견뎌야 하고 만에 하나라도 파트너의 태도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온 젊은 날을 다 바쳐야만 한다. 이혼하지 않았을 뿐이지 결코 행복한 경혼생활이라고는 할 수가 없다.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 지인이 자신의 남자 친구가 두 가지에 해당한다는 말을 들었다. 아직도 남자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있는 그 친구에게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말은 하지 못하지만 (어쩌면 이 책을 권한 것부터가 간섭인지도 모르겠다.)한번쯤 신중히 남자친구를 살펴볼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혼도 결국은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다. 좋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은 당연하고 그 관계를 통해 더욱 관계를 넓혀가고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이란 본격적인 관계에 돌입하기 전에 저자의 말처럼 자산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야져야 한다. 기업의 인수합병에만 자산조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결혼에서도 자산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상대방의 인성, 가치관, 가족관계, 경제력 등 전방위적인 자산조사가 필요하다. 어찌보면 아주 영악하고 계산적인 행동인 것 같지만 결혼이라는 내 삶 전체를 건 인수합병에 앞서 이 정도의 수고마저 들이려하지 않는다면 그건 무모한 모험일 뿐이다.

 

  이 책은 사랑에는 감성적인 면 뿐만 아니라 냉철한 이성도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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