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잘하면 되고, 나만 똑똑하면 되고, 나만 성실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모두 남이 되었습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거의 남이 되었습니다. 오십의 바다에 홀로 남은 섬이 되었습니다. - <오십에 읽는 논어>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9207 - P3

숨 막히게 달려왔던 경쟁의 속도를 줄이고, 인생 후반 목표와 함께 균형 잡힌 삶, 주도적인 삶, 성숙한 삶, 공감하는 삶을 생각해야 할 시간입니다. - <오십에 읽는 논어>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9207 - P4

子曰 人無遠慮 必有近憂
자왈 인무원려 필유근우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늘 가까이에 근심이 있다." - <오십에 읽는 논어>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9207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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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속살이 드러나는 글을 이렇게 길게 써본 적이 없다. 이렇게 순간순간을 스냅사진처럼 찍어두고 싶었던 적도 없다.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10

안 되겠다. 글로 써두자. 그렇게 페이스북에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척 건조했을 것이다. 메모에 가까운 레시피였을 테니까. 저절로 조금씩 변했다. 내가 왜 이 요리를 하게 되었는지, 요리를 처음 배우고 하면서 느낀 점도 조금씩…… 스냅사진처럼 더했다.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11

그 말이 참고 있던 내 슬픔의 주머니도 터뜨렸다. 말은 참 힘이 세다. 슬프다고 말하기 전에도 슬펐지만 눈물을 흘리는 날은 드물었다. 사무친다는 말은 바늘이 되어 이미 터질 듯 부풀어올라 있던 눈물주머니에 와 닿았다. 글을 쓰고 나서 울거나, 한참 울다가 글을 쓰거나, 울면서 쓰기도 했다.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11

그즈음 우연히 〈녹터널 애니멀스〉(야행성 동물)라는 영화를 조금 보았다(전편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잘 안 되었다).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왜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글로 써두려 하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죽어가는 것들을 살려내어 영원히 남겨두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들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12

편집자의 눈으로 보아도 글이 좋다. 절제되어 있고 우아하다. 슬픔은 그림자처럼 곳곳에 스며들어 숨어 있지만 독자들에게 들키고 싶어하고, 그 슬픔은 기쁨을 준비하네. 슬픈 이야기지만 독자들이 읽으면 행복할 거야.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13

그 반달 정도 시간을 줄 테니까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 내가 죽고 나면 어떻게 살 건지 알고 싶어. 당신이 가장 잘 하는 일,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시작해. 이제 더이상 거칠 게 없을 테니까. 죽기 전에 당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건지 분명한 그림을 보고 싶어.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죽을 수 있게 해줘."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15

싱싱한 콩나물에 좋은 양념들이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먹을거리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쳤다. 작은 그릇에 예쁘게 담고 깨소금을 좀 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참기름이나 들기름, 들깻가루를 더 치거나 덜 치면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콩나물 무친 것을 덜어서 삶아낸 물에 다시 넣고 끓이면 콩나물국이 된다.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21

내가 쓰는 레시피는 누군가 따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음식을 만드는 감각과 느낌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쓴다. 특별히 공부하지도 않았고 배우지도 않았다. 그러기 전에 해야 했기 때문에 물어가면서 하고 있다. 이제는 칼질도 많이 늘었다. 구단이나 십단들께서 보시면 아직 멀었겠지만.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22

맛있는 음식은 마음으로 만들어진다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고 재료와 소통해야 한다. 화를 내면 음식도 화를 낸다. 짜증난 상태에서 만든 음식은 짜다. 오늘 아침에 부엌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나 보다. 몰입해서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나물을 무쳤다.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22

볶음밥을 맛있게 만들려면 찬밥으로 만드는 게 좋다. 따뜻한 밥은 세상과 부대끼며 단련되지 못했기 때문에 여물지 않다. 뜨거운 불과 싸우며 밥 한 알 한 알이 기름을 만나야 하는 고난을 생각하면 역시 찬밥 이미지 아닌가.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23

오이나물만으로 아침 먹겠나 싶어서 좋아하는 콩나물국을 끓였어. 버섯나물도 했고. 식탁에 차려둔 것들 가운데 콩나물국만 전자레인지에 넣어 일 분만 데우면 돼. 혼자라도 아침 잘 챙겨 먹어. 맛있게. 약도 잊지 말고.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26

라면류는 센 불에 팔팔 끓여 삶아야 맛있다. 그쯤은 오랫동안 라면에 단련되었을 테니 다들 알고 있을 거라고 믿고.
완두콩이 있으면 짜장에 얹어 먹으면 왠지 모르게 맛있다. 당연히 짜장면 위에는 채로 썬 오이 조금, 삶은 달걀 반개를 앙증맞게 올려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 내놓았더니 다들 ‘먹고 죽자’면서 폭풍흡입을 한다.
이거 원. 살리려고 만든 건데.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28

여러 가지 콩과 찹쌀 현미를 섞고 상황버섯 우린 물로 맞추고, 마지막에는 아마씨와 강황 가루를 올려 지은 밥과 함께 내놓는다.
꼭꼭 씹어 먹으면 고소하고 맛있는 밥이다. 물론 그것도 힘이 좋은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긴 하다. 끝없이 피로한 사람에게 이 거친 밥은 위로가 안 될 때가 있다. 참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게 뭔가 궁금하다. 먹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영양이 좋은 밥’.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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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미분하니 모든 게 순간이 되고
밤하늘에 나타난 별들은
용건만 간단히
저마다 한마디씩 소곤대며 빛나네.
귓속말. - <계절성 남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61 - P7

이제 나의 ‘숨’을 ‘말’로 전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무수히 많은 말들을 숨으로 돌려놓고 싶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들숨 혹은 날숨의 귓속말들인데, 길게 내뱉는 한숨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품처럼 싱거운 말로 들릴 수도 있을 테지요. 그렇다 해도 나의 입김이 당신의 귓바퀴에 가닿으며 건네는 귓속말들은 일상에서 건진 나와 당신의 소중한 숨의 무게를 담고 있을 것입니다. 말의 무게보다 숨의 무게로 당신의 가슴이 먼저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계절성 남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61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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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말대로 우리가 삶이라는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하며 살아가고, 고프먼의 말대로 우리의 자아가 목격자의 해석으로 평가되는 ‘연출된 자아’라면, 우리 모두는 일정량의 허영심을 필요로 한다. 허영심은 우리를 보기 좋게 치장하는 것이자 나 스스로를 대우하는 하나의 도구인 셈이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32

그 일 이후, 나는 아무것에도, 그 아무것에도 마음을 주지 못했지요. 어떤 직업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하는 내가 되었지요. 오물청소부.30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45

에두아르의 목소리다. 화들짝 놀라 얼른 문을 열었다. 그가 품 안 가득 책을 껴안고 낑낑거리며 서 있다. 얼굴에는 미소를 머금고 죽어가는 목소리로 도와달라고 한다. 가슴팍의 책들이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이다. 이 인간은 뭘 해도 어설프다. 받아든 책에서 책 곰팡이 냄새가 진동한다. 거리에 버려진 책들을 주워왔나보다. 나는 땅거지와 살고 있는 것인가?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57

빙그레 미소 짓고 말았다. 묘한 아늑함에 휩싸인다. 어릴 적 자주 가던 우리 동네 헌책방이 떠오른다. 지금은 서촌의 관광명소가 되었다는 내 어릴 적 추억의 헌책방. 책방 주인 할머니는 잘 계시려나? 에두아르의 누더기 책이 가득한 서재에서 나는 잠시 추억에 잠긴다. 그의 말대로 낡은 것에는 새것이 갖고 있지 않은 많은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이 먼지투성이 거지 같은 서재에는 에두아르의 추억이 가득하다. 추억은 이야기를 한다. 집에 추억의 이야기가 있는 방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 싶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65

글을 쓴다는 건 끝이 없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한 시간을 보내고, 하나의 이미지와 한 개의 단어를 오 분 넘게 떠올리는 일.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배가 고파지지 않는 이상 아무도 제지할 수 없고 멈추게 할 수 없는, 일상과 상관없는 것들을 생각하는 일. 이처럼 매력적인 일이 또 있을까요?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74

이 작은 회오리바람 덕분에 집안은 생기를 띱니다. 그녀에게 덜렁쇠 남편이 없었다면 그녀는 회오리바람으로 변신할 필요 없이 버려진 전쟁터에서 글을 쓰고 있었을 게 틀림없습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76

사물의 부조리를 글로 극복할 수 있다는 열망과 아름다움에 대한 처절한 저항, 행복이 손에 잡힐 듯해 희망에 부푸는 신비한 순간들, 우아한 패배와 반항을 어쩌면 이렇게 잘 묘사할 수 있을까요? 감탄했습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77

우리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무실을 오가는 당일치기 여행을 하며 책상 앞에 앉아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착각의 희생자는 아닐까요? 이런 잡다한 질문에, 프루스트는 어김없이 답해줍니다. 누군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며 외로운 여름나절을 보내는 것이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한다면, 저는 조금 과장해서라도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프루스트와 함께라면 당신은 지금의 고통에서 멀어질 겁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78

바칼로레아를 치러야 했던 해, 우리는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공부했습니다. 이 책 속에는 마치 예전부터 존재해 온 손톱 모양이나 눈동자 색깔 같은 이유 없는 슬픔과 혐오가 가득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한 번의 수확을 마치면,
삶은 고통이다
이것은 잘 알려진 비밀이다
그것은 진정한 우울이다
낮은 하늘이 뚜껑처럼 무겁게 드리워
기나긴 권태 속에 신음하는 영혼을 짓누를 때… 33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79

그의 시 <시체>를 통해 이 세상 모든 죽음을 직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태양은 그 썩은 것을
마치 알맞게 익힐 셈인 양 내리쬐고
덩어리진 모든 것을 한데 모아
수백 배로 만들어 대자연에게 갚으려 한다34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79

그의 또 다른 시에서 부재하는 현실의 부드러움을 대면했습니다.

보라! 저 운하 위에서
잠자는 배들을
유랑은 그들의 타고난 기질
당신의 작은 욕망을
가득 채우려
그들은 세상 끝에서 온다35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80

제목과 달리 ‘악의 없는 섬세함’으로 가득한 《악의 꽃》은 너무 일찍 잃어버린 저의 선천적 멜랑콜리를 상기시켜 주는 작품입니다. 덕분에 저는 예술가는 되지 못했지만, 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80

플로베르는 샤를의 두 번째 결혼을 다음의 한 문장으로 정리해 버립니다.

그리고 셔츠는 한결같이 갑옷처럼 가슴께가 불룩했다.37

이것이 바로 플로베르입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순수함과 어리석음, 더디게 흐르는 나날 속에서 잊히는 기쁨과 고뇌, 언제나 똑같은 일상을 아이러니하면서도 끔찍하게 표현합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81

하늘 아래에서 생생하게 벌어지는 진흙탕 같은 나날의 붕괴와 웅대하고 하찮은 사랑의 이야기. 각 페이지에 등장하는 플로베르의 풍부한 언어와 생각, 문장, 표현 방식, 단어, 세상에 있을 법하지 않은 만남의 희열, 이 모든 것을 기억해 두고 인용하고 싶은 책이 바로 《보바리 부인》입니다. 지나치게 완벽하고, 지나치게 총체적인 이 책에 집중하다 보면 기진맥진해져 배가 고파지곤 합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82

삶의 이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보내는 수많은 나날로 채워진 삶을 플로베르는 그가 가진 역량으로 즐기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플로베르와 화해한 저는 《보바리 부인》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습니다. 샤를과 엠마는 서로 다른 인간상을 보여줍니다. 어떠한 열정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샤를과 지나치다 못해 빗나간 열정으로 삶을 망쳐버린 엠마를 플로베르의 냉철한 언어로 읽어내리며, 삶의 형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84

여기 프루스트나 플로베르의 소설만큼이나 섬세하고 정교한 소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말하고 싶은 이 소설에는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한 삶이 있습니다. 바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입니다.
복잡하게 뒤엉킨 미로 같은 마음을 슬픔이나 괴로움, 그 어떠한 신음도 추함도 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결혼식이라니! 정말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84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우리가 가장 행복할 때는 바로 사랑이 싹트기 시작할 때(그 설렘이란!)와 그 사랑이 ‘결정화結晶化, cristallisé’될 때가 아닐까요? 마리보의 희극에는 그런 행복이 가득합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85

행복을 거론하다가 갑작스런 반전인 듯하지만, 이번엔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는 19세기 프랑스 노동자의 처절하게 비참한 삶이 잔혹할 만큼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프루스트를 친구로 두고 보들레르의 시를 암송하며 고독한 영혼인 듯 젠체하던 저에게 ‘역겨우니 정신 차려!’라 외치며 뺨을 때리듯 다가온 작품입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86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비참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 어디에나 실존했고 여전히 실존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거장 졸라는 너무도 사실적으로 가감 없이 들려줍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86

에른스트 윙거의 《강철 폭풍 속에서》, 1차 세계대전의 실상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충격적이지만 신선하게도 ‘전쟁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전쟁에 참가했던 작가 윙거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마주친 인간성의 아름다움과 용기에 대해 말합니다. 그 속에서 단련된 영혼을 그립니다. 제게 전쟁과 인간성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생각을 제시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88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 여인의 감정을 미묘하게 잘 분석한 작품, 헨리 제임스의 《비둘기의 날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책입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88

글을 마무리하면서 ‘인생책’이라는 말을 되뇌어봅니다. ‘인생’이라는 단어는 ‘책’이라는 단어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이란 우리네 인생과 함께하는 좋은 벗인 것 같습니다. 때론 다정하게 다독여주고 때론 따끔하게 충고하며, 어떤 때는 생각지 못한 고민을 털어놓아 당황하게 만듭니다. 책이란 같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드는, 그런 조금은 골치 아프지만 사랑스러운 친구입니다. 저는 그런 친구가 제법 많고 앞으로도 계속 사귀어나갈 생각입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89

작가 이만근은 그의 담백한 에세이집 《풍경의 귓속말》에서 ‘꿈이란 돈을 예쁘게 부르는 말이 아닌가’라고 독백한다. 또 ‘돈을 잘 벌면 안 착해도 될 것 같아 부러워요’라고 덧붙이며 지금의 우리 한국인들에게 조용히 충고한다. 드디어 이 책을 통해 할말이 생겼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95

여기 주목받을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에두아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좋지 않은 머리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사용하려 드는 고집쟁이이자, 상상을 초월하는 덜렁이 모지리이다.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뛰어난 것이라고는 ‘끊임없이 읽을 수 있는 능력’밖에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95

에두아르는 그저 앉아서 주구장창 읽으며 뭔가를 알아가는 것이 즐겁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며 감탄하고 동감하며 울고 웃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풍요롭게 만든다.
스스로의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삶.
이보다 더 성공적인 삶이 있을까? 절대 깨지지 않는 내면의 단단한 풍요로움으로 무장한 에두아르는 진정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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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는 게 늘어난다.
에두아르가 미친 책벌레가 된 데에는 이러한 사연도 있었던 것이다. 하루에도 여러 권의 책을 돌려 읽는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모르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보다 내일 더 무식해져 있을 사나이, 내 남편 미친 책벌레 에두아르가 유식해질 날이 오기는 할까?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199

에두아르는 천재들 사이에서 상대적 열등감을 느끼면서 그들과 동등해지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러는 사이 책 읽기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176

에두아르는 책이 재미있어서 읽는다. 독서는 그에게 가장 큰 오락이다. 에두아르가 만약 천재들에 대한 상대적 열등감만으로 미친 책벌레가 되었다면 독서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십 년 끊임없이 해오지 못했을 것이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179

지금은 어려워서 이해할 수 없으니 나중에 커서 이해할 수 있을 때 사주겠다고 하면 아이는 그 책을 커서도 읽지 않게 된다. 단, 생떼를 부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주어야 한다. 아이가 갖고 싶은 것에 대한 욕구가 절정에 달하면 그 물건에 대한 애착과 호기심이 생긴다. 부모는 아이를 관찰하면서 아이가 관심을 보이거나 관심이 생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는 순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이의 관심거리와 관련된 책이나 물건을 사주어야 한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을 부모 마음대로 먼저 제안하거나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183

에두아르는 독특한 독서법을 가지고 있다. 일분일초라도 짬이 생기면 책을 읽어대는 그는, 한 권 다 읽고 그다음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돌려가며 읽는다. 잠자기 전 침대에서 읽는 책, 영화관에서 광고가 흐르는 동안 읽는 책(그는 영화 시작 직전까지 휴대폰 라이트를 켜서 책을 읽는다), 슈퍼마켓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서야 할 때 읽는 책, 전철 안에서 읽는 책 등등 그때그때 그의 손에는 다른 책이 들려 있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188

선뜻 우리는 이렇게 묻는다. "그 사람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아는가" "그 사람 시와 산문을 쓸 줄 알아?"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 사람은 더 선해지고 현명해졌는가?" 우리는 가장 많이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오성悟性과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은 공허하게 비워놓고서 오로지 기억을 채우기 위해 분투한다.26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193

자칫 식상해질 수 있는 이 이야기를 알랭 드 보통은 흥미로운 접근 방식으로 풀어낸다. ‘똑똑한 사람이 알아야 한다고 하는 것에 대한 시험문제’와 ‘몽테뉴식 지혜에 관한 시험문제’를 비교해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바로 이것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똑똑한 사람이 알아야 한다고 하는 것’으로 에두아르를 시험해 보고 싶은 악마 같은 호기심.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ㅂ - P193

에두아르가 남들은 다 읽은 책을 읽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무식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그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06

얼마 전 에두아르는 블라디미르 비소츠키의 전기문을 읽었다. 비소츠키는 구소련의 독재체제에 억압받는 인민을 대변해서 당을 비판했던 저항 가수다. 비소츠키의 전기를 읽는 내내 에두아르는 들떠 있었다. 그는 비소츠키가 되어 구소련의 대중들 앞에서 열창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가슴이 뜨거워졌을 것이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13

나는 "요즘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사는 것 같다"고 얼버무리며 언젠가 주워들은 어빙 고프먼의 《자아 연출의 사회학》의 일부를 읊었다.

공연된 자아란, 개인이 그럴듯하게 연출하여 남들로 하여금 그를 그가 연기한 인물로 보게 만드는 일종의 이미지다. 이 이미지가 사람들의 관심을 촉발하고 연출된 자아를 개인의 자아로 여기게 만들지만, 자아는 그 개인에게서 비롯되기보다 개인의 활동 무대 전반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목격자들의 해석에서 비롯된다.28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24

에두아르는 내 말을 받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좋으실 대로》에 나오는 대사를 연기한다.

세상은 모두 하나의 무대다. 모든 남녀는 그저 배우일 뿐! 무대에 등장했다가 퇴장한다. 사람은 인생에서 여러 역을 연기한다. 인생은 7막의 연극이다.29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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