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은 동물이나 식물, 사물보다는 자신이 훨씬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들은 식물과 사물보다는 스스로가 더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여긴다. 식물들은 사물보다는 더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꿈꾼다. 그런데도 사물들은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존속은 다른 무엇보다 더욱 강한 생명력을 의미한다.

-알라딘 eBook <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중에서 - P57

창조란 단지 시간을 뛰어넘어 영구히 존재하는 어떤 것을 상기시키는 행위일 뿐이다. 무(無)로부터 무엇인가를 창조할 능력이 인간에게는 없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알라딘 eBook <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중에서 - P57

사물은 시간도 움직임도 없는 다른 현실 속에 몸을 담그고 있다. 단지 그 표면만 드러나 있고,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나머지 속에 물질적 대상의 의미와 본질이 숨겨져 있다. 커피 그라인더가 바로 그러한 예다.
그라인더는 ‘갈아낸다’라는 관념으로부터 도려낸 형상의 조각이다.

-알라딘 eBook <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중에서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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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수모에 더해 자존심까지 잊은 용사들을 위해 회사원이라는 신분을 마련해 놓은 거라고. - <언러키 스타트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9993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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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학은 19세기 말 인류가 자만심에 한껏 취해 있던 시기에 태동했다. 별들의 지도를 그리고, DNA를 분리한 뒤, 원자핵 분열을 일으키기 직전이었다. 우리의 지적 능력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러 인류가 세운 목표를 전부 성취하면서 과학이 막을 내리는 순간을 목격하는 듯했다. - <양자역학 이야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2943 - P6

양자물리학은 일반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는 네 변 삼각형과 숫자가 존재하는 세계다. 평행우주와 모순이 여기저기 숨어 있고, 사물들은 존재하기 위한 공간이나 시간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 <양자역학 이야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2943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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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할 일은, 애써서 받은 그 ‘연구 면허’가 별무소용인 종잇장이 되지 않도록 연구자로서 할 일을 다 하는 것뿐이다. 평가하고 평가받는, 누구나와 같은 그 삶 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뿐이다.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30

거의 ‘지박령地縛靈’에 가까운 집순이, 연구실순이인 나의 인맥은 일가친척과 극소수의 어릴 적 친구들 몇몇을 제외하고는 죄다 천문학자 아니면 곧 천문학자가 될 사람, 그러려다 다른 길을 찾아간 사람, 그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 등으로 아주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31

우리가 은하니 성단이니 얘기할 때 사용하는 ‘우주’는 ‘유니버스’다. 별과 먼지와 행성과 우리 생명체를 포함한 모든 것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과 상황과 환경이다. 영화, 소설 등 예술작품 속에서 설정된 배경을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부르듯이, 유니버스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 그 자체로서의 우주다. 별까지의 거리, 성운의 크기, 가장 멀리 있는 은하까지의 거리, 은하의 나이, 우주의 크기 등을 구하는 것을 두고 ‘우주를 측정한다’고 표현하는데, 천문학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분야다. 필요한 단위 체계를 정하는 일도 포함된다. 이 넓은 우주를 센티미터나 킬로미터 단위로 재려면 여간 거추장스럽지 않겠는가.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33

‘코스모스’는 질서와 조화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우주다. 우주에 존재하는 그 모든 것에는 질서와 조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어버릴 텐데, 다행히도 우주의 먼지는 모이면 구름이 되고, 구름이 꼭꼭 뭉쳐 별과 행성을 만들어내고, 별은 제 안의 연료가 소진되면 남은 것을 폭발적으로 내어놓으며 다시 우주에 먼지를 공급한다. 별이 모이고 모여 성단을 이루고, 은하를 이루고, 은하단을 이룬다. 밤하늘의 별은 흘러가고 행성은 때때로 역행했다 다시 순행한다. 일식과 월식은 예측에 맞게 일어난다. 빅뱅 이론처럼 우주가 어떻게 생겨나고 진화했는가 살펴보는 분야를 ‘우주론cosmology’이라고 한다. 칼 세이건의 대표작인 그 책 이름이 『코스모스』인 것도 우주의 질서와 조화, 우주라는 대자연의 작동 원리를 논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우주’ 따위로 섣불리 번역하지 않고 원제를 그대로 사용한 것은 대단히 훌륭한 일이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34

컴퓨터 자판에도 있는 ‘스페이스’는, 자판에서와 다름없이 ‘공간’으로서의 우주다. 특히, 인류가 인공위성이나 우주선과 같은 인공물체를 보내 탐사하는 공간을 칭한다. 지구 주변의 환경과 그곳에 존재하는 플라즈마 등의 입자를 연구하는 분야가 ‘우주과학space science’이다. 인공물체가 도달한 우주 공간의 범위는 지난 40여 년간 크게 확장되었다. 1977년에 발사한 행성탐사선 보이저 1, 2호의 끊임없는 항해 덕분이다. 보이저는 이제 태양계 끝자락을 넘어갔다. 태양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인 태양권계면heliopause을 지나 항해를 계속하는 보이저와 함께 우리의 우주는 매일,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34

지금의 속도라면 우리은하는 수십억 년 후 안드로메다와 충돌할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은하의 충돌은 돌끼리 부딪히는 것과는 매우 달라서, 태양 근처에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 우리 태양계를 다 집어삼키거나 하지 않는 한, 우리는 밤하늘에 별이 유난히 많아지는 것 말고는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말이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35

호주 밤하늘의 남십자성은 우리 밤하늘의 북두칠성에 견줄 만하다.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보이는 별을 주극성이라고 부르는데, 호주에서는 남십자성이 주극성이라서 생일이든 아니든 매일 밤 볼 수 있다. 남반구에서는 북두칠성을 볼 수 없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36

생일 별자리와 관련된 황도 12궁은 우리나라에서도 호주에서도 주극성이 아니다. 뜨고 지는 ‘출몰성’인데, 계절에 따라 뜨는 시각이 바뀐다. 생일 별자리는 태양의 위치가 중요한 시스템으로, 내 생일에 태양이 내 별자리 구역에 임한다는 뜻이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36

블랙홀 자체는 볼 수 없지만, 빨려들어가면서 휘어지는 빛, 그리고 빨려들어가는 물질 일부가 방출하는 에너지로 블랙홀의 윤곽을 관측한 것이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38

지구 기후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조선시대는 13세기 초부터 17세기 말까지 지속된 소빙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 빙하기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추운 시기였다. 그중에서도 1650년에서 1700년 사이에 특히 온도가 낮아서 온 지구가 추위에 떨었는데, 이 시기를 마운더 극소기Maunder minimum라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서 한여름에 우박이 기록된 건수를 연도별로 살펴보았더니, 과연 마운더 극소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기록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40

1604년 10월 9일, 밤하늘에 별 하나가 갑자기 나타났다. 크고 무거운 별 하나가 제 수명을 다하고 장렬히 폭발하면서 갑자기 밝아진 것이다. 이것을 초신성이라고 하는데, 폭발할 때 급격히 밝아졌다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이 초신성의 기록을 남겼는데, 같은 시기 조선 관상감觀象監에서도 이를 관측한 기록이 있다. 시간에 따른 밝기 변화를 그려보면 케플러의 기록과 일치한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41

76년마다 돌아오는 핼리혜성도 우리나라 사료에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989년 고려 성종 때의 기록을 시작으로, 조선시대 말인 1835년까지 매번 핼리혜성을 관측하고 기록했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41

‘대졸자’라는 꼬리표 하나를 위해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소모되는데, 기업은, 화려한 스펙의 지원자가 몰리는 회사일수록, 큰 비용을 들여 대졸 신입사원을 재교육한다. 대학이 고등학교의 연장선이나 취업 준비소가 아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학이 학문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공부라는 걸 조금 더 깊이 해보고 싶은 사람, 배움의 기쁨과 앎의 괴로움을 젊음의 한 조각과 기꺼이 맞바꿀 의향이 있는 사람만이 대학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며 시간과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러려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경제적 부를 축적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모두가 대학에 다니는 바람에 ‘반값 등록금’이니 ‘국가장학금’이니가 국가적 관심사인 사회에서는 택도 없는 일이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45

관찰하고 탐구하는 그 자체가 학문적 태도다. 신기하고 새로운 현상을 배우고 발견하는 일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한다. 밤하늘의 모든 별이 한 방향으로 흐를 때 홀로 역행하는 행성을 발견하고 두려워하거나 신기해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여러 사람이 수 세기에 걸쳐 지식을 쌓아올리는 것, 끊임없이 검증하고 반박하고 새로운 근거를 더하는 것, 나의 생각을 제삼자의 눈으로 조망하는 것, 그것을 대학에서 배워야 한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47

논문에서는 과거 다른 사람이 발견하고 연구하고 논했던 내용을 정확히 밝히며 인용한다. 남의 업적을 내 것인 양하는 태도는 국가나 가족에 대한 긍지를 느낄 때나 쓰는 것이요, 남의 글 베끼기는 타자 연습할 때나 하는 일이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48

시적 허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학생이라면 학문적 글쓰기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문적 글쓰기는 유려한 글솜씨를 요구하지 않는다. 연구 내용이 별것 아니더라도, 글이 서툴더라도, 남의 것을 베껴 열 쪽짜리 보고서를 쓰는 것보다 한두 쪽이라도 자신이 행하고 생각한 내용을 형식에 맞게 쓰는 것이 더 지적인 활동이다. 그것이 대학의 모든 강의에서 공통으로 배우는, 혹은 배워야 할, 대학생으로서의 기본 소양이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48

내가 처음 시를 보여줬을 때, 그는 멍한 표정으로 노트를 앞뒤로 넘기다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이게 백상지 100그램짜리인가? 아주 비싼 종이에 시를 썼네. 다음부터는 싸구려 갱지에 시를 써." 그게 무슨 말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이건 그래도 시처럼 보인다고 말할 때까지 나는 수없이 많은 노트를 버려야만 했으니까.*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마음산책, 2004, 194쪽.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49

대학생은 시 쓰기를 연습하는 초보 시인과 같다. 남의 시를 베끼지 않고, 남의 시와 비슷하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시상을 훌륭하게 표현하는 그런 시를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내 생각’ ‘내 의견’이 뭔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러면 이과생도 일필휘지로 글을 쓸 수 있기 마련이다.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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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이들은 남지 못한 게 아니라 남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고, 남은 이들은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제는 안다. 어느 쪽을 선택했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에 이겨도 보고 져도 보는 경험이 나를 노련한 뱃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것을.

-알라딘 eBook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중에서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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