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속살이 드러나는 글을 이렇게 길게 써본 적이 없다. 이렇게 순간순간을 스냅사진처럼 찍어두고 싶었던 적도 없다.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10
안 되겠다. 글로 써두자. 그렇게 페이스북에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척 건조했을 것이다. 메모에 가까운 레시피였을 테니까. 저절로 조금씩 변했다. 내가 왜 이 요리를 하게 되었는지, 요리를 처음 배우고 하면서 느낀 점도 조금씩…… 스냅사진처럼 더했다.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11
그 말이 참고 있던 내 슬픔의 주머니도 터뜨렸다. 말은 참 힘이 세다. 슬프다고 말하기 전에도 슬펐지만 눈물을 흘리는 날은 드물었다. 사무친다는 말은 바늘이 되어 이미 터질 듯 부풀어올라 있던 눈물주머니에 와 닿았다. 글을 쓰고 나서 울거나, 한참 울다가 글을 쓰거나, 울면서 쓰기도 했다.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11
그즈음 우연히 〈녹터널 애니멀스〉(야행성 동물)라는 영화를 조금 보았다(전편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잘 안 되었다).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왜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글로 써두려 하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죽어가는 것들을 살려내어 영원히 남겨두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들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12
편집자의 눈으로 보아도 글이 좋다. 절제되어 있고 우아하다. 슬픔은 그림자처럼 곳곳에 스며들어 숨어 있지만 독자들에게 들키고 싶어하고, 그 슬픔은 기쁨을 준비하네. 슬픈 이야기지만 독자들이 읽으면 행복할 거야.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13
그 반달 정도 시간을 줄 테니까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 내가 죽고 나면 어떻게 살 건지 알고 싶어. 당신이 가장 잘 하는 일,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시작해. 이제 더이상 거칠 게 없을 테니까. 죽기 전에 당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건지 분명한 그림을 보고 싶어.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죽을 수 있게 해줘."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15
싱싱한 콩나물에 좋은 양념들이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먹을거리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쳤다. 작은 그릇에 예쁘게 담고 깨소금을 좀 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참기름이나 들기름, 들깻가루를 더 치거나 덜 치면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콩나물 무친 것을 덜어서 삶아낸 물에 다시 넣고 끓이면 콩나물국이 된다.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21
내가 쓰는 레시피는 누군가 따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음식을 만드는 감각과 느낌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쓴다. 특별히 공부하지도 않았고 배우지도 않았다. 그러기 전에 해야 했기 때문에 물어가면서 하고 있다. 이제는 칼질도 많이 늘었다. 구단이나 십단들께서 보시면 아직 멀었겠지만.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22
맛있는 음식은 마음으로 만들어진다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고 재료와 소통해야 한다. 화를 내면 음식도 화를 낸다. 짜증난 상태에서 만든 음식은 짜다. 오늘 아침에 부엌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나 보다. 몰입해서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나물을 무쳤다.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22
볶음밥을 맛있게 만들려면 찬밥으로 만드는 게 좋다. 따뜻한 밥은 세상과 부대끼며 단련되지 못했기 때문에 여물지 않다. 뜨거운 불과 싸우며 밥 한 알 한 알이 기름을 만나야 하는 고난을 생각하면 역시 찬밥 이미지 아닌가.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23
오이나물만으로 아침 먹겠나 싶어서 좋아하는 콩나물국을 끓였어. 버섯나물도 했고. 식탁에 차려둔 것들 가운데 콩나물국만 전자레인지에 넣어 일 분만 데우면 돼. 혼자라도 아침 잘 챙겨 먹어. 맛있게. 약도 잊지 말고.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26
라면류는 센 불에 팔팔 끓여 삶아야 맛있다. 그쯤은 오랫동안 라면에 단련되었을 테니 다들 알고 있을 거라고 믿고. 완두콩이 있으면 짜장에 얹어 먹으면 왠지 모르게 맛있다. 당연히 짜장면 위에는 채로 썬 오이 조금, 삶은 달걀 반개를 앙증맞게 올려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 내놓았더니 다들 ‘먹고 죽자’면서 폭풍흡입을 한다. 이거 원. 살리려고 만든 건데.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28
여러 가지 콩과 찹쌀 현미를 섞고 상황버섯 우린 물로 맞추고, 마지막에는 아마씨와 강황 가루를 올려 지은 밥과 함께 내놓는다. 꼭꼭 씹어 먹으면 고소하고 맛있는 밥이다. 물론 그것도 힘이 좋은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긴 하다. 끝없이 피로한 사람에게 이 거친 밥은 위로가 안 될 때가 있다. 참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게 뭔가 궁금하다. 먹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영양이 좋은 밥’.
-알라딘 eBook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중에서 - P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