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 - 독서 인생 12년차 윤 지의 공부, 법, 세상 이야기
윤지 지음 / 나무의철학 / 2019년 6월
평점 :

저자의 하버드로스쿨 가기 전까지 어땠는지가 정말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다.
사실 저자처럼 되기가 정말 어렵다는 걸 잘 안다.
내 주변에 난 누구보다 나아,, 누구보다 예뻐,,누구보다 잘났어,,누구보다 똑똑해,,누구보다 스타일이 좋아,,누구보다 어려보여,,누구보다 피부가 좋아,,이런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
도대체 그 사람의 심리는 뭔지 궁금하다.
나한테도 나는 너보다 빨리 빨리 성취했으니까 잘났어라고 하길래,,나는 나고 너는 너이기 때문에 나는 나한테 최고이고 누구와도 비교 당하지 않을 거라고 딱 잘라서 말했더니 지 혼자 잘난 줄 안다고 했다.
그 사람의 비교어법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난 매일 발전하는 자신과 비교를 하라고 해서 책대로 하고 있다.
그래서 비교할 사람들을 찾을 수가 없다.
사람마다 마인드나 환경, 상황이 전부 틀리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비교어법은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계속 들으니까 짜증이 난다.
나도 그럴 때 책을 읽는다.
자존감,,짜증나는 사람들에 대한 대처법, 심리에 대한 책들을 계속 보니까 내자신이 안 무너지는 것 같다.
세상이나 주변 친구들은 넌 할 수 없어,,너랑 밥먹는 건 짜증이 나,, 넌 돼지처럼 많이 먹는데 살찌는 건 나만 찌쟎아,,말라서 꼴보기 싫어,,너가 살아 있는 것도 스트레스라는 말도 들었고 넌 계속 아팠으면 좋겠어,,로스쿨 가지마 등등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얘기들을 너무 많이 들었다.
내가 살이 안 찌는 건 좀 아팠어서 그랬건데 말이다.
그럴 때마다 기분 나쁜 말을 이기게 해주는 책들을 계속 읽었더니 자존감도 지키면서 기분 나쁜 말과 기분 나쁜 감정도 컨트롤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목적은 저자가 어떻게 로스쿨을 가고 로스쿨생활을 했는지 알고 싶어서이다.
심리적으로나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책밖에는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래서 책중독이 되었다.
저자는 어느 날, 로스쿨 강의실에 앉아 동기들이 열정적으로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무서워졌다고 했다.
법조인중에서도 판사의 결정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수감자가 될 수도 있고 출소 후 예전과 같은 삶을 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고 한다.
더 두려운 것은 저자도 언젠가는 지금의 두려움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법의 힘을 휘두르며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가 법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저자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소리에 힘이 필요하고 자기 목소리에 힘이 실리려면 법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도 그 얘기에 공감하는 게 아빠께서 지금까지 11째 법적 소송을 하고 계신다.
학교에서 대외협력처장으로 학교를 위해서 일했지만 총장이 배임을 하는 것을 막으니까 돈도 못 받고 사무실에서 쫒겨나셨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학교를 배회하는 것을 박사과정공부하는 엄마께서 보시고 너무 속상해서 일주일동안 10킬로가 넘게 찌셨다.
심리적으로 안 좋으니까 몸도 안 좋아지고 혈관이 막히고 혈액순환이 안되면서 먹지 않아도 그렇게 살이 찌는 것이다.
그 이후로 11년 동안 법적소송을 하고 그 총장은 자신은 돈이 있고 집단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빠를 누르겠다고 했다.
난 아빠의 억울함을 보고 투병생활중에 로스쿨공부를 시작했고 이제는 거의 병이 다 나았다.
그 동안 책도 많이 읽었다.
저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서 로스쿨에 들어 갔는데 오히려 핵심에서 멀어지고 사람들이 궁금하고 더 잘 이해하려고 법을 공부하는데 로스쿨에 들어가서는 이질감에 빠진다고 했다.
모든 수업과 활동이 똑같진 않지만 많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의 이론과 법칙을 해석하고 열심히 토론을 한다.
토론이 좋은게 왜 그런지 왜 그래야 하는지를 계속 파고 들어가다 보면 어떤게 옳은지, 어떤게 더 좋은 방안지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인류를 위해서든 환경을 위해서든 다들 자신이 믿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데 저자는 그 속에서 점점 움츠러들고 자신이 없어지고 혼란스럽다고 한다.
남들은 부러워할지도 모를 환경에서 똑똑한 사람들과 매일같이 토론하는 게 어쩌면 문제의 본질에서 멀어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법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사람들의 처지와 상관없이 소위 배운 사람들의 지식과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법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이런 아이러니를 느끼면서도 저자는 토론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듯 손을 드는 동기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때론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배운다는 기분도 든다고 했다.
돈과 권력이 모이는 것은 피해자들과 가장 먼 곳이라는 현실을 느낀다고 했다.
저자는 죽을 때까지 법의 힘을 두려워하고 싶다고 했다.
법을 저자의 성공의 도구, 무기로 삼기보다 법의 영향력이 사회 곳곳의 어두운 현실을 개선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했다.
법이 어두둔 골목의 낡은 전봇대 아래까지 환하게 비출 수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더 안전하고 따뜻해질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고 한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그런 두려운 마음을 오래오래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자는 처음부터 미국 로스쿨에 진학할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
민사고에 다 닐때는 경제학 원론과 국제경제 수업이 흥미로워서 자연스레 대학에서는 경제, 경영 쪽을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입시 때도 경영학으로 유명한 학교 위주로 지원을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저자가 나중에라도 다른 분야에 관심이 생길 가능성을 고려해 여러 분야을 두루두루 잘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듀크대를 선택했다.
당시 1지망이었던 유펜대학교 와튼스쿨에 떨어져 울고불고 난리를 치다가 듀크대를 간 거라 학교 자체에 큰 애정은 없었다고 한다.
편입을 할 까 고민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만약 경영대를 다녔다면 저자가 로스쿨에 갈 일은 지극히 드물었을거라고 한다.
듀크대 입학 후 1학년 때는 경영학 위주로 수강했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민사고 때 이 분야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사람에 대해 배우는 학문이라고 느꼈기 때문인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저자가 원하는 공부는 행동경제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1학년 2학기 때 고민 끝에 경제학은 부전공으로 하고 어릴 때부터 유달리 저자를 자극한 심리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듀크대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할 때 두 가지 세부 분야를 중심으로 수업을 듣게 된다.
다양한 분야를 들어도 되지만 두 세 가지 특정 수업을 일정 학점 이상 들어야 전공을 할 수 있었다.
저자는 예전부터 범죄자와 아이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기에 이상심리학과 발달심리학을 세부 분야로 선택했다.
저자는 유독 인간의 악하고 폭력적인 모습에 관심이 생긴다.
어떤 사람들은 왜 사회가 범죄라고 규정하는 행동을 하고 누군가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들은 어떤 유년기를 보냈기에 남들에 비해 공감 능력이 부족한 걸까,,,
나도 그런 궁금증이 있어서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에 대한 책을 읽어 봤는데 여전히 모르겠다.
저자는 범죄자가 되어 그들의 심리를 직접 이해할 가능성은 적은 것 같으니 범죄자들을 공부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는 범죄와 악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던 때라 교과서 외의 책도 따로 구입해 읽었다고 한다.
저자는 프로파일러가 되는 것도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프로파일러가 되는 길은 막막했다.
프로파일링의 정확도가 높은 편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꿈을 접었다고 한다.
아동임상심리학수업을 들을 때는 임상심리학에 푹 빠져서 졸업 후 저자는 심리치료사가 되겠다고 마음속으로 정해두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가 사회적으로 더 많은 존중을 받으며 살기를 바라신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잠깐의 반항 끝에 이 꿈도 접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2학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꿈이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마땅히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저 한국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고 한다.
그때 아빠가 로스쿨을 제안하셨다.
어릴 때부터 지켜본 딸이 확실히 이과 계통은 아닌 것 같으니 의대는 무리일 것 같고 심리치료사가 되어 누군가를 절실하게 돕고 싶어하는 걸 보면 변호사가 되는 게 어떨까 싶으셨던 것 같다.
그때 저자는 살짝 자포자기하던 심정이었기에 시험이나 쳐보자고 했다.
로스쿨 입학 시험인 엘셋을 준비했다고 한다.
성격이 완벽주의가 있어서 수업과 로스쿨준비를 제대로 열심히 했다고 한다.
참고로 기출문제 한 회 분량을 푸는 데 세 시간 정도 걸리는데 저자는 80회를 두 번 풀었다.
저자는 일단 목표를 세우면 목표가 얼마나 간절한지와 별개로 미친 듯이 최선을 다하는 타입이다.
다행히도 6월 시험에서 곧바로 만족스러운 점수를 받았다.
9월 로스쿨 지원 시기가 되자마자 미리 써둔 에세이와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 후로는 12월 중순까지 피 말리는 기다림이 이어졌다.
결과 발표일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전화로 결과를 알려준다는 소문까지 있어서 이 기간 동안 핸드폰은 끼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매일같이 악몽에 시달렸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고 하버드로스쿨 웹사이트에 기재되어 1년 조기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더 불안했다고 한다.
겨울방학이 되어 한국에 돌아온 어느 날 아침, 하버드 로스쿨에서 이메일이 와 있었다고 한다.
1라운드는 합격이어서 부모님을 깨우고 합격통지서를 읽으며 얼싸안고 울었다고 한다.
한국 로스쿨에도 지원하려고 했는데 반응이 미쳤냐여서 하버드로스쿨에 입학했다.
하버드로스쿨에 들어가니까 그동안의 공부는 공부가 아니었다고 한다.
석지영교수님책을 읽었는데 저자도 그분의 책을 읽어서 1학년 1학기에 석지영 교수님의 형사법수업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석지영교수님의 책을 읽었는데 자극을 많이 받았다.
기억에 남는 얘기는 법은 사회의 뒤를 따라 가고 있어서 사회 반영을 빨리빨리 해야 하는 생물이라고 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80명이었는데 잠깐이라도 딴 생각을 하면 교수님의 기습 질문에 멘탈이 와르르 무너지기 일쑤였다.
하버드로스쿨에서 공부를 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하버드로스쿨에 가야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알려 준다.
하버드로스쿨은 기말고사 하나로 많은 과목의 성적이 결정된다고 한다.
세 시간짜리 인클레스기말고사도 있고 여덟시간짜리 테이크홈시험도 있다.
인클래스 시험은 일반적인 시험을 조금 길게 치른다.
8시간짜리 시험은 저자가 처음이라서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교수님들은 3시간이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하지만 엄청난 사고력을 필요로 해서 그 시간을 초과한다.
엄청난 사고력은 지금도 느끼고 있어서 무슨 얘기인지 알겠다.
8시간 내에 제출할 답안지가 20~30장일 때도 있고 글자 수가 제한돼 있으면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훨씬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한다.
답안지가 5장, 6장이라도 너무 힘든데 30장,,,,,,너무 심한거 아닌가,,,,
시험 문제가 49장이었던 적도 있는데 교수님이 50장은 안 넘겼다고 인자하게 웃으면 말을 했다고 하는데 악마의 미소가 떠오른다.
8시간 동안 시험을 보고나면 양 팔목에 파스가 붙어 있었고 거의 기절한채로 잠이 들었다고 한다.
논술 몇 장을 써도 파스를 붙여야 하는 입장인데 막노동이 생각난다.
하버드 로스쿨시험은 인터넷 연결만 되면 시험을 어디서든 칠 수 있는데 저자는 한국에서 치르는 경향이 있다.
주로 한국에서 밤 9시부터 5시까지 친다고 한다.
얘기만 들어도 힘들다.
일자리를 구하는데 하버드로스쿨에서 호텔을 빌려서 로펌대표들과 인터뷰를 하게 해줬는데 각 층마다 학생들이 일제히 서서 노크를 하는 모습은 기이했다고 한다.
단체로 노크를 하니까 북치는 소리같을 수도 있었겠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경쟁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성숙해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석학들과 뛰어난 동기들과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으니까 감사하고 많이 행복할 것 같다.
하버드로스쿨에 있는 시간들이 저자에게는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를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하버드로스쿨이라면 그런 기대들이 헛되지 않을 것 같다.
저자의 로스쿨얘기들이 나오면 집중하고 더 몰입해서 읽었다.
동경과 그 자리에 있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역시 저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독서와 공부에 대한 열정을 더 불러일으키는 책을 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