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동안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김치는 수백 가지 맛으로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풍습도 모두 ‘한국’의 것이다. 우리 민족의 영토, 역사, 언어, 그리고 문화 중에 절대 빼앗길 수도, 잃어버릴 수도 없는 것이 바로 김치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따라 미국에 온 한국의 취재진들이 워싱턴 D,C에 도착한 후 맨 먼저 찾는 음식에 김치가 늘 빠지지 않는다. 취재를 위해 백악관에 드나들 때, 한식으로 구성된 저녁 식사를 주문하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이면 백악관 기자실에 김치냄새가 가득 차곤 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형 마트에서도 한국의 김치가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 여러주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할 만큼 김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지역마다 지형과 기후가 다르니, 김치와 종류와 김치를 담그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김치를 담글 때 쓰이는 주재료만 해도무려 200여종이나 된다. 김치는 삼국 시대에 먹었던 채소 절임을 시작으로 국물 있는 김치를 담가 먹었던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시대에 들어와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형태를 자리매김했다.
우리 조상들은 채소를 구하기가 힘들었던 겨울을 대비해 미리 김치를 한꺼번에 담갔다. 이것이 바로 ‘김장’ 이다. 보통 가을걷이가 끝나고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배추와 무를 수확에서 김장 김치를 김칫독에 넣은 다음 땅속에 묻어 발효시켰다. 땅속은 온도가 일정해 김치의 맛과 신선함, 영양이 쉽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마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식구들과 이웃들이 둘러 앉아 절인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며 함께 김치를 담근다. 김장은 아주 오랫동안 여러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우리의 풍습이자 문화이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김장, 한국에서의 김치 만들기와 나누기’ 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인류 무형 유산에 등재되었다.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전통, 그 자체가 한국인의 정체성인 것이다. 사진은 서로 사용하는 문자가 달라도 소통할 수 있는 만국 언어이다. 특히 이미지로 정보를 접하는 것에 익숙한 비주얼 세대에게는 사진이야말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무엇보다 사진에 소중한 시간을 영원히 멈추는 힘이 있다.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 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에게 널리 알리려는 시도와 의지의 결과물이다. 저자가 생생한 사진에 한국어, 영어 설명을 더해주니까 이해가 더 잘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