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은 권력욕이 강했기에 나중에 서울시장이 되었고, 대권에 대한 꿈도 꾸었다. 권력으로 공동체를 위한 좋은 일을 하려는 꿈이겠지만, 정치인치고 그렇게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그 진정성을 판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의 행보를 봤을 때 진정성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판명이 났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는 최상의 속성코스를 내달리게 된 사람들의 내면세계를 지배하게 된 이데올로기는 특권의식이다. 검찰공화국주창자들이 자신들이 불만을 느끼는 극소수의 검사, 아무리 많이 잡아도 전체 검사의 겨우 몇 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검사들을 비난하기 위해 전체 검사를 비난하고 모욕하는 것과 비슷했다.
비난받을 만한 특권의식을 갖고 있고 그걸 실천하는 극소수 검사의 일탈적 행위가 검사의 전체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 이는 모든 권력가의 공통된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문재인은 학생 시위로 인해 갇혀 있던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들었다. 이는 경희대의 경사였던지라 경희대 학생처장, 법대 동창회장 같은 분들이 면회를 와서 축하를 해주었다. 유치장 안에서 소주와 안주 등으로 조촐한 축하파티를 벌일 수 있게끔 ‘특혜’를 베풀어 주었다. 문재인의 말마따나 ”경찰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요즘 유튜브에서 문재인이 중국과 북한에 대한민국을 완전히 팔아 넘겼다는 영상이 너무 많다.
열린 우리당 의원 최재성은 “서울대 학생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고시 준비에만 매달리고 서울대가 인재를 거의 독점하는 현실에 서울대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핵심역량으로 성장하기보다 고시 준비에 뛰어드는 것은 국가 차원의 기회비용 손실”이라고 말했다. 잘못된 세상을 탓해야지, 어찌 서울대생들을 탓할 수 있으랴, 사법고시가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건 이미 충분히 입증된 사실이다. 소위 ‘진보적’ 이라는 법조계 인사마저 고위공직에 임명될 때마다 변호사개업 시절 1년에 10억대니, 20억대니 하는 거금을 벌었다는 게 밝혀졌는데, 어찌 사법고시를 외면할 수 있었으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 들어가는 순간, 사람들의 눈총을 받던 실업자에서 5급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받게 된다. 사법연수원 1년을 마치고 2년차가 되면 직급이 다시 올라가 4급이 된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무관이 4급 서기관이 되는 데 10여년이 소요되는 것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승진이다. 그리고 연수원 수료와 동시에 3급이 되니,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는 건 이걸 두고 한 말이다. 제 33회 사법시험 합격자이자 한동대 법대 교수인(현재는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두식이 2004년 6월에 출간한 『헌법의 풍경: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이라는 책을 보면 그간 우리는 법조왕국을 법적•정치적으로는 많이 탐구해왔지만, 문화사회학적 연구는 비교적 등한시해왔다. 나도 이 책을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난다.
김두식은 『불멸의 신성가족: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2009)을 통해 법조공화국에 대한 문화 사회학적 연구를 본격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두식은 『헌법의 풍경』에서 한국 사회가 사법고시합격자를 어떻게 버려 놓는지 그걸 실감나게, 그리고 아주 재미있게 묘사했다. 고시 낙방 경험이 여러 차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바퀴벌레나 파리처럼 느껴진다는데, 그 시점에서 들려온 합격 소식을 이들의 정신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두식은 이전과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이전에 자신을 우습게보던 주변 사람들은 그 친구가 역시 뭐가 달라도 달랐어’ 라며 축하와 경의를 표한다. 가족들은 선조의 묘소에 모여 만세를 부르기도 한다. 신분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이런 경험은 우리들의 정신세계에 충분히 나쁜 영향을 끼친다.
시험에 합격한 내면에 자신은 남과 다르다는 의식이 자리 잡는다. 스스로를 벌레처럼 느끼게 하던 심리 공간을 특권의식이 메워가게 되는 것이다. 겉으로는 늘 겸손한 사람이지만 내면세계는 땅값 상승으로 한 몫 잡게 된 졸부들의 그것과 갈수록 비슷하다. "사법부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골찌 수준이고, 대법원이 검찰과 함께 경찰보다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사법개혁은 없다. (세명대 교수 이봉수) (영국의 레가툼 번영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사법체계와 법원에 대한 신뢰도는 전체 167개국 가운데 155위로 거의 바닥을 찍었다. 이런 불신에도 한국은 법조인들이 점령하는 국가가 돼가고 있다.”(서울대 교수 한승희)
이렇듯 사법부 신뢰도가 바닥을 기고 있는 중 하나는 늑장 재판이다. 헌법 제 27조 제 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행법은 민사소송은 1심과 항소심 각각 5개월 이내에, 형사소송은 1심 6개월, 항소심 4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 지연은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에 악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