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러브 - 사랑스런 로맨스
신연식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책<페어 러브>를 읽으면서 영화<페어 러브>를 볼 때의 감흥이 그대로 살아난다.

영화를 먼저 보고 글을 읽으니 영상들을 보면서 받았던 느낌이 너무나 강하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복습하는 것 같다.

책의 저자와 영화의 감독이 동일인물이니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당연할 듯 싶다.

영화에서는 안성기와 이하나가 사진사 형만과 남은의 역할을 맡아 순수한 첫사랑의

느낌을 참 잘 전달했다. 영화는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다.

안성기는 첫사랑에 빠진, 수줍은 노총각의 역할을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해내서

책 속의 형만과 자꾸만 오버랩 된다.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은 사랑이 필요 없는 상태에서만 머물려고 했던 한 남자의 성장기이다.

단단한 껍질 속에 갇혀 살고 있던 이 남자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서는 이 남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과 상상하지도 못했던 여자와의 사랑이 필요했다." 

실제로 저자는 한참 어린 아내와 첫사랑을 했고, 그 실제 경험을 그린 이 소설은

밝고 순수하다.

 

51살의 사진기 수리공 형만은 오십이 넘도록 연애 한 번 못하고 형네 집에 얹혀

살거나 작업실에서 홀로 생활한다.

친구 기혁은 그가 빌려 준 돈을 가지고 없어져 몇 년 뒤에 나타나는데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딸 남은을 맡기면서 죽는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빚쟁이들을 피해 밤봇짐을 싸서 도망 다녀야 했던 남은은

아버지를 잃고, 기르던 고양이도 죽고 혼자가 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우연에 의해 사진기 수리공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생각하는

형만에게 사랑 역시 우연처럼 다가 온다.

형만은 우연히 사진기에 찍힌 우유 주머니를 잡는, 작고 하얀 손을 보며 남은의 집에

이끌린다.

남은은 빨래를 핑계로 형만의 작업실에 드나들고...

물건들을 수리하면서 관계의 중요성을 찾는 형만과 그의 외로움을 알아 보는 남은의

소통은 운명인지도 모른다. 

남은의 외로움은 형만의 안에 숨은 외로움 - 작업실 침상에 누워서 밤이면

'모든 것이 그저 우연이었다'를 되뇌이며 카메라 기계들과 함께 잠들던, 혼자인 형만-

을 알아본 것이다.

 

남은은 작업실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형만에게 이별을 말한다.

그러나 결말은 희망적이다.

형만은 끝까지 지켜 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지만 사는 동안에,

아마도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그녀를 지켜줄 것이다.

 

"남은이는 환하게 웃었다. 나도 환하게 웃었다.

수십 년을 헤매 온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대로 이제는 조금 제자리에서 기대어 쉬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심이 됐다. 나는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고 기대어 누웠다." ~ 156-157쪽

 

사랑에 이를 때의 고통이 아무리 커도 가슴이 터질 때까지 사랑하라.

살아 있고 사랑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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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오브 더 북
제럴딘 브룩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저자인 제럴딘 브룩스는 2006년, <마치>로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사라예보에서 '월 스트리트 저널' 기자로 보스니아 전쟁을 취재하는 동안

하가다 이야기를 들었다.

그 당시 세르비아의 포탄에 의해 사라예보의 도서관이 불타고  훌륭한 필사본들은

재가 되고 말았다.

귀중한 보물인 <사라예보 하가다>의 행방 또한 묘연했다.

다행히도 전쟁이 끝나고 무슬림 사서인 엔베르 이마모비츠가 폭격 중에 경전을 구해

은행 금고에 넣어 두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전에 1941년 이슬람 학자인 데르비스 코르쿠트는 나치의 감시 하에 있던 박물관에서

책을 빼내 산 속의 모스크에 감추었고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하였다.

유대교의 경전이 타종교인의 손에 의해 지켜졌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하가다는 유대인 가정에서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월절의 저녁식사 세데르를

집전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각 가정마다 있는 흔한 책이다.

사라예보 하가다는 14세기에 스페인에서 제작된 오래된 필사본으로 아름답고

화려한 채식이 들어 있다.

이는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유대인들의 관습에 따라 중세의 유대인들이 어떠한

형상도 그리거나 만들지 않았다는 미술사가들의 정설을 뒤집은 사례이다.

 

저자는 사라예보 하가다에 있는 화려한 채식과 그림, 와인 자국, 세데르 식탁에

앉아 있는 검은 피부의 여인 등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 방대한 자료, 여러 해에 걸친 작업과 세밀한 연구 등으로

탄생한 이 책은 작가가 한 권의 책을 쓸 때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여실히 알 수 있게 한다. 

500년이 넘는 세월과 세계 여러 곳을 배경으로 하여 각 시대의 문화, 종교, 생활상,

감성을 사람들에게 부여해 독창적인 인물들을 창조해 낸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울 뿐이다.

책 속의 단서들이 근거가 된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들은  책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그러나 유대인 역사에서 가장 힘든 핍박의 순간과 장소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슬픔을 안겨 준다.

 












 

 

 

 

 

 

 

 

 

 

 

 

 

 

 

 

 

 

 

 

 

 실제의 사라예보 하가다

 

 

중세 필사본 보존 전문가인 해나는 1992년 사라예보 폭격 기간에 사라졌다가

4년 뒤에 찾게 된 하가다를 작업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녀는 양피지 책을 활짝 펼칠 수 있는 죔쇠가 없는 점, 혈액이 섞인 와인 얼룩,

종교재판소 검열관 비스토리니의 서명, 곤충의 날개 조각, 가느다란 하얀 털

등을 발견한다.

해나는 책의 역사를 알고 책을 만든 사람들이 건네 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한 소중한

자료를 토대로  단서를 찾아 나간다.

그녀는책 속의 수호신이 뭔가를 살짝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흘러간 과거의 사실들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우연에 의해, 혹은 알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것들에 의해 과거가 밝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 같다.

아마도 해나의 희망은 인류가 과거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그 과정에서

언제나 기대했던 것과 같을 것이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책 속에 들어 있던 흔적들에 대한 역사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1480년, 세비야.. 하얀 털 ~ 무슬림의 노예 소녀인 자라는 약초 그림을 그려 알라의

영광에 바친다. 주인인 의사는 신실한 유대인이지만 그녀의 종교를 인정하고 기도와

금식을 허락한다. 주인의 아들 벤야민은 귀머거리에 반벙어리라 세데르 의식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를 위해 자라는 유대인이 믿는 세상의 탄생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을 그린다.

에덴 동산, 노아의홍수, 롯의 도시와 소금기둥, 유월절 세데르 의식을 치르는

의사가족과 경청하는 그녀의 모습 등을 그리고 마지막 남은 고양이 털 한가닥의

붓으로 서명을 한다.

 

1492년, 타라고나.. 소금물 ~ 필사본을 만드는 다비드에 의해 그림이 그려진 재질의

양피지에 기도문의 글씨가 새겨지고 제본까지 마치게 된다. 

그러나 유대인들에 대한 박해로 가족이 죽고 딸 루티는 조카의 세례의식을 위해

바다로 들어 간다.

그 순간 어깨에 책을 넣었던 자루에 바닷물 몇 방울이 뚫고 들어 갔다.

물이 마른 자리에 자국이 생기고 남은 결정이 오백 년 동안 그 자리에 남게 되었다.

 

1609년, 베네치아.. 혈액이 묻은 와인자국 ~ 기독교인의 박해를 받아 게토 지역에

모여 유대인들이 살아가던 시대에 종교재판관 비스토리니는 가톨릭 신앙에 반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태우는 임무를 맡고 있다.

랍비인 유다 아리에는 비스토리니에게 책을 살려 달라고 읍소한다.

고아였던 신부는 항상 고독했고 술에 중독된다.

자신이 원래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책을 태우지 않고 서명한다.

그런데 와인이 양피지에 쏟아졌고 부서진 유리조각에 손가락을 찔려 떨어진 피가 

와인 자국과 섞인다.

술에 취해 지내는 신부와 도박을 하는 랍비는 세인의 존경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악에

갇혀 있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지만 다시 죄를 저지르는 인간적인 약점이

슬프게 느껴진다.

 

1894년, 빈.. 깃털과 장미 한 송이 ~ 빈에서 태생을 막론하고 가장 큰 사망 원인이

되는 것은 자살과 성병이다. 의사는 성병에 걸린 제본사 헤어 미틀에게 비싸면서도 검증이

되지 않은 비소 치료법을 권한다.

그는 박물관에서 일감으로 받게 된 책을 제본하는 과정에서 장미문양의 은제 죔쇠를

치료비 대신 의사에게 넘긴다.

 

1940년, 사라예보.. 곤충의 날개 ~ 독일군은 유대인 구역을 파괴하고 약탈했으며

회당을 불태운다. 이슬람 학자인 세리프 카말은 유대인 소녀를 집에 숨겨 준다.

위험하다고 느낀 그는 나치군에게 약탈 당할 위험에 처한 하가다와 소녀를

시골 친구 집에 데려 간다.

친구의 아들은 곤충표본을 만들고 있었고 펼쳐진 양피지 책장에 나비의 날개 조각이

내려앉았다.

 



책에서 하가다의 이동경로  

 

"스페인의 콘비벤시아-711년 경에서 1492년까지 스페인의 유대인, 무슬림, 기독교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상황-에는 모든 것이 순조롭고 창조적이고 풍부해.

서로의 차이를 관대하게 인정하지.

그런데 어찌어찌해서 공포심, 증오, 타자를 악마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고개를 쳐들고

나타나 도시 전체를 초토화시켜.

종교재판, 나치, 극렬세르비아 민족주이자...똑같은 것들이 지겹게 등장하고 또 등장해.

그 책은 이 시점에서 그 모든 걸 증언하는 것 같아." ~260-261쪽

 

"시간을 거슬러 가서 그 일이 벌어진 순간에 거기 있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 259쪽

 

피플 오브 더 북 (책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은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 사이의 종교적 관용을 가르치는 이슬람 경전의 구절, '아흘 알 키타브'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타문화도 인류의 역사안에서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 되고 결국에는 그것이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됨은 참으로 감동적인 결말이자 주제이다.

저자는 목숨을 걸고 유대인의 책, 하가다를 지킨 무슬림 사서인 오즈렌의 입을 빌려 

종교와 민족을 초월한 인간 본성에 대한 사랑을 말하고 있다.

"사라예보에 하가다가 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숱한 밤을 보냈어요.

그것이 여기 온 건, 우리를 시험하기 위해서,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게 우리를 갈라놓는

것보다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있는지 보기 위해서예요.

유대인이나 무슬림, 가톨릭이나 정교회 교도라는 사실보다, 인간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에요. ~ 472쪽

 




 


저자인 제럴딘 브룩스는 2006년, <마치>로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사라예보에서 '월 스트리트 저널' 기자로 보스니아 전쟁을 취재하는 동안

하가다 이야기를 들었다.

그 당시 세르비아의 포탄에 의해 사라예보의 도서관이 불타고  훌륭한 필사본들은

재가 되고 말았다.

귀중한 보물인 <사라예보 하가다>의 행방 또한 묘연했다.

다행히도 전쟁이 끝나고 무슬림 사서인 엔베르 이마모비츠가 폭격 중에 경전을 구해

은행 금고에 넣어 두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전에 1941년 이슬람 학자인 데르비스 코르쿠트는 나치의 감시 하에 있던 박물관에서

책을 빼내 산 속의 모스크에 감추었고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하였다.

유대교의 경전이 타종교인의 손에 의해 지켜졌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하가다는 유대인 가정에서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월절의 저녁식사 세데르를

집전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각 가정마다 있는 흔한 책이다.

사라예보 하가다는 14세기에 스페인에서 제작된 오래된 필사본으로 아름답고

화려한 채식이 들어 있다.

이는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유대인들의 관습에 따라 중세의 유대인들이 어떠한

형상도 그리거나 만들지 않았다는 미술사가들의 정설을 뒤집은 사례이다.

 

저자는 사라예보 하가다에 있는 화려한 채식과 그림, 와인 자국, 세데르 식탁에

앉아 있는 검은 피부의 여인 등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 방대한 자료, 여러 해에 걸친 작업과 세밀한 연구 등으로

탄생한 이 책은 작가가 한 권의 책을 쓸 때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여실히 알 수 있게 한다. 

500년이 넘는 세월과 세계 여러 곳을 배경으로 하여 각 시대의 문화, 종교, 생활상,

감성을 사람들에게 부여해 독창적인 인물들을 창조해 낸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울 뿐이다.

책 속의 단서들이 근거가 된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들은  책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그러나 유대인 역사에서 가장 힘든 핍박의 순간과 장소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슬픔을 안겨 준다.

 












 

 

 

 

 

 

 

 

 
 실제의 사라예보 하가다

 

 

중세 필사본 보존 전문가인 해나는 1992년 사라예보 폭격 기간에 사라졌다가

4년 뒤에 찾게 된 하가다를 작업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녀는 양피지 책을 활짝 펼칠 수 있는 죔쇠가 없는 점, 혈액이 섞인 와인 얼룩,

종교재판소 검열관 비스토리니의 서명, 곤충의 날개 조각, 가느다란 하얀 털

등을 발견한다.

해나는 책의 역사를 알고 책을 만든 사람들이 건네 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한 소중한

자료를 토대로  단서를 찾아 나간다.

그녀는책 속의 수호신이 뭔가를 살짝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흘러간 과거의 사실들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우연에 의해, 혹은 알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것들에 의해 과거가 밝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 같다.

아마도 해나의 희망은 인류가 과거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그 과정에서

언제나 기대했던 것과 같을 것이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책 속에 들어 있던 흔적들에 대한 역사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1480년, 세비야.. 하얀 털 ~ 무슬림의 노예 소녀인 자라는 약초 그림을 그려 알라의

영광에 바친다. 주인인 의사는 신실한 유대인이지만 그녀의 종교를 인정하고 기도와

금식을 허락한다. 주인의 아들 벤야민은 귀머거리에 반벙어리라 세데르 의식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를 위해 자라는 유대인이 믿는 세상의 탄생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을 그린다.

에덴 동산, 노아의홍수, 롯의 도시와 소금기둥, 유월절 세데르 의식을 치르는

의사가족과 경청하는 그녀의 모습 등을 그리고 마지막 남은 고양이 털 한가닥의

붓으로 서명을 한다.

 

1492년, 타라고나.. 소금물 ~ 필사본을 만드는 다비드에 의해 그림이 그려진 재질의

양피지에 기도문의 글씨가 새겨지고 제본까지 마치게 된다. 

그러나 유대인들에 대한 박해로 가족이 죽고 딸 루티는 조카의 세례의식을 위해

바다로 들어 간다.

그 순간 어깨에 책을 넣었던 자루에 바닷물 몇 방울이 뚫고 들어 갔다.

물이 마른 자리에 자국이 생기고 남은 결정이 오백 년 동안 그 자리에 남게 되었다.

 

1609년, 베네치아.. 혈액이 묻은 와인자국 ~ 기독교인의 박해를 받아 게토 지역에

모여 유대인들이 살아가던 시대에 종교재판관 비스토리니는 가톨릭 신앙에 반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태우는 임무를 맡고 있다.

랍비인 유다 아리에는 비스토리니에게 책을 살려 달라고 읍소한다.

고아였던 신부는 항상 고독했고 술에 중독된다.

자신이 원래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책을 태우지 않고 서명한다.

그런데 와인이 양피지에 쏟아졌고 부서진 유리조각에 손가락을 찔려 떨어진 피가 

와인 자국과 섞인다.

술에 취해 지내는 신부와 도박을 하는 랍비는 세인의 존경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악에

갇혀 있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지만 다시 죄를 저지르는 인간적인 약점이

슬프게 느껴진다.

 

1894년, 빈.. 깃털과 장미 한 송이 ~ 빈에서 태생을 막론하고 가장 큰 사망 원인이

되는 것은 자살과 성병이다. 의사는 성병에 걸린 제본사 헤어 미틀에게 비싸면서도 검증이

되지 않은 비소 치료법을 권한다.

그는 박물관에서 일감으로 받게 된 책을 제본하는 과정에서 장미문양의 은제 죔쇠를

치료비 대신 의사에게 넘긴다.

 

1940년, 사라예보.. 곤충의 날개 ~ 독일군은 유대인 구역을 파괴하고 약탈했으며

회당을 불태운다. 이슬람 학자인 세리프 카말은 유대인 소녀를 집에 숨겨 준다.

위험하다고 느낀 그는 나치군에게 약탈 당할 위험에 처한 하가다와 소녀를

시골 친구 집에 데려 간다.

친구의 아들은 곤충표본을 만들고 있었고 펼쳐진 양피지 책장에 나비의 날개 조각이

내려앉았다.

 



책에서 하가다의 이동경로  

 

"스페인의 콘비벤시아-711년 경에서 1492년까지 스페인의 유대인, 무슬림, 기독교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상황-에는 모든 것이 순조롭고 창조적이고 풍부해.

서로의 차이를 관대하게 인정하지.

그런데 어찌어찌해서 공포심, 증오, 타자를 악마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고개를 쳐들고

나타나 도시 전체를 초토화시켜.

종교재판, 나치, 극렬세르비아 민족주이자...똑같은 것들이 지겹게 등장하고 또 등장해.

그 책은 이 시점에서 그 모든 걸 증언하는 것 같아." ~260-261쪽

 

"시간을 거슬러 가서 그 일이 벌어진 순간에 거기 있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 259쪽

 

피플 오브 더 북 (책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은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 사이의 종교적 관용을 가르치는 이슬람 경전의 구절, '아흘 알 키타브'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타문화도 인류의 역사안에서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 되고 결국에는 그것이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됨은 참으로 감동적인 결말이자 주제이다.

저자는 목숨을 걸고 유대인의 책, 하가다를 지킨 무슬림 사서인 오즈렌의 입을 빌려 

종교와 민족을 초월한 인간 본성에 대한 사랑을 말하고 있다.

"사라예보에 하가다가 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숱한 밤을 보냈어요.

그것이 여기 온 건, 우리를 시험하기 위해서,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게 우리를 갈라놓는

것보다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있는지 보기 위해서예요.

유대인이나 무슬림, 가톨릭이나 정교회 교도라는 사실보다, 인간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에요. ~ 4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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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글쓰기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이혜경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헤밍웨이는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소설, 인터뷰와 기획 기사,

편지 등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일관된 생각들을 표현해 왔다.

작가인 래리 W.필립스는 수년 간의 작업 끝에 자료들을 모아 몇 개의 범주들로 나누어

<헤밍웨이의 글쓰기>를 내놓았다.

책 속에는 작가들에게 꼭 필요할 것 같은 구체적이면서도 유용한 정보들이 들어 있고,

무엇보다도 글쓰기에 관한 그의 심오한 철학이 담겨져 있다.

덤으로, 그의 삶의 모습- 통찰력, 가치관, 유머, 작가관(직업 윤리면에서) 등을 엿볼 수

있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책의 말미에 작가라면 꼭  읽어야 할 수많은 고전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어부의 아들이셨던 나의 아버지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는 내 기억 안에서

둘이 따로 떼어 놓기 힘들다. 

살다 보면 어떤 날의 추억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학력고사 전날 (지금의 수능) TV에서 영화 '노인과 바다'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장면은 바다 복판에서 폭풍우, 칠흑같은 어둠, 기진맥진한 노인,

고기를 먹는 상어를 물리치는 장면, 고기뼈를 끌고 오는 지친 노인의 모습 등이다. 

아버지는 누워서 고기를 잡아 올리려고 사투를 벌이는 배우(스펜서 트레이시) 의

몸짓에 따라 입술을 깨물고 힘을 주셨다.

(아버지는 TV에서 극적인 장면이나 운동경기등을 볼 때 항상 입술을 깨물고 전신에

힘을 주셨다)  나는 아버지 발치에 앉아  영화를 보았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고기잡이 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는지

모른다. 그리고 딸아이 시험의 좋은 결과를 상상했을 것이다.

 



 

그 제목만으로도 (그는 제목을 정할 때 무척 고심한다. 광맥을 파헤친다. 혹은 

성경의 전도서나 잠언에서 값진 보물을 훔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깊이가 느껴지는 '노인과 바다'...

노인이 건져 올린 고기는 글쓰기라는 망망대해에서 건져 올린 그의 작품들이었을 것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있거라>, <노인과 바다>가 학생 시절 읽은

헤밍웨이의 책들이다.

오래전에 읽어 단편적인 기억들만 살아 있어 안타깝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작품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고 싶었다.

시대를 넘어서 감동을 주는 작품들을 남기는 작가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가슴과

머릿 속에 담긴 생각들을 길어 올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일반인에게는 절대로 주어질 수 없는 축복같은, 신이 주신 재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놀라웠다. 

대가인 헤밍웨이가 한 단어, 한 문장, 한 문단, 한 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알게 된 지금 그의 작품을 읽지 않는다면 예의가 아닐 것 같다.

그 치열한 인간정신의 결정체인 '노인과 바다'에 대해 그는 말한다.

"이건 제 평생을 바쳐 쓴 글입니다. 쉽고 편안하게 보이는 짧은 글이지만 눈에 보이는

세상의 모든 면이 담겨져 있고 동시에 인간의 정신세계도 담겨 있지요.

지금으로서는 내 능력으로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글입니다." ~ 35쪽

 

"파란색 공책, 연필 두 자루, 연필깍이(주머니 칼은 너무나 낭비가 심하다), 대리석

테이블, 이른 아침의 냄새, 빗질과 걸레질, 필요한 건 그게 전부였다."~ 56쪽

 

"매일 녹초가 될 때까지 작업을 하네. 그러고는 과로로 몽롱한 상태에서 먹고, 순전히

배변을 위해 테니스나 수영을 하고 다음날이면 다시 글을 쓴다네." ~ 71쪽

 

"저는 작업 중에 손님이 찾아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현관문에 나병 같은 정체 모를

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는 나이 지긋한 흑인을 세워 두고 손님을 맞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게 합니다. "지가 헤밍웨이구먼요, 지는 댁이 너무 맘에 드네요." ~ 74쪽

 

"글을 쓰는 일은 잘해야 외로운 삶을 사는 일입니다.

작가를 위한 단체는 외로움을 덜어 주지만 글이 좋아지는가 하는 점에는 회의가 듭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면 작가의 공적인 위상은 올라 가지만 작품의 질이 떨어질 때가 종종 있지요.

혼자 일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정말 훌륭한 작가라면 매일 영원의 세계를 직면해야 합니다.

아니면 영원의 세계가 없다는 것을 직면해야겠죠." ~ 79쪽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 중에서

 

그토록 치열한 글쓰기 작업을 통한 정신세계의 긴장 때문이었을까.

평생을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극도로 꺼렸다.

문인들과의 어울림은 돈을 벌게하고 사회적인 성공을 가져다 주겠지만 좋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자신을 고립의 세계에 두고 극히 적은 수의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 받았다.

 

"작가에게 해를 입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은 정치, 여자, 술, 돈, 야망이지.

그리고 정치, 여자, 술, 돈, 야망이 결여된 것이라네."~ 95쪽

 

그는 현존하는 작가가 정치적 명분을 지지하고 그 명분이 득세하면 좋은 입지를

얻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글을 쓰는 동안 인류의 지식에 보탬이 되는 뭔가를

발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책이 좋다면, 내가 정말 잘 알고 쓴 것이고 진실한 글이라면,

다시 읽어도 그렇다는 걸 안다면 다른 작자들이 뭐라 깽깽거리든 내버려둬도 좋다.

그 소리가 아주 추운 눈 쌓인 밤 그 작품을 팔아 번 돈으로 마련한 오두막에서 듣는

코요테의 울부짖음처럼 기분 좋게 들릴 것이다."~ 132쪽

 

그는 부양하는 가족이 있어서 돈이 필요하다고도 했고 한꺼번에 지불해서 목돈으로

투자를 하고 싶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돈을 구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절실하게 원했다.

 

"현존하는 작가에 관해 지껄이는 개 같은 글들은 읽지 말게.

항상 죽은 작가들을 목표로 최선의 글을 써야 하네.

그들이 어떤 위업을 이룩했는지 파악해서 한 명씩 한 명씩 무찔러야 하네." ~ 194쪽

 

"도스토옙스키. 그는 어쩌면 그렇게 형편 없는 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형편없는 글을

써서 읽는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걸까?" ~ 194쪽

 

"우리 시대의 작가들이 해야 하는 일은 이전에 단 한 번도 쓰이지 않은 것에 대해

쓰거나 죽은 이들이 이루어 놓은 것들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다. 작가로서 잘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은 이들과 경쟁하는 것이다." ~ 199쪽

 

"저는 야망이 없는 사람입니다만 세계 챔피언은 꼭 한 번 되보고 싶습니다.

톨스토이는 때려 주기 쉬운 상대입니다. 하지만 그의 주먹이 얼마나 센지.

제가 60세까지 산다면 톨스토이를 이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투르게네프와 모파상은 어렵지 않게 이겼습니다.

셰익스피어처럼 그 누구도 감히 두들겨 패줄 수 없는 이들도 있습니다.(챔피언이죠)

두꺼운 책으로는 멜빌과 도스토옙스키랑 붙고 싶습니다. 나는 그들의 얼굴에 진흙을

수없이 날렸습니다. 우리는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만 합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 뿐입니다." ~ 205-206쪽

 

진실하지 않은 작품을 쓰는 작업을 매춘으로 표현했던 헤밍웨이.

그는 행복해지기 위해 글을 썼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 더 잘 쓰고 싶었던 열망이 그를 지배하면서 글쓰기가 집착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더 좋은 작품을 창조해 낼 수 없다는 자기 한계에 도달한 것일까.

그의 아버지가 자살했던 것처럼 그 자신도 우울증 때문에 엽총사고로 자살했다.

(추측이기 때문에 엽총을 손질하다가 죽었을 수도 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시간이 흘러도 공감할 수 있는 위대한 작품 몇 권을 놓친 셈이다.

 

좋은 책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작가가 평생 혹은 반평생을 걸쳐 만든 작품을 길어도 며칠이면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책을 읽다 보면 헤밍웨이가 말한 그대로 나는 작가들의 1인칭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작가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때때로 새로운 소설을 시작했는데 잘 나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벽난로에 앉아서 작은 오렌지 껍질을 쥐어 짜 불길 언저리에 떨어뜨리며

푸른 불꽃이 타닥타닥 피어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곤 한다.

그리고 일어서서 파리의 지붕 너머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걱정하지 마. 항상 글을 써 왔으니 지금도 쓰게 될거야. 그냥 진실한 문장 하나를

써내려가기만 하면 돼.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이면 돼.'" ~~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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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 한 마리 - 적은 돈에서 시작된 큰 성공
케이티 스미스 밀웨이 지음, 김상일 옮김, 유진 페르난데스 그림, 강명순 감수 / 키다리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동화책은 가난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을 개척한 소년 코조의 이야기이다.

닭 한 마리는 말 그대로 한 마리이지만 소년은 그 안에서 미래의 풍요를 길어 냈고 꿈을 이룬 후,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신용, 담보 없이 믿음을 보증으로 종자돈을 빌려 주는 사업) 운동은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가 방글라데시에서 처음 시작했다.

그는 1976년 27달러로 42명에게 무이자로 빌려 준 그라민 은행을 시작으로 가난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

 



 

코조는 이웃끼리 조금씩 돈을 내서 한 가족에게 빌려 주는 종잣돈의 일부로 암탉 한 마리를 사서 키운다.

부푼 꿈을 안고서 암탉의 모이를 챙기고 돌보았을 소년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작은 암탉 한 마리는 달걀을 낳기 시작했고 그 달걀을 팔아 닭을 사고, 그 닭은 다시 달걀을 낳고,

달걀을 팔아 더 많은 닭들을 사고...

 



 

모든 일에 열심이던 코조는 학교에 다니면서 더욱 큰 꿈을 꾸게 된다.

큰 농장을 만드려는 꿈을 위해 대학에 진학한 코조는 온 힘을 다해 공부한다.

 



 

은행에서 부족한 돈을 융자받은 코조는 닭 900 마리를 키울 훌륭한 농장을 만든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 최신식 농장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120명 가량의 사람들이 그의 농장에서 일하게 된다.

그들의 삶은 점점 여유로워지고 각자 자신의 농장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게 된다.

 



 

코조는 어릴 적 자신이 받았던 종잣돈을 떠올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증이나 담보 없이

돈을 빌려 준다. 즉,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 제도를 시작한다.

 



 

작은 힘을 보태고 서로 돕게 되면서 아산티 주민들의 생활은 더욱 윤택해지고

코조의 농장은 가나를 벗어나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농장이 된다.

규모가 커지면서 나라에 내는 세금도 많아지고 농장의 일꾼, 주변 도시의

상점 주인들이 내는 세금도 더욱 많아졌다.

가나 정부는 이렇게 모아진 세금으로 더욱 많은 일을 하게 된다.

 



 

암탉 한마리에서 꿈을 건져 올렸던 코조. 그는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농장 일꾼들의 삶,

자신의 마을과 나라까지도 변화시켰다.

마을의 적은 종잣돈...그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희망의 불씨가 된 셈이다.

가난을 벗어 나고자 했던 소년의 강한 의지가 기적을 일으켰고 그 기적은 암탉 한 마리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크로크레디트 은행이 있다.

'신나는조합', '사회연대은행', '사회복지은행'','기쁨과희망은행', '열매나눔재단' 등의 단체이다.

이 책값의 일부는 '신나는조합'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종잣돈이 된다고 한다.

 



 

소년 코조의 노력과 희망, 성공과 나눔의 이야기는 부드럽고 고운 선으로 그려진 그림들과

함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서 나눔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귀한 책이다.

 

"저 달걀들은 어디로 가는거예요?"

"너의 미래, 우리의 아이들에게로 가는거란다." ~~ 26쪽 코조가 손자에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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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포트폴리오 작성법 입학사정관제의 정석
송태인, 이호경 지음 / 미디어숲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입학사정관제는 필기시험 위주, 석차나 서열 위주의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학생을 평가하겠다는 제도이다.

기존교육에서 간과했던 학생의 잠재능력, 인성, 사회성 등 국제화 시대에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려는 방식이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에서 학생을 뽑는 방식은 최상위의 성적 이외에도 예.체능 활동,

단체활동에서의 기여도, 봉사활동과 그룹활동을 통한 다양한 경험들이 주가 된다.

선진화된 나라들의 입시정책을 롤모델로 삼아 교육부에서 내놓은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나 의도는 우선 찬성할만 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용두사미가 된다는 것을 과거의 경험에

의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08 년의 등급제가  민주적인 것 같으면서도 그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2009 년에 표준점수제로 바뀐 가까운 전례가 있다. 

 

이 책은 학부모, 학생, 교사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와 목적을

이해하게 하고 이에 맞추어 학생 스스로 자신의 경력을 관리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게

하는 좋은 자료이다. 포트폴리오 작성에 필요한 문항을 선별하여 싣고 학생들의

모범답안을 수록, 학생이나 지도교사가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그룹 토의를 통해 주제들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책은 3부로 나뉜다.

1부 ; 꿈과 적성, 전공찾기.  2부 ; 전공 소양을 기르는 비교과활동. 

3부 ; 입학사정관 전형을 위한 글쓰기와 면접 프로그램.

말미에는 포트폴리오 작성시에 나왔던 문항들의 총정리로 면접 문항들이 실려 있으며

전공에 따른 심도깊은 문항들을 실었다.

 

저자는 지식 위주로 가르치는 학교 교사들에게 잠시 멈추라고 조언한다.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자신의 교육방식을 맞추고 미래적 가치를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입학사정관 제도를 긍정적으로 본다면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과 용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잘못 된다면...

학생들은 성적 관리와 더불어 포트폴리오 작성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채로 허덕일 수도 있다.

( 입학사정관제의 포트폴리오보다 훨씬 덜할 것 같은 서울대의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는 것도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무지막지한 고역이다 )

2011년에는 10명에서 1명 쯤은 입학사정관제로 뽑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9명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성적 순위로 가게 될 것이다.

학부형과 학생들 사이의 불만도 자동적으로 예견된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포트 폴리오를 작성하고 준비를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합격하지 못한다. 

그들의 좌절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아까운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무엇보다도 제도 자체의 존폐를 묻는 문제이기도 하는, 학생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가령, 고교등급제라도 적용되는 날에는 혜택을 받는 학생들이 더욱 한정될 것임은

불을 보듯 명백한 일이다.

또한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는 학생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전열을 정비한 학원가의

재빠른 움직임도 예상된다. (학부형들은 이중으로 주머니를 열게 된다)

 

아무쪼록... 좋은 취지에서의 입학사정관제가 부작용이나 단점들을 극복하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좋은 제도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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