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러브 - 사랑스런 로맨스
신연식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책<페어 러브>를 읽으면서 영화<페어 러브>를 볼 때의 감흥이 그대로 살아난다.

영화를 먼저 보고 글을 읽으니 영상들을 보면서 받았던 느낌이 너무나 강하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복습하는 것 같다.

책의 저자와 영화의 감독이 동일인물이니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당연할 듯 싶다.

영화에서는 안성기와 이하나가 사진사 형만과 남은의 역할을 맡아 순수한 첫사랑의

느낌을 참 잘 전달했다. 영화는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다.

안성기는 첫사랑에 빠진, 수줍은 노총각의 역할을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해내서

책 속의 형만과 자꾸만 오버랩 된다.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은 사랑이 필요 없는 상태에서만 머물려고 했던 한 남자의 성장기이다.

단단한 껍질 속에 갇혀 살고 있던 이 남자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서는 이 남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과 상상하지도 못했던 여자와의 사랑이 필요했다." 

실제로 저자는 한참 어린 아내와 첫사랑을 했고, 그 실제 경험을 그린 이 소설은

밝고 순수하다.

 

51살의 사진기 수리공 형만은 오십이 넘도록 연애 한 번 못하고 형네 집에 얹혀

살거나 작업실에서 홀로 생활한다.

친구 기혁은 그가 빌려 준 돈을 가지고 없어져 몇 년 뒤에 나타나는데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딸 남은을 맡기면서 죽는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빚쟁이들을 피해 밤봇짐을 싸서 도망 다녀야 했던 남은은

아버지를 잃고, 기르던 고양이도 죽고 혼자가 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우연에 의해 사진기 수리공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생각하는

형만에게 사랑 역시 우연처럼 다가 온다.

형만은 우연히 사진기에 찍힌 우유 주머니를 잡는, 작고 하얀 손을 보며 남은의 집에

이끌린다.

남은은 빨래를 핑계로 형만의 작업실에 드나들고...

물건들을 수리하면서 관계의 중요성을 찾는 형만과 그의 외로움을 알아 보는 남은의

소통은 운명인지도 모른다. 

남은의 외로움은 형만의 안에 숨은 외로움 - 작업실 침상에 누워서 밤이면

'모든 것이 그저 우연이었다'를 되뇌이며 카메라 기계들과 함께 잠들던, 혼자인 형만-

을 알아본 것이다.

 

남은은 작업실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형만에게 이별을 말한다.

그러나 결말은 희망적이다.

형만은 끝까지 지켜 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지만 사는 동안에,

아마도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그녀를 지켜줄 것이다.

 

"남은이는 환하게 웃었다. 나도 환하게 웃었다.

수십 년을 헤매 온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대로 이제는 조금 제자리에서 기대어 쉬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심이 됐다. 나는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고 기대어 누웠다." ~ 156-157쪽

 

사랑에 이를 때의 고통이 아무리 커도 가슴이 터질 때까지 사랑하라.

살아 있고 사랑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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