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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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에 태어난 저자 요네하라 마리는 1959 ~ 1964년

아버지의 직장 사정으로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를 다녔다.

50여 개의 나라에서 모인 아이들을 교육시켰던 학교에서의 생활은

그녀에게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비교를 가능하게 했으며 이후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와 작가가 되는데 좋은 양식이 되었을 것이다.

책 속에는 그리스인 망명자의 딸, 루마니아 공화당 간부의 딸,

유고슬라비아인 급우들과의 기억, 통역사 일을 하며 느꼈던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일본의 차이, 언어 사용의 차이 등에 대한 일화, 공산주의자이던

뚱뚱한 아버지와 독설가였지만 말년에 치매에 걸려 부처님처럼 따뜻한

사람으로 변한 엄마에 대한 추억등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여러 나라의 문화적인 차이를 느끼고자 하는 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다만, 많은 나라들에 대한 문화 편력이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작가의 단편적인 생각들을 정리한 책이라

다문화의 비교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고픈 책이라는 것이 유감이다.

그녀는 2006년 난소암으로 56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글을 읽으며 그녀의 곱고 여린 심성을 군데 군데에서 만날 수 있다.

 

* 일본인의 두한족열(頭寒足熱) ~ 숙면과 건강, 사고력과 판단력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머리를 차갑게, 발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경우 이마에 찬 물수건을 대는데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러시아인들은 한겨울에 모자를 쓰지 않고 다니면

추위로 모세혈관이 끊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열이 심하게 오를 경우 찬 물수건을 이마에 대고 열을 식히는데

저자는 일본만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아마 동양권의 간호 방법이 아닐까.

많은 부분에서 일본과 한국의 문화가 유사한 것 같다.

 

* 미국은 야구의 발상지이고 일본에서 야구는 스모를 능가할 정도로 인기있는

운동이다. 그러나 쿠바나 동남 아시아의 몇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야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야구라는 운동경기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 각 나라의 속담에 풍류보다는 실리를, 겉보기보다는 내실을 추구하라는

훈계가 들어있다.

일본 ; 꽃보다 경단, 꽃 밑보다 코밑(아름다움을 즐기기보다 입에 풀칠부터 하라)

미국 ; Bread is better than the song of birds. 새의 지저귐보다 빵

러시아 ; 휘파람새를 이야기로 기를 수 없는 노릇이다.

         하늘을 나는 학보다 손아귀의 박새.

         미남미녀로 태어나기보다 행복한 사람으로 태어나라.

         집의 매력은 건물의 화려함이나 아름다움이 아니라, 파이의 맛에서 결정된다.

한국 ; 금강산도 식후경

여러 나라에서 꿈보다 실리를 중요하게 여기라는 격언이 많은 것은 역으로

인간이 실리를 무시하고 꿈을 향해 내달리기 쉬운 존재라는 반증이다.

 

* 일본의 농부는 쌀의 작황을 좌우하는 강우량에 신경을 쓴다.

러시아의 농부는 밭을 덮는 눈의 두께가 두둑할수록 흐뭇해 한다.

한겨울에 내리는 많은 눈은 초봄 즉, 파종할 때 습기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일본 가수의 노래에는 "비야 비야 내려 내려 좀 더 내려. 내 좋은 사람 데려와 줘"가

있고 러시아 가요에는 "내게 연인을 마련해 준 것은 어쩌면 눈雪인지도 몰라" 가 있다.

 

*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는 학문관의 차이, 지식관의 차이, 교육방법 자체의 차이가 있다.

프라하에서의 5년 동안 논문 제출, 구술시험 형태의 시험에 익숙해 있던 저자는

일본에 돌아와서 사지선다의 객관식 지문과 O X 문제를 보고 당혹스러웠다.

지식과 단어가 전체 속에서 어떤 위치인가를 묻지 않고 그저 머릿속에 채워

넣을 것만을 요구하는 주입식 교육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학입학성적에 수능과 논술을 병행해서 점수를 매기지만 어릴 적부터 훈련받지

않은 아이들의 어려움은 실로 크다.

논술시험이 추가된 몇 년 전부터 수능 이후 학원에서 논술을 두 달 정도 배우고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른다.

학부형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논술시험 대비 학원에 수백만원을 내야 한다.

논술이 대학시험에 정착하고 초등학생부터 논술학원을 다니는 것이 현실이다.

공교육에서는 나몰라라이고 논술교육을 체계적으로 전담할 수 있는 여건조차

미흡하다.

학원이 아니라 공교육에서 논리적인 글쓰기와 구술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논문이나 구술 시험을 평가하는 교사의 자질을 높이고 근본부터 바꾸는  

교육정책이 시급하다.

동시통역사인 저자는 일본인들의 논리적인 구조가 아닌, 나열식의 산만한

문장들을 외국인들에게 통역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객관식 시험 유형으로 길들여진 우리의 현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렸을 때부터 논리 교육과 철학 교육을 중요시하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의 교육 방식을 도입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 러시아와 서양 문화에는 공통적인 수사학이 있다.

바꿔 말하기의 미학이 그것이다. 같은 단어를 되풀이하지 않는 러시아인은

문학작품만이 아니라 경제나 과학 논문에서도 같은 경우라 해도 같은 말로

지칭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같은 뜻의 다른 표현들을, 저자가 일본어로 통역하려고 할 때 다양하게

나타낼 수 있는 말이 없어 한 단어로 번역되는 고충을 털어 놓는다. 

일본어에서는 바꿔 말하기의 미학이 중시되지 않거나 알아듣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학생들의 작곡 실력을 칭찬하는 첼리스트 로스토로포비치의

"admirable, amazing, brave, brilliant, excellent, fine, fantastic,

glorious, magnificent, marvelous, nice, remarkable, splendid, wonderful... "

(그는 러시아로 말했지만 영어 단어로 바꿈) 표현 전체를 저자는 일본어로

'아와레'(우와 멋지다!) 라는 한 단어로만 번역했다.

미국인이나 러시아인들은 감탄하게 하는 대상을 칭찬하는데 어울리는

형용사를 풍부한 어휘 가운데에서 다양하게 고른다.

마치 그들이 표현하는 감동이 거짓이나 가식이 아니라고 납득시키는 것 같다.

형용사 선택 범위의 풍요로움, 사용법의 적확함, 감탄한 당사자의 교양,

감수성을 보여 준다.

우리말의 형용사도 참 곱고 예쁜데. 우리 말은 어떨까...

 

* "저자는 어느 심포지엄에서의 한 여성 작가의 말을 인용한다.

 

".... 저는 이런 식으로 높은 곳에서 대단한 체하며 이야기를 하는 게

서투릅니다. 너무 싫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그렇게 말씀을 드렸는데도 

억지로 밀어 붙여서는..........."

 

듣는 이의 과분한 배려를 강요하는 뒤틀린 표현은 일본의 중년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고 이것을 문화라고 부른다면 나는 야만인이다.

사퇴하려는 것이 마음에서 우러난 진심인지, 단순히 예의를 차린 것뿐인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 146-147쪽

저자의 지적이 왠지 통쾌하다. 가식을 싫어하는 저자의 생각이 드러난다.

일본의 문화는 일견 겸손해 보이고 상대를 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 그들만의 독특한 사무라이 문화에서 속을 보이지 않는 것이 살아남기

위한 처세였을 지도 모른다.

몸을 모두 감싸는 기모노, 무릎 꿇고 앉는 다다미, 정중한 인사와

조용한 말씨 등등. 저자의 말과 느낌처럼 친절한 얼굴 뒤로 일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일본을 떠나 체코에 살면서 지리 교과서에

'일본은 몬순 기후대에 있다'는 글을 보고 기뻤다고 술회한다. 

"바다에서 멀고 연간 강수량이 일본의 10분의 1 정도인 체코에 비해

고온다습한 조국이 자랑스럽다.

공중에 수분이 많아 호흡기도 피부도 머리카락도 촉촉하게 숨 쉬는

감각을 상기하며 그리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나라 사람을 접했을 때 사람은 자기를

자기답게 만들고 타인과 다른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애를 쓴다.

반면에 자신과 관련된 조상, 문화를 이끈 자연조건, 무조건 친근감을

느끼는 것, 이것은 일종의 자기보전 본능, 자기긍정 본능이다.

애국주의 내셔널리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밑바닥에,

이치로는 다 설명할 수 없지만 틀림없이 숨어 있는 불씨이다."

 ~ 54-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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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스윙 테라피
차혁준 외 지음 / 책나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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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로 골퍼인 차혁준. 김준호 공저인 책 <골프 스윙 테라피>의 부제는

'초보자들의 잘못된 습관 바로잡기 프로젝트'이다.

부제 그대로 골프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좋은 교재가 되는 이 책은

전체 8장 - 1장 ; 골프 스윙의 기본 그립과 어드레스

           2장 ; 좋은 스윙을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

           3장 ; 구질의 종류와 원인

           4장 ; 미스샷에 의한 스윙 오류

           5장 ; 트러블 샷에 의한 스윙 오류

           6장 ; 코스의 구조와 명칭

           7장 ; 골프의 역사 (기원과 유래)

           8장 ; 클럽 종류와 명칭

     부록으로 꼭 알아야 할 용어에 대한 정리가 수록되어 있다.

운동신경이 있고 이해가 빠른 사람들은 이 한 권의 책으로도 충분히

레슨 효과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꼼꼼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각 동작들의 머리의 위치, 팔, 어깨, 다리, 무릎의 각도와

힘을 주는 정도를 사진과 그림으로 설명, 시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책을 펴 놓고 주의깊게 설명과 그림, 사진을 참고로 반복해서 동작을

취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자세가 될 것 같다.

골프 스윙의 기본 자세와 좋은 스윙의 조건들을 익힌 후에는 연습장이나

실제 필드에서 범하기 쉬운 미스샷과 트러블샷, 스윙 오류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아마추어 뿐만 아니라 프로들도 범할 수 있는 오류와 원인을 분석하고

교정을 위한 다양한 팁을 제공하는,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구력과 실력에 무관하게 스윙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노력하면서 꾸준히 연습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쉽게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 즐기는 스포츠인 골프는 코스의 지형, 풀, 홀의 모양,

지형의 높낮이, 기후조건 등 변수가 다양하다.

따라서 이러한 변수들에 대처, 트러블 샷을 잘 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안내가 각 경우에 자세하게 실려 있다.

나무를 넘겨야 하는 경우, 숲에 들어 갔을 경우 등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어 흥미롭다. 1998년 미국 LPGA 대회에서 연못 주위에 공이 떨어져

박세리 선수가 양말을 벗고 물속에서 샷을 날리던 감동적인 장면이 떠올랐다.

이밖에도 코스의 구조와 명칭, 클럽의 종류와 명칭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담고 있다.

골프의 역사와 기원에 대한 이야기, 특히 한국 골프가 1900~1905년에

대한제국에서 임명한 영국인 세관원이 원산 세관 구내에 한국 최초의

6홀코스를 건설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2009, 8월 양용은이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꺽고 역전우승,

아시아 남자 골프 선수로는 처음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기록한 사실은

골프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자랑스러운 사실이다.

한국사회에서도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고 골프 비용이 싸게

드는 외국으로 골프여행을 떠나는 것이 드물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일반 사람들이 골프를 치기에는 버겁다.

비싼 골프채와 비싼 골프 회원권,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시키는 골프장에

대한 반감 역시 존재한다.

얼마전 신문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이 치지 않은 사람보다 수명이 4~5년

길다는 통계가 있다는 것을 보았다.

환경오염의 문제를 해결하고 서민에게 문턱이 낮아진다면 골프는

훨씬 더 매력적인 운동 종목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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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머신, 길자 - 환상 스토리
김창완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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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할아버지'로 유명한 산울림의 맏형 김창완은 배우, 방송 진행자,

작곡가, 가수로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이다.

그가 제목도 독특한 책 <사일런트 머신 길자>를 세상에 내놓았다.

환상적인 이야기 6편인데 그가 사유하는 세계에 대해 엿볼 수 있다.

 

"글쓰기만큼 재미있는 놀이도 없다.

연필 끝에서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고

볼펜 끝에서 '길자'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흘러 나온다." ~~ 서문

 

글쓰기가 재미있는 놀이라니... 참 부럽다.

연기를 봐도, 노래를 들어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속에 있는

것들을 쉽게 꺼내는 것 같다.

본인은 힘들지 모르지만 지켜보는 나로서는 모든 일들을 쉽게 쉽게

하는 것 같아 부럽기 짝이 없다.

영원한 피터팬 김창완...그가 피터팬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언제나 오늘은 경이, 경이로운 새 날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말을 없애는 기계...

때로 긴 말보다 침묵하는 편이 훨씬 위로가 되고 설득력이 있다.

아마 저자는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의 주위가 무척이나 시끄럽고

떠들석하다는 것에 지쳤는지 모른다.

애정이 담기지 않은 잔소리에, 기운 빠지게 하는 무시와 무관심에 상처를

입고, 사건사고로 넘쳐 나는 뉴스, 남의 일에 귀기울이고 호기심을 보이는

무리들에 지친 사람들은 한번쯤은 말이 없는 세상을 꿈꾸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 이씨는 말을 없애는 기계를 발명하기 위해 모든 시간과 본인의

침묵마저 바친다.

그는 완성한 기계의 이름을 아내의 이름인 '길자'라고 짓는다.

침묵의 기계 '길자'를 밤새 켜둔 다음날 아침 뉴스를 보니 차들이 엉키고

어떤 사람은 들것에 실려 나가고 "갑자기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요." 라는

인터뷰로 여기저기 야단법석이다.

환불 소동이 벌어진 극장 앞에서는 아직도 사람들이 농성 중이다.

이씨는 지금 37킬로미터(서울 동서간 거리는 36.78 킬로미터) '길자'에

도전 중이다. 이씨는 서울 한복판에 산다.

 

그는 어느 날 아침 동네에서 고양이가 죽어있는 것을 보고

'숲으로 간 조조'를 썼다고 한다.

 

"여러분을 나의 사랑하는 고양이 '죠죠'가 살고 있는 글 동산에

초대합니다.

슬픈 목숨을 이어가는 모든 동물들과 악의없는 몽상가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 서문

 

버려진 고양이들이 많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 음식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를 만나거나 차 밑에 숨어 있는 고양이를 본다.

섬찟하기도 하지만 산 목숨인데 먹고 살기 위해 사람의 눈을 피해

먹을 것을 뒤지는 모습이 처량하고 안스럽다.

저자는 사람의 세계에 편입하지 못하고 버려진 동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써내려간다.

아기 고양이 죠죠는 언제나 배가 고프다. 형은 자동차에 치여 죽고

동생인 징요도 헝겊인형처럼 쓰러진다. 엄마 고양이는 미친다.

절망적인 바깥세상에서 살지 못하는 죠죠는 희망을 찾아 아빠와 함께

숲으로 들어간다.

무서워하는 그에게 앞서 걷는 아빠 고양이는 말한다.

"두려움은 네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네 안에 있는 것이란다.

죽음이 네 앞에 있더라도 아빠 꼬랑지가 있다고 생각해라."

죠죠는 검은, 자기의 운명 속으로 씩씩하게 걸어 들어갔다.

그는 쿤트라의 아들이 되었다.

 

"숲 속에는 다른 빛이 가득 차 있다.

 숲 속에는 혼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전나비떼가 우르르 지나갔다.

 제비꽃 꽃잎이 바람에 흩어지는 것 같았다.

 아직 덜 익은 도토리가 발 앞에 굴러 떨어졌다.

 또르르 굴러가는 도토리가 마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같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푸른 하늘이 나뭇잎 사이로 죠죠를 찾고 있었다.

 죠죠는 힘차게 발을 내딛었다.

 숲으로, 숲으로" ~~ 66-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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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의 철학
마시모 도나 지음, 김희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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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의 철학>의 저자 마시모 도나는 이탈리아 라파엘레 대학의

철학부 교수이자 4개의 음반을 발매한 음악가이다.

철학과 음악 두 부문의 전문가라는 기이한 약력 못지 않게 특이하게 여겨지는

이 책의 주제인 철학과 술...

이 책에는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르네상스로부터 현대철학,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이면서 방랑하는

음주가들, 그들의 철학 만큼이나 다양한 술에 대한 생각과 술사랑에 대한

일화들이 실려 있다.

시대를 풍미한 사상을 집대성햇으며 여전히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철학자들이 거의 모두가 애주가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들 대부분은 동전의 양면처럼 술이 주는 긍정적인 효능과 무절제로 인한

방종의 해악(술의 양의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예수의 성혈로서의 포도주 부분에 많은 지면을 활용하는 저자는 다른 술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동양의 학자들과 동양의 술에 대한 궁금증이 슬며시 생긴다.

 

정신을 풍요롭게 하고 영혼을 충만하게 만드는 술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

술을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어서 무척 아쉽다.

그래도 마라톤과 막걸리를 사랑하는 사람과 살다 보니 한두잔 쯤은 같이 마시게 된다.

때로 술이 주는 열락에 빠지고도 싶고 한번쯤은 필름이 끊기는 순간을 경험하고

싶어 이번만은 꼭 마시리라 다짐하면서도 자연스러움이 아닌, 인위적인 다짐에

문제가 있는건지. 두통이 오거나 토가 나올 것 같아 여기까지만...

하게 되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그래도 그중 맛있게 느껴지는 술이 있다.

저자는 주로 포도주에 대해 말하는데

나는 왠지 고향의 맛이 이러리라 느껴지는 막걸리가 좋다.

딱 한 잔까지는. 김치쪼가리에, 때로는 시장에서 갓 지진 빈대떡과 어울려 마시면

푸근하고 마음이 처억하니 가라앉는다.

 

아버지는 평소 말씀이 없었고 차갑고 이성적인 분이셨다.

60이 넘어 가끔씩 술을 마시던 아버지는 자식 여섯 중에 아픈 아이 이름을 부르며

우시곤 했다. 아마... 술을 마시면 어느 순간엔가 자신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의

아픔을 토로하게 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아버지는 깊이 감춘 아픔을 밖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아니면 자신의 아픔을 잊고 싶어 술을 마셨을까.

그도 아니면 삶이 허무하다고 느끼셨을까.

 

* 소크라테스는 아무리 많은 술을 마셔도 자신을 통제할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흔히 구제불능의 상태로 여겨지는 취함의 상태가 존재 그 자체의

내면을 가장 사실적으로 표현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술취함은 인식의 상태를 파괴시키는 것이 아니라 깊숙이 자리한 신념을

표현하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술에 취하면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으며 나쁜 생각으로

기운다고 말한다. 오직 절제하여 마시는 자만이 양식있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취함을 진리 탐구와 결부지었던 소크라테스나 플라톤과 달리 '중용'을 강조한다.

 

* 창세기에서 노아는 포도주의 최초 발명자이다.

그는 포도주에 취해 벌거벗은 채 잠이 들고 비웃음을 당한다.

포도열매는 선물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위험을 안고 있다.

유대교에 있어서 포도주는 종교의식에 쓰이면서 강한 상징성을 지닌다.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민족의 탈출을 기념하는 날과 부림절 축제 기간에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신다.

그리스와 라틴 문명에서 술은 분석, 찬양, 처벌의 대상이었지만 구약과

유대교에서는 포도주의 상징적인 가치가 드러났다.

 

* 그리스도교에서 포도주는 다른 실체에 대한 상징 또는 표현이다.

다시 말해 생명과 구원의 상징이자 그리스도의 성혈이다.

"너희는 모두 이 잔을 받아 마셔라. 이것은 나의 피다.

 죄를 사하려고 많은 이들을 위해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십자가와 생명의 나무는 종종 포도나무로 재현되며 최후의 심판은

포도 수확의 이미지로 형상화된다.

 

* "술의 힘이 스며들어 우리 몸이 무겁게 느껴질 때

   비틀거리는 다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혀는 잘 돌아가지 않으며 머리는 멍해진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고 헛소리, 요란한 딸국질,

   그리고 시비가 붙는다." ~ 로마의 시인 루크레티우스

스토아학파와 몽테뉴는 마시는 것과 취하는 것은 영혼의 가치를 실추시키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몽테뉴는 술취함은 비천하고 어리석은 악행이며 시민사회를

송두리째 동요시킨다고 생각한다.

 

* 현대 합리주의의 아버지인 데카르트는 스페인 포도주를 지나치게 많이 마셨다.

그는 구토를 일으키기 위해 포도주에 담배를 우려낸 물을 마셔서 죽음에

이르렀다고 한다.

 

* 칼 마르크스는 종종 취할 때까지, 주머니의 돈이 바닥날 때까지 마시곤 했다.

마시고 취하는 행위는 거의 전 생애에 걸쳐 일어났다.

엥겔스는 빈곤의 증가와 술의 수요에 대한 연관성에 대해 말한다.

"노동자는 피곤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집에 도착한다.

불편하고 습기 차 있고 더럽고 아늑하지 않은 그곳에서, 하루하루 똑같이 이어진

똑같은 오늘 속에서 어떻게 노동자가 술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노동자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것은 도덕적으로,

정신적으로 필요하다."

 

"거나하게 술에 취해본 적이 없는 자는 진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 키엘케골

 

"저자는 필연적인 무절제를 동반하는 술, 그 술의 즐거움에 건전하게 빠져드는 현상은

순수하게 철학적인 주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절제의 미덕으로 술의 기쁨을 체험한

자만이 악에서 선을, 또는 거짓과 진실의 경계선을 분별있게 지각할 것이라고 본다.

인류가 술을 사용한 역사는 까마득하다.

철학.종교.시.문학의 세계에서 술은 중요한 상징체계이다.

기분좋은 상태로 만드는 포도즙을 누가 처음에 맛보았을까?

셰익스피어는 술취함을 총명한, 활기찬, 창작력이 풍부한, 명민함으로 가득찬,

정열적이고 유쾌한 두뇌로 바꾸는 것으로 정의했다.

무아지경의 원천인 술은 종교행사에서 자신의 중요한 소명을 수행했고 신과의

직접적이고 진정한 결합으로 인도하는 길잡이였다.

술과 정신, 술과 인식. 인식과 결합된 술이 그 너머의 철학의 세계로 가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 7-8쪽

 

"눈크 에스트 비벤둠 Nunc est bibendum...(자, 한 잔 합시다!)" ~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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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눈동자
알렉스 쿠소 지음, 노영란 옮김, 여서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그날 밤,모두가 자고 있을 때 할머니가 돌아 가셨다.' ~ 15쪽

'최고의 이야기꾼, 할머니는 평범한 일상을 동화로 바꾸어 놓을 줄 알았다.

윌리엄은 할머니의 수다가 그립다.

햄이 들어간 꽃상추 샐러드를 먹던 날 슬그머니 내 꽃상추를 대신 먹어

주면서 눈을 찡긋 해 주던 것도 그립다.

할머니의 미소, 웃음 가득한 눈을 잊지 못할 것이다.' ~ 24-25쪽

  

주인공 윌리엄이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할머니와 보낸 세월은 8년이다.

나는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을 할머니와 같이 살았다. 

어린 시절, 부모와 헤어져 바닷가 어촌 마을에서 할머니와 같이 살았다.

아마도 할머니와 같이 사는 아이들이 정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손자 손녀에 대한 할머니들의 전폭적인 애정 때문일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야 하고 아이를 키운 경험이 없어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그래서 아이의 따뜻하고 여린 감성을 보듬을 수 있는 사람은 할머니라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겨울이면 이제 그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어디선가 꼭 꼭 나오는 찐밤과 밤고구마, 큰 대봉시 감, 곶감....

할머니가 주는 간식은 얼마나 맛있었는지 그야말로 황홀할 지경이었다.

따뜻한 시선으로 할머니의 죽음을 담담하게 그려 나가는 작가의 덕으로

오랫만에 할머니에 대한 추억, 어린시절의 기억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윌리엄과 비올렛 역시 할머니를 일상 속에서 그리워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할머니를 추억하듯이....


프랑스 동화작가 알렉스 쿠소는 할머니의 삶과 죽음을 통해 꿈과 이별,

그리고 그리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신이 꿈꾸었던 인생을 아이들에게 들려 주었던 할머니, 이를 믿는 동생,

할머니의 말이 거짓임을 알지만 동생의 믿음을 깨고 싶지 않아 침묵하는 오빠.

소년 윌리엄은 할머니의 유품과 생전의 말들을 생각하면서 할머니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된다.

할머니가 꿈꾸었던 삶 또한 할머니의 인생이었다는 소년의 깨달음은 소년의

마음의 키를 한층 자라게 한다.

말벌도 벌이라며 할머니가 벌로 변했을 것이라 믿으며 묻어 주었던 동생,

할머니의 육신은 땅 아래에 묻히지만 가슴에 묻는 것이라며 가슴을 두들기는

소년, 둘은 매일의 나날에서 할머니와 같이 했던 수많은 시간들을 떠올리며

행복해 하면서 할머니를 무척이나 그리워할 것이다.

삶과 죽음, 이별, 그리움, 꿈에 대해 아이들의 마음을 키우는 성장동화이다.

마음을 따스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별이 예정되어 있는 인간의 삶이

유한한 것에 대한 슬픔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할머니가 죽은 날, 비가 오지 않고 태양이 찬란한 것은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할머니가 돌아 가셨고 우리는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울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오지 않아요. 아마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럴거예요.

우리는 아주 많이 할머니를 사랑했어요.

 



 

할머니는 오래된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그 음악에서 북 치는 사람이 할머니라고 했어요.

숲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할머니는 들풀을 한무더기 모아 자전거 페달에서 발을 뗀 채로

산에서 달려 내려 왔어요. 집에서는 늘 숲의 향기가 났어요.

할머니는 할머니 나이보다 더 오래된 것 같은 옛날 영화를 보여 주었어요.

할머니의 미소, 웃음 가득한 눈을 잊지 못할거예요.

 



 

퍽! 퍽! 퍽! 비올렛이 말렸지만, 귀 뒤쪽에서 윙윙거리는 말벌을 때려 눕혔어요.

비올렛이 울면서 "오빠가 할머니를 죽였어." 그 말이 내 머릿속에서 스무번 메아리쳤어요.

 



 

비올렛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 쪽으로 걸어 갔어요.

"할머니가 죽은 날, 할머니가 나한테 말했어. 할머니는 죽으면 벌이 될거라고."

나는 질세라 벌이 아니고, 할머니도 아니고, 말벌이라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어요.

길옆으로 들판이 있고 들판 가장자리에 소들이 바보처럼 큰 눈을 껌벅거리며 우리를 쳐다봤어요.

 



 

'공잘로 고무줄'은 고무공장인데 버려진 낡은 창고랍니다.

할머니가 평생 일한 고무공장이라고 비올렛에게 알려 줬어요.

그런데 비올렛은 할머니가 북을 쳤다고 믿고 있어요.

"할머니가 말한 것 중에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어. 할머니의 진짜 인생은 할머니가

말한 것처럼 재미있지 않았어. 할머니가 죽으면 벌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진짜야.

할머니가 벌로 변한 과정 중에 약간의 문제가 생겨 말벌이 된거야."

 



 

어쩌면 공장에서 고무줄을 만들면서 북을 쳤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할머니는 우리한테 음악을 들려 줬거든요.

그래도....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할머니의 인생에서 진짜와 가짜를 알 것 같아요. 

 



 

고무 공장! 할머니가 평생 고무줄을 만들며 살았다는 것이 정말 믿어지지 않아요.

가끔은, 현실이 꿈을 닮은 것 같아요. 누군가가 매일 아침 고무줄을 만들기 위해

일어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살면 매일 매일... 무언가 다른 인생을 꿈꿀 수 밖에 없겠지요?

 



 

나는 땅을 팠어요. 흙이 부드러웠어요.

레코드플레이어 하나와 몇 킬로미터의 고무줄을 충분히 묻을 수 있는 예쁜 구멍을 팠어요.

말벌을 묻고 흙을 다지고 둥근 돌을 굴려서 말벌을 묻은 자리에 세웠어요.

나중에 이 자리를 다시 찾기 위해서요.

나는 소리없이 조금 울었어요.

 



 

비올렛과 나는 죽은 벌이나 말벌은 볼 때마다 숲에 묻어주고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마음 속에 간직하기로 했어요.

고무공장 앞을 지났어요. 나는 숨을 한번 크게 쉬고 비올렛도 똑같이 했어요.

우리는 울음을 삼켰고 미소를 지었어요.

할머니가 들풀을 꺽어 들고 숲에서 돌아올 때 지었던 그 미소였어요.

노래 부르던 그 눈동자였어요.

행복했던 할머니의 눈동자. 생기 넘치는 할머니의 그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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