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 위풍당당 양준혁이 머뭇거리는 청춘에게
양준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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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 맹렬하게 달려온 양신, 위풍당당 양준혁이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책 <뛰어라!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에서 세상의 수많은 도전자들에게,

앞으로 나아가기를 두려워하거나 머뭇거리는 청춘들에게 야구를 통해 얻은

몇가지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그가 털어놓는 속내깊은 이야기들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던 야구 인생 18년의 기록이다.

안타를 때릴 확률 30%, 성공보다 실패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 타자...

실수와 패배를 받아들이고 1%의 타율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뛴 그의 모습들을

보며 노력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했던 이승엽 선수 역시 그라운드 뒤에서 남모르게

엄청난 연습과 훈련을 거듭한다고 한다.

최다경기(2135경기), 최다홈런(351개), 최다안타(2318개), 최다타점(1389개),

최다득점(1299개), 최다타수(7332타수), 최다루타(3879루타), 최다2루타(458개),

최다사사구1380개) 등 겅격부문 10개 중 9개 부문 1등을 차지한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

1993년 데뷔 후 2010년 은퇴까지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뛰었다는 양준혁, 

대구 홈구장에서 팬들의 응원과 함성 속에 은퇴 경기를 치른 후 빗물에

가려지지 않는, 굵은 눈물을 흘렸다는 대목에 이르면 

"그래, 당신은 참 잘했어. 여기까지 이렇게 달려온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야."

하면서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어진다.

한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내기 위해, 혹은 대가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할까. 

그는 이승엽의 재능과 노력을 질투했음을 인정하기도 하고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구단 삼성에서 2인자로 밀려나 주목을 덜 받았던 '서러운 2인자'로서의

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최고가 되고 싶은데, 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서럽고

1인자가 불과 몇 발 앞에 있는데도 따라잡기는 커녕 거리를 유지하는 것만도

힘들었다는 그의 내밀한 고백은 안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2인자자였기에... 한계를 넘기 위해 기울였던 자신의 노력과 시간들로

인해 끈질기게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1994년 이종범, 1999년 이승엽, 2010년 이대호가 부러웠지만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욕심과 질투를 버리고 오래 버티는 것이 자신의 재능이라고 믿었다는 

그의 말을 접하고 보니 실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면에  살아남기 위한 선수들의 내적 투쟁이 얼마나 격렬할지  짐작하게 된다.

아들들이 사는 세상 역시 팍팍하고 힘들겠다는 생각에 힘이 빠진다. 

야구 경기처럼... 인생 역시 다름 아닌 경쟁이고 삶의 자리 또한 그렇게

치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책속에는 야구 경기의 승패와 영광 그리고 좌절의 순간들,

15년을 몸담은 구단 삼성에 대한 애착, 열성 팬과 악의적인 팬, 인터넷 악플에

대한 생각, 야구를 하며 느낀 소회 등등 읽을거리가 많다.

특히 이승엽, 이종범, 송진우 등등 선후배 선수들의 이야기, 매서운 가르침으로

깨달음을 준 명감독 김성근, 무뚝뚝하지만 무한 믿음을 부여준 김응용 감독,

인생선배이자 제 2의 야구인생을 위한 롤모델인 홍명보 축구감독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재미를 더한다.

 

재능을 가진 신인들이 새롭게 차오르고 부침이 심한 야구계에서 오랜 세월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며 살아남았고 야구 역사에서 그의 기록을 빼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보면 그의 쉼없는 노력을 알 것 같다.

이제 그는 인생살이와 가장 비슷하다는 야구 경기를 끝내고 그라운드 밖에서

새로운 인생을 열고 있다.

야구 해설을 하고, 강단에 서고,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야구를 하면서 1루까지

전력질주했듯 여전히 뛰고 있다.

야구 특성화 학교를 만들어 자신처럼 가난했지만 꿈을 이루고자 하는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는 그의 가장 큰 열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나는 안타를 때리고, 아니면 희생타를 칠 것이다.

어쩌면 실책을 할 수도 있고, 가끔 홈런을 터뜨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야구 하듯이 오늘을 살면 괜찮은 내일이 열리지 않을까." ~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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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정의사회의 조건 - 정의·도덕·생명윤리·자유주의·민주주의, 그의 모든 철학을 한 권으로 만나다
고바야시 마사야 지음, 홍성민.양혜윤 옮김, 김봉진 감수 / 황금물고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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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EBS에서 <하버드 특강-정의>를 방영했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대화형 강의의 신선함과 사례들을 둘러싼 도덕적 쟁점이 인상적이라는

점에 매료되었다.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서점에서 한동안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고 정의에 관한 모든 질문은 그를 떠올리지 않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 파급 효과가 컸다.

마이클 샌델은 철학이 세계를 바꿀 수 있고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강의와 책을 통해 보여주었다.

하버드 대학 교수인 샌델의 정치철학은 상아탑 내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안에서 중요한 담론을 제공한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매순간 사회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들을 통해 정의. 도덕. 생명윤리. 자유주의. 민주주의 등의

참 의미가 무엇인지 피력했고 동시대인들에게 더 좋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자고

손을 내민다.

<정의사회의 조건>은 샌델의 정치철학 내지는 공공철학, 그가 지향하는 열린

공동체에 대한 근본 생각을 한눈에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샌델과 공동체주의와 공공철학 연구를 같이 해온 고바야시 마사야 교수가

샌델이 발표한 책들의 핵심 부분에 해설을 첨가하여 샌델 철학의 전체상을

<정의사회의 조건>에 담았다.

 

미국은 1970년대 샌델의 강렬한 등장을 시작점으로 정치철학의 연구가

눈부시게 부흥했다.

고바야시는 서론에서 일본에 정치철학이 없었음을 고백한다.

정치철학이 일상생활의 자명함을 뒤흔들지만 결코 회의주의나

추상적인 공리공론이 아니라 현실을 바꾸고 동시대인들을 촉발해서 보다

좋은 세계로 변혁해 나가는 학문이라는 고바야시의 말에 공감이 간다.

과연 우리에게 정치철학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나라에 어떤 정치철학이 존재하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을 감수한 김봉진 교수는 샌델의 정치철학의 핵심이 선이 있는 정의이고

미덕과 좋은 삶(나는 착한 삶이라는 번역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과 관계 깊은

정의라고 말한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그리스 도덕 철학의 전통에

그 원천이 있으며 우리의 유교적인 전통과 맥을 같이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교의 전통을 재해석하여 우리에게 맞는 정치철학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뭔지 모르게 양이 차지 않고 보다 우리다운 정치철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긴다.

 

책속에는 거의 모든 사상들이 집약, 응축되어 있다.

미국의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종교, 언론,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들, 카터와 레이건, 클린턴과 부시를 비롯 오바마까지 미국의

근현대를 이끌었던 대통령들, 아리스토텔레스와 헤겔, 칸트 등의 철학자들의 이론,

롤스 교수의 철학 이론과 비슷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다른 샌델의 공공철학,

샌델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일어날 수 있는 몇가지 상황을 예로 들어

선택을 고민하게 하는 도덕적 딜레마에 관한 문제들이 언급되어 있다.

저자는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해설을 붙였다고 하지만 워낙 다양한 주제와 이론들을

다루고 있어 어렵다는 느낌을 가지고 읽었다.

다만 4장의 이슈들은 평소에 고민해봤음직한 소재들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생명에 대한 샌델의 생각에 공감이 간다.

생명은 선물로 주어진 천부적인 것이므로 유전공학을 이용, 무리하게 개조하거나

강화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개성과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는데 그들은 하늘이

준 선물로 무조건 사랑해야 하며 겸손, 윤리, 책임, 연대같은 윤리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가 복제인간, 성 감별, 부모의 과잉 양육 등을 반대함은 물론이다.

그는 부모의 과도한 간섭이 선물로 주어진 생명이라는 생각 대신 인간에 의한

정복과 지배이며 본래의 사랑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반성해야 한다고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목차

1장 ; 하버드 강의의 사상적 에센스 - <하버드 강의>와 <정의(2009)>

2장 ; 존 롤스의 마술을 풀다 -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1982)>

3장 ; 공화주의의 재생을 위하여 - <민주정에 대한 불만~공공철학을 찾는 미국(1996)>

4장 ; 유전자공학에 의한 인간 개조 반대론 - <완벽함에 대한 반론(2007)>

5장 ; 공동체주의적 공화주의의 전개 - <공공철학(2005)>

 

이 책을 읽으며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대중들의 의식을 선도하는,

그리고 공동체와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 각자에게 내면화된 철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철학은 반드시 공동의 선을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달한다.

정의는 모든 사람의 삶이 스스로 살만한 것이라고 여기게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  이곳, 이 자리에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면...

혹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 나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같이 가자고 청하는 사회가 되는 것, 바로 그것이 정의이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모든 것들이 철학과 관련된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시 그것이 지나친 이상주의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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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 아웃케이스 없음
구스 반 산트 감독, 숀 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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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크>는 동성애자 인권운동가인 하비 밀크(1930-1978)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미스틱 리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숀 펜은 영화 <밀크>로 2008년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받게 된다. 이는 당연한 결과였던 것 같다.

숀팬은 동성애자이면서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인권운동가,

사람들과 자신의 삶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인물 하비를 마치 자신인 양 실감나게 묘사한다.

<엘리펀트>, <굿 윌 헌팅>, <파인딩 포레스터> 등등 탁월한 연출력으로 실험영화와

예술영화를 만들어온 구스 반 산트가 연출을 맡았다.

하비와 마찬가지로 동성애자인 그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고자 했고 이 영화로

자신의 신념을 드러낸 셈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조쉬 브롤린이 하비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하비의 의안을

사사건건 반대하는 댄 하이트 역을 맡았다. 

마침내 그는 하비를 살해한다.

(실제로 댄 하이트는 하비를 죽인 과실치사죄로 5년 형을 살고 나온 이후 2년 뒤에

고향에서 자살하고 만다)






<스파이더맨>과 <127시간>에서 흥행배우로 거듭난 제임스 프랑코가 아름다운 애인 

스콧(후일 에이즈로 사망한다)역을 맡아 열연한다.

(영화에서 하비가 흑백사진에 담은 제임스 프랑코의 웃는 얼굴이 아름답다)

언제나 새로운 형식으로 일정한 틀을 깨버리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연출과 

명배우 숀팬을 비롯,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감동 그 자체이다.

영화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제 하비와 동고동락하며 인권운동을 했던 동지들로

엔딩 크레딧에 그들의 근황이 소개되어 흥미롭다.


영화는 50~60년대 미국에서 동성애자들을 탄압했던 시기의 흑백자료화면과

영상들을 비장한 배경음악과 함께 긴박하게 보여 주면서 시작한다.

하비는 40세 되는 생일에 지하철 입구에서 스콧을 만나 새로운 희망을 품고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지금은 동성애자들의 메카가 되었다)에서 작은

사진가게를 연다.

그곳에서 사람들의 편견과 부딪치면서 차별받는 소수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변화를 모색한다. 마침내 그는 동성애자 인권운동과 소수자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방편으로 선거에 뛰어든다.




 
아일랜드계와 카톨릭 보수주의자들의 세력이 강했던 지역에서 세 번의 도전 끝에

시의원에 당선된다.



 
영화는 중간 중간 하비가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장면을 보인다.

정치판에 들어서면서 암살 위협에 시달렸던 그는 자신의 생각들과 신념에 대해

육성으로 녹음하여 남긴다.

(하비가 남겼던 녹음 기록들은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데

큰 밑그림이 되었다고 한다.




 
 하비는 언제나 "여러분을 동지로 모십니다."라는 말을 서두로 연설을 시작한다.

그 말은 울림이 있으며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버리는 마력이 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생명을 바쳤고 지켜내야 하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사람들간의 연대와 결속을 중요하게 여겼고 자신이 그랬듯이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신념을 불어 넣어 주고 동기를 부여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수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일이다.

영화는 하비가 1978년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신념을 위해 살았던 그의 마지막 8년을

그리고 있다. 

감독은 하비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치로 풋치니의 오페라 장면을 복선으로 깔고 있다.

공화정을 지지하던 친구를 숨겨두고 친구의 이름을 팔지 않았던 카바라돗시의 죽음과

이를 슬퍼하면서 오열하는 토스카...

무대를 바라보는 하비의 옆모습이 말할 수 없이 쓸쓸하다.

집에 돌아와 담요를 덮고 쇼파에 앉아 창밖 먼 하늘과 새벽의 여명을 바라보며

스콧에게 전화해 울먹이며 말한다.

"잃고 싶지 않아"  "이 느낌을 .............."

소름끼치는 장면이다.

숀팬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에 찬사를 보낸다.

이토록 진한 슬픔과 허무를 숀팬 그가 아니면 나타낼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밀크>의 상영관이 적었고 상영 자체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요즘의 상황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하비가 활동하던 70년대는 동성애자들이

하느님의 질서를 거스르는 반윤리적인 존재들이라고 지탄받았으며

자신이 게이임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커다란 용기이던 시대이다.

개인의 천부적인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그의 정치운동은 단순하게 동성애자들만의 권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 노인, 흑인과 동양계,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이 없는 미래에 대한

염원이자 희망이었다.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고 살다 간 하비 밀크가 존경스럽다.




"저는 이 운동이 계속 되기를 요청합니다.

이건 저의 개인적인 소득도 아니고

자만도 아니며, 권력에 대한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단지 '우리들'이 밖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게이뿐만이 아니라, 흑인도, 동양인도, 노인들도, 장애인들도

'우리들'이어야 합니다.

희망이 없으면 '우리들'은 포기합니다.

희망만으로는 우리가 살 수 없다는 것을 저도 압니다.

그러나 희망 없이는 삶이 살 가치가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

그리고 당신도

당신도

그들에게 희망을 주십시오.

그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 하비 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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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엄마 상상 그림책 학교 1
레베카 콥 글.그림, 이상희 옮김 / 상상스쿨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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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엄마 Missing Mummy>는 글과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인 

레베카 콥이 첫 번째로 내놓은 그림동화책이다. 

<보고 싶은 엄마>에서 엄마가 왜? 무슨 병으로 이 세상을 떠났을까? 에

대한 언급은 없다. 

엄마는 왜 그렇게 아이를 두고 바삐 떠났을까?

때가 되면 올 때처럼 빈손으로 떠나는 것이니 죽음에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엄마가 전부이던 아이는 어떻게 살아가나...

축 처진 어깨, 고개숙인 얼굴, 깍지 낀 두 손, 엄마와 함께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쳐다보는 눈길, 엄마의 옷과 물건들을 보며 엄마의 흔적과 냄새를 

찾는 아이, 아빠와 누나와 함께 옛날 가족사진을 보며 웃고 우는 아이,

가족이 서로 도우며 집안일을 하는 모습 등의 삽화에서 작가는 아이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 동화는 엄마가 저세상으로 떠났지만 아직 죽음의 의미를 모르는 아이가

슬픔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아빠와 누나랑 함께 서로의 아픔과 상실감을 보듬어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 

아주 천천히 아이의 상처가 치유되어 간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삶과 죽음, 그리고 이별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고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인 가족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될 것이다.

레베카 콥은 그림을 통해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찾다가 아직도 엄마 냄새가 나는 스웨터를 찾는

아이의 모습이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언제까지나 엄마를 잊지 않을 것이고 엄마한테 자신이 특별한 아이였으며

엄마 역시 자신에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다는 아이의 마지막 독백이 마음에 남는다.

아이는 두고두고 기억에도 희미할 엄마를 가슴에 숨겨둔 귀중한 보물인 양

꺼내보며 그리워할 것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보고 싶고 그리운 존재가 엄마인 것을...

 

 

우리는 얼마 전에 엄마한테 작별인사를 했어요.

난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 잘 몰라요.

난 하루종일 엄마를 찾아다녔어요.

하지만 내가 찾아낸 건 엄마가 쓰던 물건뿐이었어요.

엄마는 자기 물건 챙기는걸 깜박 잊은게 틀림없어요.

우리가 엄마를 보러 갈 때마다 두고 온 꽃도 ...

... 가지러 오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화가 나는 것도 엄마가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에요.

내가 가끔 말썽을 피워서 엄마가 떠난 것 같아 내 마음은 아주 많이 아파요.

다른 아이들은 모두 엄마가 곁에 있어요.

그건 공평하지 못해요.

나는 아빠한테 엄마가 언제 오는지 물어보았어요.

 



 

누구든지 한번 죽으면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그래서 엄마도 돌아올 수 없는 거라고 아빠가 말했어요.

아빠는 절대로 내가 뭘 잘못해서 엄마가 죽은 게 아니래요.

엄마도 이곳에 우리와 함께 있으면 좋겠지만, 엄마 없이도 우린 가족이에요.

나를 돌봐주는 사람들이 가까이 있어서 기뻐요.

우린 지난 일을 떠올리며 얘기할 수도 있고요.

함께 가족사진을 보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지요.

그리고 우린 서로 도와가며, 이전에 엄마가 했던 일들을 잘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빠는 내가 그런 일을 아주 잘한다고 칭찬해 주었어요.

나는 엄마가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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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어딘가 두 평 마음의 집이 있다 - 주말캠핑 3년, 소심한 가족의 푸른 이력서
김종보 지음 / 황금시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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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편과 나는 아이들이 어릴 적에 자연을 느끼며 자라기를 바랬다.

당시에 꽤 고가의 텐트와 장비를 구입했고 여름 한철이면 계곡이나 바다로 향했다.

계곡에서 아이들과 조그마한 물고기를 잡고 밤이면 무섭도록 크게 들리던

물소리와 차가운 공기에 놀라기도 하면서 간단하게 준비해간 참치캔으로

김치찌개를 끓여 맛있게 먹던 기억이 떠오른다.

동해안의 어느 해수욕장에선가.

밤새 모기에 시달리고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텐트를 치며 힘들었던 기억을

끝으로 아쉽게도 텐트 생활을 접었다.

더구나 작은 아이가 보이 스카우트 캠프에 텐트를 가지고 가더니

그예 고장내고 말아서 텐트를 다시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세월이 흘렀다.

마음이 동하면 늦은 밤 행장을 꾸려 자는 아이들을 보듬어 옮겨 차를 달렸다.

강원도 대관령 어느 기슭에서 새벽의 여명을 보며 감탄하곤 했던 것도 생각해보면

젊어 한때 가능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고 보니 그때보다 짐이 줄고 아이들도 다 자라 힘이 들지 않지만

예고에 없던 여행을 떠나는 선물같은 일들은 오히려 줄었다.

작가이자 3년차 캠퍼인 김종보는 책 <숲 어딘가 두 평 마음의 집이 있다>에서

가족과 함께 3년 동안 사계절 캠핑을 다니며 느꼈던 소회들을 기록하였다.

저자의 약력이 이채롭다.

스물세 살에 시인이 되고 '빈터'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문단에서 사라졌다.

근 17년 만에 돌아온 그는 아이가 다섯 살이 된 가을부터 캠핑을 다니면서

인터넷 캠핑 카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책속에서 그는 오래 묵힌 김치가 곰삭아서 제맛을 내듯이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글솜씨를 막힘없이 펼쳐놓는다.

 



 

모든 첫경험이 그렇듯이 그 가족의 첫 캠핑은 성공적인 것이 아니었다.

10월 강원도의 밤기온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그들의 이빨 떨리는 소리가 내게도 전해져 온다.

나 역시 텐트안에서 잠을 이루던 불편함을 잊지 않았으니..

베개도 불편, 바닥도 울퉁불퉁, 엄청난 더위 아님 추위에 시달린 시간들을

여직까지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아이들과 온전히 함께 했던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그들의 첫 캠핑은 그야말로 추위와의 싸움이었고 이후 그는 리빙셀을 비롯

고가의 장비들을 마련하면서 카드빚에 시달리지만 새로 도착해온 장비들을

기쁘게 맞으며 설레임을 안고 주말이면 캠핑을 떠난다.

눈이 내리는 중미산에서 폭설을 만나 제 몸보다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며

신이 난 아이를 보며 저자는 무능한 가장이 아이에게 공짜로 하게 된

눈 선물에서 야영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

캠핑을 시작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그는 깨닫는다.

야영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야영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러면서 그는 불필요한 장비들을 중고장터에 내놓고 반드시 필요한 장비들만을

지니자고 결심한다.

낙엽을 털어낸 산음의 가을숲에서 때가 되면 버릴 줄 아는 숲의 모습을 보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자고 결심한다.

그는 그렇듯이 숲에서 떠나고 이별하는 법과 버리는 법을 배운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숲속에서 가족과 함께 계절을 느끼고

눈과 비를 만나고 밤이면 쏟아지는 별을 헤아리면서

계절따라 산이 주는 열매를 거두며 추억을 쌓는다.

때로 사나운 비와 번개, 우박, 그리고 폭설을 만나 대피하는 등 무모하기도

하지만 이 가족의 사는 방식이 참으로 예쁘다.

아직 아이가 어리고 부부는 젊고 가족이 힘을 합쳐 추억을 만드는 일이니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는 이사를 앞두고 주말이면 자주 찾았던 서삼릉 숲을 찾아 생각한다.

자신들이 사라진 서삼릉 숲에 또 다른 무모하고 막무가내인 가족이 나타난다면,

그들이 숲을 사랑하고 주중에도 숲에 대한 짝사랑으로 사랑니를 앓는 사람들이라면

가끔 한쪽 눈 감아주며 하룻밤의 외도를 허락하라고...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흔적 없이 사라질 그들의 하룻밤을

허락해도 좋지 않겠는가.

숲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며 즐기는 곳도 아니다.

단지 한 마리 새처럼 깃들다가 떠나는 곳임을 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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