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의 정의사회의 조건 - 정의·도덕·생명윤리·자유주의·민주주의, 그의 모든 철학을 한 권으로 만나다
고바야시 마사야 지음, 홍성민.양혜윤 옮김, 김봉진 감수 / 황금물고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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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EBS에서 <하버드 특강-정의>를 방영했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대화형 강의의 신선함과 사례들을 둘러싼 도덕적 쟁점이 인상적이라는

점에 매료되었다.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서점에서 한동안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고 정의에 관한 모든 질문은 그를 떠올리지 않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 파급 효과가 컸다.

마이클 샌델은 철학이 세계를 바꿀 수 있고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강의와 책을 통해 보여주었다.

하버드 대학 교수인 샌델의 정치철학은 상아탑 내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안에서 중요한 담론을 제공한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매순간 사회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들을 통해 정의. 도덕. 생명윤리. 자유주의. 민주주의 등의

참 의미가 무엇인지 피력했고 동시대인들에게 더 좋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자고

손을 내민다.

<정의사회의 조건>은 샌델의 정치철학 내지는 공공철학, 그가 지향하는 열린

공동체에 대한 근본 생각을 한눈에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샌델과 공동체주의와 공공철학 연구를 같이 해온 고바야시 마사야 교수가

샌델이 발표한 책들의 핵심 부분에 해설을 첨가하여 샌델 철학의 전체상을

<정의사회의 조건>에 담았다.

 

미국은 1970년대 샌델의 강렬한 등장을 시작점으로 정치철학의 연구가

눈부시게 부흥했다.

고바야시는 서론에서 일본에 정치철학이 없었음을 고백한다.

정치철학이 일상생활의 자명함을 뒤흔들지만 결코 회의주의나

추상적인 공리공론이 아니라 현실을 바꾸고 동시대인들을 촉발해서 보다

좋은 세계로 변혁해 나가는 학문이라는 고바야시의 말에 공감이 간다.

과연 우리에게 정치철학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나라에 어떤 정치철학이 존재하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을 감수한 김봉진 교수는 샌델의 정치철학의 핵심이 선이 있는 정의이고

미덕과 좋은 삶(나는 착한 삶이라는 번역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과 관계 깊은

정의라고 말한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그리스 도덕 철학의 전통에

그 원천이 있으며 우리의 유교적인 전통과 맥을 같이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교의 전통을 재해석하여 우리에게 맞는 정치철학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뭔지 모르게 양이 차지 않고 보다 우리다운 정치철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긴다.

 

책속에는 거의 모든 사상들이 집약, 응축되어 있다.

미국의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종교, 언론,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들, 카터와 레이건, 클린턴과 부시를 비롯 오바마까지 미국의

근현대를 이끌었던 대통령들, 아리스토텔레스와 헤겔, 칸트 등의 철학자들의 이론,

롤스 교수의 철학 이론과 비슷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다른 샌델의 공공철학,

샌델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일어날 수 있는 몇가지 상황을 예로 들어

선택을 고민하게 하는 도덕적 딜레마에 관한 문제들이 언급되어 있다.

저자는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해설을 붙였다고 하지만 워낙 다양한 주제와 이론들을

다루고 있어 어렵다는 느낌을 가지고 읽었다.

다만 4장의 이슈들은 평소에 고민해봤음직한 소재들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생명에 대한 샌델의 생각에 공감이 간다.

생명은 선물로 주어진 천부적인 것이므로 유전공학을 이용, 무리하게 개조하거나

강화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개성과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는데 그들은 하늘이

준 선물로 무조건 사랑해야 하며 겸손, 윤리, 책임, 연대같은 윤리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가 복제인간, 성 감별, 부모의 과잉 양육 등을 반대함은 물론이다.

그는 부모의 과도한 간섭이 선물로 주어진 생명이라는 생각 대신 인간에 의한

정복과 지배이며 본래의 사랑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반성해야 한다고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목차

1장 ; 하버드 강의의 사상적 에센스 - <하버드 강의>와 <정의(2009)>

2장 ; 존 롤스의 마술을 풀다 -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1982)>

3장 ; 공화주의의 재생을 위하여 - <민주정에 대한 불만~공공철학을 찾는 미국(1996)>

4장 ; 유전자공학에 의한 인간 개조 반대론 - <완벽함에 대한 반론(2007)>

5장 ; 공동체주의적 공화주의의 전개 - <공공철학(2005)>

 

이 책을 읽으며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대중들의 의식을 선도하는,

그리고 공동체와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 각자에게 내면화된 철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철학은 반드시 공동의 선을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달한다.

정의는 모든 사람의 삶이 스스로 살만한 것이라고 여기게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  이곳, 이 자리에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면...

혹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 나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같이 가자고 청하는 사회가 되는 것, 바로 그것이 정의이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모든 것들이 철학과 관련된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시 그것이 지나친 이상주의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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