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번이라도 뜨거웠을까?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고은옥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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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소년들 둘이 마주보는 표지그림과 제목을 보면서 두 소년의

성장과정과 우정에 대한 아기자기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자의 약력을 본 후 내 생각이 완전한 착각이었음을 알았다.

저자인 베벌리 나이두는 아라파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정권 치하의

남아공에서 나고 자랐다. 그녀는 흑백간의 끔찍한 불평등을 깨달으면서

저항활동에 참여했고 21살에 재판도 받지 않은 채 감옥에 수감된다.

이후 영국으로 망명하여 흑인과 백인 청소년들을 위하여 수많은 책을

저술하였다.

 

책의 제목인 <나는 한번이라도 뜨거웠을까?>는 작가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내 인생에서 나는 한번이라도 뜨거웠을까?'

'과거 뜨거웠던 때가 있었던가? 언제였던가?'

 

아프리카인들은 2차대전 기간에 영국 편에 서서 함께 싸웠다.

그들은 자유의 이름으로 싸우다 죽었으며 전쟁이 끝난 뒤, 아프리카인들은

조국이 자유를 가질 때가 되었음을 선언한다.

하지만 케냐에 살던 백인 정착민들은 케냐가 영국의 지배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격렬하게 저항했던 키쿠유족은 비밀 조직인

마우마우를 결성하였다.

이들을 색출하기 위한 영국의 탄압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저항의 불길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자신들의 땅에서 노예로 생활하게 되고 굴욕과 부자유의 오랜 세월동안

믿고 의지했던 대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존엄성이 모두 파괴되었을 때 

그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소설은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가 억울하게 뒤집어쓴 방화협의로 경찰에 끌려가고

조상 대대로 살던 터전에서 쫓겨나면서 정점으로 치달은다.

백인 주인 밑에서 편안하게 살던 소년의 자의식이 가슴속에 일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트럭은 우리들을 멀리 어딘가로 데려가고 있었다.

바바는 더 많은 가시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미지로 끌려가게 될 것이다. 

오직 땅만이, 키리냐가산만이 우리를 연결해 줄 것이다.

우리들은 파헤쳐졌고...뿌리가 뽑혀서...시든 잡초처럼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나는 이제 아이가 아니다.

우리들의 땅과 자유를 위해 싸우라는 부름을 받는다면 가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온몸 깊은 곳에서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에 몸을 떨었다.

그 불이 모든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내 심장 안에서 타는 불길을 막아내는 법을 나는 알 수 없었다." ~ 209

 

'심장 안에서 타는 불길을 막아내는 법을 나는 알 수 없었다.'는 흑인 소년 무고의

소리없는 외침은 소설의 맨 앞에 "누구도 다른 사람의 발로는 걷지 못한다."는 말과 

 그 의미를 같이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감동이 깊어지는 수작이다.

 

부당함에 대한 깨달음과 자유를 되찾으려는 의지는 현실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타협하는 마음을 버린 연후에야 가능하다. 

가슴이 시키는대로, 양심과 지성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두려움을 떨치고

자유를 주장할 수 있는가... 

역사는.. 두렵지만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행동하는 사람들의 희생과 지성에

의해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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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 참 예쁘다 - 아들을 오빠라 부르는
김수복 지음 / 어바웃어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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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한파에도 죽지 않고 땅 속 깊이 살아 있다가 봄에 꽃을 피우는 수선화

뿌리처럼 어머니의 기억에도 봄이 찾아와 다시 꽃을 피울 수는 없을까?"

 

삼십 대를 넘어서까지 방황과 좌절을 거듭하던 김수복을 위로했던 것은

'글쓰기'와 '어머니'였다.

주위 사람들은 글을 쓰겠다는 그에게 우려의 눈길을 보냈지만 어머니는

"무엇이든 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야지." 라고 하셨다.

그러던 어머니가 몇 해 전 모든 기억을 잃었다.

전등을 켜는 법, 좋아하던 나물 이름, 아들의 이름과 얼굴,

옷을 입는 법 등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책 <울 엄마 참 예쁘다>는 치매에 걸린 엄마와 같이 사는 저자의 이야기이다. 

그는 텃밭과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엄마와 같이 살며 부대끼는 현재의

시간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이라 여긴다.

책에 표현하지 못하는 저자의 수많은 고통과 아픔이 느껴진다.

예전의 엄마가 아닌 기억을 잃어버린 엄마, 내 아픔을 털어놓고 위로받지

못하고 거꾸로 내가 엄마가 되어 모든 것을 아기처럼 돌봐주어야 하는 엄마를

옆에서 바라보는 일은 얼마나 아프고 힘든 일일까...

그 지난한 삶의 이야기들이 눈물짓게 하고 때로 웃음을 주면서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과 함께 저물어가는 인생의 뒤안길을 엿보게 한다.

아들을 오빠로, 도련님으로, 주인아저씨라고 부르고 민들레를 쑥이라 여기며

광주리 안에 담아 넣는 엄마, 모든 기억을 저편 깊숙이 묻어버린 엄마에 대한 

아들의 사랑이 쓸슬하고 아프다.

책의 곳곳에 작고 초라한, 등이 굽은 어머니의 모습을 담았고 

들풀, 나무와 꽃들의 사진이 있어 서정과 운치를 더한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날마다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듯이 그는 어머니와

살면서 날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삶의 이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같은 것을

발견하고 전율한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로 한 것이 참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찌 어려움이 없겠는가... 도리를 다하는 그가 존경스럽다.

연결이 끊어진 어머니의 아지랑이 속같은 기억을 잡아주기 위해 소풍을

가고 바닷가 모래사장을 거닐며 어머니의 기억 하나를 살리고 기뻐하는

모습에서 저자의 간절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도란도란 얘기하며 메주를 쑤면서 곰팡내 나는 메주 냄새를,

그리고 삶의 냄새를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아따 우리 오빠 재주도 참 좋으시네에. 으찌케 그렇게도 이쁘게 메주를

잘도 만드시까아."

"에이, 또 오빠라고 하시네 거."

"음마, 오빠를 오빠라고 안 하믄, 글믄, 뭐라고 한다요?"

 

어머니의 머리를 자르면서 까닭없이 눈물이 나온다.

"아 가만 좀 있어 봐아."

"나 암 것도 안 했어어."

"안하긴 뭘, 귀 자를 뻔 했구만."

'알았어, 가만히 있을게." 

풀밭 위에 내려앉은 봄꽃송이들이 희끗 희끗한 어머니의 머리카락 같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는 커다란 가위를 들고 아들의 머리를 싹둑싹둑 자른다.

"아 가만 좀 있어봐, 써글놈아."

"아 써글놈아 가만 좀 있어야. 귀때기를 기냥 칵 짤라 벌랑게."

귀를 건드려 피가 비치면 놀람과 슬픔으로 버무러진 그 목소리 속에 어머니의

애간장이 녹아 있다.

 

칠 년 전에 얻었던 호두와 어머니는 닮았다.

껍질이 단단하고 개미 한 마리는 커녕 먼지 한 톨 들어갈 틈이 없는 호두는 

칠 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알맹이의 무게감과 존재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속이 텅 비어가는 호두와 같은 어머니와 헤어질 날을 그저 마냥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가. 인간에게 혼이 있다면 어머니의 혼과 자신의 혼이 구천에서

다시 만났을 때 무엇으로 서로를 알아볼 것인가 하는 생각만으로도 슬프다.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가는 어머니와 하루 스물네 시간을 거의 함께 지내는

지금에 이르러서야 죽음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어머니가 옷을 갈아입혀 줘서 고맙다고 하실 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연거푸 '고맙다'고 진정어린 목소리로 말씀하실 때 저는 어머니를 끌어안고

싶어집니다. "내가 죽어서도 안 잊어먹을라요, 이 고마움을.........."

죽어서도 안 잊겠다는 어머니의 이 말씀이 저를 숙연하게 합니다.

지난 삼 년여 동안 아마 삼천 번은 들었던 것 같은데, 들을 때마다 새로워서

한동안 멍해지곤 합니다.

도대체 죽어서도 안 잊겠다는 이 말씀은 어떤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어머니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차 계십니다.

아들은 의심할 필요없는 오빠이고, 까마득한 과거에 돌아가신 당신의 어머니는

지금 어딘가에 살아 계시고 자신은 아주 작은 소녀입니다." ~ 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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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마더 - 예일대 교수 에이미 추아의 엘리트 교육법
에이미 추아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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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아이를 위한다면 타이거 마더가 되라...

글쎄... 과연 그럴까?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혹은 2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고 뭐든 잘하면 좋지만 그것이 사람을 더욱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 엄마로 돌아간다면 예전과는 다른 민주적인 방식으로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며 양육할 것 같다.

아이들의 교육기간(정확하게 말하면 초.중.고 시절)이 끝난 것이 다 자라

허전하기도 하지만 편안하다.

요즘은 자녀와 부모의 행복한 관계에 마음이 쓰인다.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는 아들의 이마 정수리에 대고 뽀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사실이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많은 부분에서 제이미 추아를 따라가기에 턱도 없이 부족하지만

나 역시 아이들이 어릴 적에 강압적인 방식으로 피아노를 치게 했고 

공부를 시켰다.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 이상의 힘을 발휘할

것이며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만큼 아이가 따라주고 잘할 것이라고 믿었다.

힘이 들어도 노력하는 것 이상의 결실을 맺을거라고 생각했다.

자유롭게 놀고 싶었던 아이들의 고통이 참으로 컸을 것이다. 

작은 아이는 곧잘 말하곤 했다.

엄마와 아빠가 덜 배우고 덜 가진 사람들이라면 자신이 자라면서

덜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하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간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고...

재작년 큰아이 생일날,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켰던 엄마를, 좀 더 민주적으로

양육하지 않았던 엄마를 용서하라고 말했다. 큰아들이 

"엄마가 그만큼 애를 써서 제가 이만큼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라고 말했을 때 나는 콧날이 시큰했다. 

눈을 쳐다보며 진지하게 말하는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정말 힘들었을텐데도..

엄마의 충심을 알아주는 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일렁였다.

부모가 가장 좋은 선생님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생각이다.

그러나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참된 부모됨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행동하기,

자식에 대해 욕심부리지 말고 마음을 비우기,

자신을 잘 통제하기...

 

저자 제이미 추아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라는 자신의 일을 가지면서 아이들의

음악적인 재능을 확실하게 키워준 원더우먼 엄마이다.

그녀 자신도 이민세대인 중국인 부모의 열성적인 교육을 받고 미국에서

인텔리가 되었다.

그녀는 누구나 수학 영재와 음악 신동을 배출하는 중국인 부모처럼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단, 자녀에게 안되는 것을 확실하게 금지시키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훈련을 거듭 시킨다면 가능해진다는 것이니 그녀의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는 싫어도 강하고 지독해져야 하고 아이들은 일정 부분 어린

시절을 희생해야 한다.

어쩌면... 아이와 부모는 피투성이의 싸움을 벌여야 할지 모른다.

 



 

저자의 큰딸은 엄마의 바램과 계획에 맞춰 큰 어려움 없이 피아니스트로 자랐지만

자의식이 강한 둘째딸 룰루는 결국 자신의 의지에 따라 테니스를 치게  된다.

물론 진행중인 룰루의 삶이 어떻게 바뀌고 변화될지 모르는 일이다.

엄마의 바램대로 다시 바이얼린 연주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의 교육관과 양육방식이 중국인 부모들의 사고방식이라고 말한다.

서양식과 중국식,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교육관의 차이는 아이들이 다른 방식으로

양육됨을 의미하고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살게 될지를 결정짓는다.

그녀는 전형적인 중국인 엄마들이 다음과 같이 믿는다고 말한다.

1.언제나 학교공부가 먼저다.  

2.A-는 낮은 성적이다.

3.우리 아이는 수학에서 동급생들보다 두 학년은 앞서 가야 한다.

4.남들 앞에서는 절대 아이를 칭찬하지 않는다.

5.아이가 교사나 운동 코치와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언제나 교사나 코치의 편을

들어야 한다.

6.특별활동은 메달을 딸 수 있는 것만 허락한다.

7.그리고 그 메달은 반드시 금메달이어야 한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서양식 엄마들의 자유방임은 엄마 자신들에게 쉬운 방식일까?

중국식 교육방식은 과연 아이의 재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일까?

혹시 강압적인 교육방식이 아이에게 보다 창의적인 어떤 길을 막아버리는 것은 아닐까?

목표를 세우고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그녀의 노력 앞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다 찬성할 수만은 없는 개운치 못한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자식을 올바르게 교육시키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것은 물처럼, 공기처럼, 아이가 부모의 자양분을 먹고

자라는 일이다.

올바른 교육관과 양육의 방식에는 부모 자신의 철학이 깃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행착오가 많았던 나는 좋은 양육의 태도를 견지했더라면...

하는 젊은 날에 대한 후회의 감정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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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릴리언의 위대한 선물
지미 카터 지음, 에버리치홀딩스 편집부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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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는 닉슨대통령의 스캔들 '워터게이트' 사건의 수혜자였다.

깨끗한 정치인을 원하던 미국민들의 바램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카터의

백악관 생활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 정치의 생리상 무능한 대통령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제분쟁 해결, 정치적 갈등 해소, 민주주의의 확립, 인권보호,

질병과 고통에서의 해방을 위한 공공정책에 기여한 카터의 공로는 지대하다. 

인권외교를 천명했던 카터는 여러모로 우리에게 친근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박정희 정권을 군사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사형선고를 받은 김대중의

구명운동에 동참하기도 하였으며 퇴임 후에도 북한 핵위기 해소를 위해

김일성과의 회담을 가져 한반도 평화정착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아이티를 방문, 군부 정권 퇴진을 유도하고 선거감시활동에도 참여했으며

나토의 유고 공습에 대한 미국의 처사를 비난하는 한편 보스니아 내전 종식을

위한 중재 활동도 벌였다. 이후 그는 국제 해비타트의 자원봉사단장으로

매년 전 세계를 돌며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건설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 사람들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에 앞장서온 그는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카터는 자신의 일에 대한 모든 사랑과 열정이 어머니 릴리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책 <마더 릴리언의 위대한 선물>은 카터가 자신의 어머니인 릴리언의 삶을

바라보고 느낀 점을 회고 형식으로 써내려간 글이다.

책을 읽으며 훌륭한 사람의 뒤에는 반드시 훌륭한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카터는 자신을 키운 가치가 평화, 자유, 민주주의, 인권, 환경, 사람들의

고통 줄이기, 선의의 나눔, 사랑, 봉사, 법치 등인데 그것은

어머니 릴리언의 가치관과 동일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애주의자이자 휴머니스트인 카터가 선택한 삶의 방식은 다름아닌

어머니 릴리언이 평생동안 추구한 것이었다. 

그녀는 평생 남부 흑인과 빈민을 보살폈으며 68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평화봉사단에 지원하여 인도 오지 마을의 열악한 환경에서 타인의 의료와

안녕을 위해 헌신했다.

참으로 용기있는 여성이며 지구인의 한사람으로 살았던 그녀의 삶은

자식들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다.

카터는 자신의 어머니보다 더 경이로운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술회한다.

과연 나의 아들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나는 아들들의 눈에 어떤 사람이고 어떤 엄마일까... 

 

목차 

실천하는 사랑이 아름답다

천배로 돌려받는 삶

평등은 인간성에 대한 성찰이다

지혜는 가슴에서 샘솟는다

위대한 사랑의 근원은 가족이다

열정 없는 위대함은 없다

프로처럼 영화처럼

진실은 드러내지 않아도 빛난다

 

릴리언은 아들 카터가 대통령이 된 뒤로 정부를 대표해 여러나라를 순방했다.

그녀는 수행원들이 작성해준 원고를 무시하곤 했다.

정권이 자주 교체되고 공산당이 득세하고 바티칸과의 미묘한 외교적 관계가

겹친 이탈리아와의 외교는 미국에게 늘 골칫거리였다. 그녀는 로마에 도착해

"세가지 이유로 이곳에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첫째, 이탈리아 대통령께서는 남편과 사별한 후부터 만남을 꿈꿔 온 잘 생기고

젊은 대통령입니다.(페르티니 대통령은 그녀보다 두 살이 많았다)

둘째, 예정대로 교황 성하를 뵐 수 있다면 한때 감리교도였다가 침례교도가

된 나의 가장 큰 종교적 포부가 실현되는 셈입니다.

세째, 나는 지금까지 못생긴 이탈리아인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녀의 유머와 위트가 잘 살아있는 일화이다.

 

기자는 그녀에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아드님께서 절대 거짓을 말하지 않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는데 믿으시는지요?"

"글쎄. 이따금 선의의 거짓말은 했겠지."

마이크를 든 기자는 의기양양하게 "선의의 거짓말은 어떤 거짓말이지요?"

"방금 현관에서 당신을 맞으며 이런 미인을 만나 반갑다고 한 말 기억나우?"

그녀는 거침없는 솔직함과 직설적인 화법으로 어려운 질문을 현명하게 피해갔다.

 

"어떤 아들 말이오?" ~ 카터의 대통령 취임식 후 "아들이 자랑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카터의 말썽꾸러기 동생 빌리는 다른 형제들에 비해 비교적 평범했다) 

 

"덥고 사람들의 살빛이 검고 간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나라에 보내 주세요. "

          ~ 평화봉사단 지원서를 쓰며

 

"이곳에 오면 내 수입을 나누어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고 헐벗은 사람들을 입힐 수

있을 줄 알았다. 더 이상 이 끔찍한 잔인함과 무심함을 견딜 힘이 없다.

나는 기도했다. '저를 보내신 분도 당신이고 도와주실 분도 당신입니다.'"

~ 재정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인도에서의 봉사활동의 현실을 개탄하며.

 

그녀는 오지에 들어갔을 때 인생이 남들과 더불어 살며 그들의 사랑을 귀중한 선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자식들이 용기있게 도전해 의미있는 삶의 목표를 이루고 최대한

베풀며 살기를 원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카터에게 절대적 영향을 미쳤던 릴리런,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당당한 릴리언의 삶에 대해 새삼 존경의 념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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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될까보다 어떻게 살까를 꿈꿔라 - 용기 있는 어른 김수환 추기경이 청소년들에게 남긴 메시지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2
김원석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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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까를 고민하고 언제나 낮은 곳을 찾아다니며 사랑을 전하던 사람..

종교와 종파, 세대 간의 소통을 중히 여기고 진리와 정의와 사랑을 실천한 큰어른..

고 김수환 추기경은 지도자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며 어떻게 섬기며 살아야

하는지 자신의 삶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엇이 될까보다 어떻게 살까를 꿈꿔라>의 저자는 김 추기경이 남긴 소중한

가치를 청소년들에게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부록에 그의 사진들과 남겼던 말, 글씨와 자화상 등의 귀중한 자료들이 실려있다. 

책을 읽으며 그가 이른 나이에 추기경이 되고 주위의 인정과 존경을 받았던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일본 식민지 통치하에서 청년 수환은 신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 역시 성직자인 신부는 일반인처럼 현실적인 문제에

깊이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신부는 인간의 영혼과 긍극적인 본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 안에서는 독립운동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윤리 시험의 "조선 반도의 학도에게 보내는 일본 천황의 칙유를 받은

황국신민으로서 소감을 써라."는 문제에 그가 제출한 답은

"1. 나는 황국 신민이 아님 2. 따라서 소감이 없음"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굽히지 않는 신념과 용기를 보여주는 일화이다.

 

그가 가는 곳은 도전과 열정, 그리고 추진력이 필요한 곳이었고 진정성이 있던

그의 리더십은 언제나 큰 힘을 발휘했다.

고속승진으로 주교가 된지 2년 만에 서울대교구를 맡고 취임미사 강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 ~~ 우리는 '너희들이 모시고 있는 그리스도를 생활로써 증거해달라'는

사회 요구를 명심해야 합니다. 이제 교회는 모든 것을 바쳐서 사회에 봉사하는

'세상 속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다음 해인 1969년 47살에 세계 최연소 추기경, 우리나라 최초의 추기경이

된 그는 굴곡진 나라의 역사를 보듬으며 한발 한발 쉼없이 내딛어야 했다.

박정희의 장기독재 시대는 목숨을 내놓을 용기있는 사람의 존재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였다. 추기경은 짓밟힌 인권과 정의를 되찾기 위해 분연히 나선다.

추기경은 교회의 존재 이유가 살아있을 때 복을 받고 죽어 천국가게 해달라고

소원하는 곳이 아니라 하느님의 정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곳이며 

하느님의 정신은 정의롭지 않은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명동대성당은 전두환 정권과 광주 민주화 항쟁을 거치며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싸우는 격전지였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 6월 명동대성당에 피신한 시위대와 강제연행을

계획한 경찰 사이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단언한다.

"나와 신부와 수녀들을 모두 밟고 지나가야 학생들을 데려갈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를 들어서며 84년 동안 남아 있던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

안중근 의사를 복권시켜야 했다.

근현대사의 아킬레스건인 친일문제를 건드리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우리나라가 일제 청산을 못하고 시간이 흘러왔듯이 천주교 역시 해방 이후

일제 청산에 쉽게 손대지 못했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민족주의자들은 종교계에서도 주류세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카톨릭 신자로 평화주의자이자 인권운동가이며 휴머니스트였던 의사의 의거는

신앙의 연장선상에서 행해진 것이지만 한국의 식민지 역사를 알지 못하는

교황과 카톨릭 역사에서 안중근은 살인을 금하는 계율을 어긴 사람이었다.  

추기경은 전세계를 향하여 선언한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것은 살인이 아닙니다. 정당방위입니다."

 

그는 종교가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계'에 안주한다면 아무런 비전을

가질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시대를 거치면서 카톨릭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과 신뢰도는 높아녔고 카톨릭의 '열려 있음'과 '관용'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는 다른 종교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소통을 주장하고 정성으로 노력하며

아래로 내려와 몸소 실천했던 지도자였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슬퍼 우는 사람들을 수없이 찾아 다녔지만

그들과 삶을 나누지는 못했음을 부끄러이 고백합니다.

 

사람들은 종교나 교회가 개개인의 마음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어둠도

밝혀주길 원합니다.

 

사랑의 등불을 켜고 어두워져 가는 이 세상을 밝히겠습니다.

 

평화통일은 우리가 남을 위하고 사랑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마음을 열고 다른 한쪽을 받아들이는 아량이 있어야 합니다.

 

종교인들은 우리 사회에 사랑과 화합의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마음의 눈이 밝으면 그 눈으로 인생의 길을 훤히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은 결코 감정이나 느낌이 아닙니다.

사랑은 의지에 속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사랑하겠다는 결심에서 출발하여 이 결심을 지키는 의지로써

지속되는 것입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세요." ~ 김 추기경이 남긴 말씀들

 

우리 사회의 큰 어른,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삶의 발자취를 보면서 격변의 시대를

거쳐온 우리 역사를 볼 수 있었다. 정치적인 불의와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 

용기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종교인으로서 영혼의 구원과 사회참여라는 현실 사이에서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신앙 안에서 기도하고 진리를 추구했을 어른의 향기가 느껴진다.

사랑은 감정이나 느낌이 아니고 의지에 속하는 것이라는 그분의 말씀이 여운이

되어 남는다. 그는 영면했지만 낮은 곳에서 진실로 사람들을 사랑했던 고귀한

정신은 훗날까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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