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의 시학 동문선 문예신서 340
가스통 바슐라르 지음, 김웅권 옮김 / 동문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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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은 낮의 삶에서 좋지 않게 체험된 정념들로 여전히 과부하 상태에 있다. 밤의 꿈에서 고독은 언제나 적의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낯설다. 그것은 진정으로 우리의 고독이 아니다.



꿈은 아주 드물게 찾아온다. 과학자들은 사람은 늘 꿈을 꾸지만, 꿈 꾸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알리바이가 없는 꿈은 내겐 일어나지 않는 사건이다.

아주 드물게 꾸는 꿈은 거의 비슷했다. 몇 년에 한 번 꾸는 꿈에서 나는 늘 높은 곳에서 저 아래로 추락하며 그 추락의 무서움을 겪으며 가슴으로 저 바닥에 부딪혔다. 그러고는 식은땀을 흘리며 깼다. 떨어지는 꿈은 키가 자라는 것이라는 해몽은 정말이지 꿈보다 해몽이었다. 요즘 나는 그 떨어지는 꿈이 진짜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꿈은 나에게 아주 가끔 나타나는 현실이며, 같은 추락의 꿈을 꾼다 해도 그 상황은 매번 다르기에 낯설고, 그래서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다.

몽상. 그것은 일부러 내가 찾는 것이다. 마주 본 사람의 어깨너머 배경에 시선을 돌릴 때, 나는 스윽.. 하고 다른 차원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목적지를 향해 걷다가 문제 없는 실마리가 머리에 떠오르면 어느새 발은 보도블록으로부터 10센티미터쯤 공중으로 뜨고 만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몽상의 언덕’을 따라 의식은 이완되고, 흩어지며, 그 결과 흐려진다. 고 말한다. 몽상은 아니마가 자아를 매혹시킨 상태다. 맞는 말이지 모르겠지만 몽상은, 아니마는 자궁의 양수 속 태아의 상태와 비슷한 것인 듯 하다. 온천에 몸을 담가 데울 때의 안락함.

그런 몽상. 점점 더 빠져 들기가 힘들다. 점점 더.. 점점 더..진실한 삶도 멀어져 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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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을 권리 -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
강신주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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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자본주의 시대, 아니 그보다는 소비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태도를 몇몇 철학자들의 논리에 기대어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저자가 소비주의 시대의 대표 아이콘으로 다루고 있는 ‘아케이드’의 구조를 이 작품이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4개의 큰 주제. 하나의 주제별로 문학가와 철학가를 한 조로 엮어놨는데 여기서 문학가는 얼굴마담으로서 기능하고 있고 철학가는 뒷돈을 대는 주인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글 중간중간에 끼어 있는 그림과 사진들은 마치 아케이드에 속해 있는 점포들의 쇼윈도처럼 손님들을 호객하고 있다. 그 쇼윈도 안에는 얼굴마담인 이상, 보들레르, 유하 등이 섹시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적을 비판하다가 그 적을 닮게 된 꼴인데, 저자가 그걸 생각 안 했을 리는 없을 테고..
기막힌 아이러니. 나도 내가 싫어하는 그들의 전략을 받아들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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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에 바라다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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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단편인 <오지가 좋아하는 마을>에서 실망. 두 번째 단편인 <폐허에 바라다>를 읽다가 이런 문장이 눈에 띈다. ‘스산함이 감도는 주택가를 빠져나가자, 탄광시설의 폐허가 나타났다. 수갱탑과 선탄장이 보인다.’ 이 작품집은 3인칭 작가 시점이지만 자주 주인공인 센토 타카시의 시선과 오버랩 되는데.. 수갱탑과 선탄장. 이라는 아주 일반적인 단어인 듯 하지만 일반인은 알기 힘든 낱말 때문에, 형사인 주인공의 처지에 깊게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소설읽기가 즐거워졌다. 그렇게 <오빠 마음>과 <사라진 딸>까지 좋았는데, <바쿠로자와의 살인>에서 퉁.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마지막 <복귀하는 아침>에서 가까스로 평균점 회복.

소설은 북해도의 추위처럼, 폐허가 된 탄광처럼 쓸쓸한.. 기조를 잘 이어나갔고 형상화했다.
작품들마다 기복이 커서, 몰입은 자꾸 흐트러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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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순간 : 소설 -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 우리가 보낸 순간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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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은 읽어보지 못하고, <청춘의 문장들>만 읽어 봤다. 소설가는 소설로 먼저 만나야 하는구나. 또 다시 절감. 이문열도 그랬는데..

마음산책의 이런 북 디자인은 마음에 든다. 요네하라 마리의 책들도 이런 판형에 이런 재질의 표지, 속지인데. 실용적이어서 젠체하지 않는 맛이라고 할까. 민음사 세계문학이 이런 디자인으로 나온다면 벌써 한 100권은 샀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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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 시대 - 종교의 탄생과 철학의 시작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교양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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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 시대는 혼란의 시기였고 전쟁의 시기였다.
역설적으로 그 시기에 인류를 위한 전과 다른 새로운 통찰이 꽃피었다.
외부 보다는 내부, 영웅 보다는 사제, 집단 보다는 개인의 철학, 종교였다.
공통되는 통찰은 아힘사(불살생), 공감, 자비의 마음 등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계는 그때와 하등 다를 바 없는 혼란의 시기. 저자는 희망하고 있는 것 같다. 축의 시대의 놀라운 통찰들이 여기서 온전하게 꽃 피우기를. 그러기 위해서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그때 발생된 종교와 철학의 핵심사상을 알아야 한다며 나를 종용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저자는 섣불리 하나의 이미지로 그 이상향을 그리지는 않는다. 이상향에 대해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자기비판과 실천적 행동만을 강조할 뿐.

모세오경의 저자가 크게 4계열로 구분되어 있다면서 그 저자들을 각각 J, E, D, P라고 부르는 학계의 연구를 설명하는 장(章)에서 내가 느낀 것은 이런 것이다. 층층이 쌓여있는 시루떡 같은. 중층의 구조로서의 세계.

그런 세계 구조에서의 인간의 이상(理想)은, 전 인류 모두가 행복을 누리는 그런 세상이 아니라 확률로서의 일부에게만 생겨났다가 소멸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인류가 계속되는 한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저자는 말한다. 장소도 중요하고 시대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마음가짐. 그래도 해 보겠다는 마음가짐. 인류의 지혜 중 최고의 것 한 두 가지만이라도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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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온 2016-07-1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해 보겠다는 마음가짐.˝ 울림이 큰 말이네요. 꼭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