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는 것의 기술
하타무라 요타로 지음, 황소연 옮김 / 가디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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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끌리는 목차. 허나 너무나 쉽게 대체될 만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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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수박, 콩국수.
여름이면 제일 먼저 생각나고 즐기는 것들.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은 작년에 이 세 가지를 거의 즐기지 못했다.
마음에 붙어서 떼어내지지 않는 것들 굳이 뗄려 하지 말고, 올해는 그저 먹고 마시느라 시간 다 보냈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즐기리라. 다짐했다.

강북에는 유명한 냉면집들이 많다. 사무실과 그리 멀지 않은 곳들에 위치해 있어서..평일에 들른 건 아니고,, 주말마다 시간내서 한 번 몇 군데를 쭉 돌아댕겨 봤는데, 생각난 김에 예전에 맛 봤던 곳까지 한 번에.. 맛 감상.

우래옥(을지로4가역)
: 여긴 서울에 올라온 후 최소 일 년에 한 번은 갔다. 가장 정통적이라고 할까. 냉면 육수도 면도 그런 느낌. 고향과 가까워서 꽤 들렀던 평택 고박사냉면과도 비슷한 스펙트럼의 맛. 사각거리는 배를 무채식으로 썰어 넣어 단맛이 은은하니 좋다.

평양면옥(동대문역사문화역)
: 아주 깔끔한 맛. 특히 육수가 깔끔해서 진한 냉면육수가 별로인 사람들은 여길 가서 먹으면 될듯. 우래옥 냉면육수를 보다 여기 육수를 보면 거의 투명하다 느낄 정도다. 오이를 둥그렇게 썰어 넣어서 그런지 보기에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을지면옥(을지로3가역)
: 앞의 두 집과는 면이 특히 다르다. 가늘고 질기다. 가늘고 긴 면발 때문인지 양도 더 많아 보인다. 아니 실제로도 더 양이 많은 것 같다. 고춧가루를 뿌린 것도 특징인데, 필동면옥도 넣는데..그 보다 더 많이 넣는 듯.

필동면옥(충무로역)
: 여기 냉면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조금은 촌스러운 순박한 시골처녀. 맑은 냉면육수에 고춧가루와 파가 주근깨처럼 뿌려져 보기에도 그랬고 면에서 나는 향이 파릇파릇한 것도 그랬고.

을밀대(공덕역 또는 대흥역)
: 면이 매끈하고 차갑다. 다른 평양식 냉면집 면발이 시원한 느낌이라면 여긴 단연코 차가운 쪽이다. 육수도 가장 차게 나오는 것 같다. 더운 여름날 기다리지 않고 바로 시원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볼 것 같은 곳.

봉피양(강남역)
: 여긴 좀 실망. 육수는 더 할 나위 없었는데 이상하게 내가 간 날만 그랬는지 면발이 좀 부실하다는 느낌이었다. 우래옥에서 나온 요리사라던데.. 확실히 우래옥과 거의 비슷한 품세. 다음에 다시 한 번 가서 봐야겠다. 그 날만 그랬던 건지 아니면 늘 그런건지.

해주냉면(신천역)
: 여긴 비빔냉면이 유명하다. 맵기로 유명하다는데 처음 먹을 땐 모르다가 슬슬 매운기가.. 무엇보다 여긴 가격이 정말 저렴.. 서울에서는 한 번도 못 본 가격. 3,500원. 만 이천원이었던가 만 천원이었던가 하는 우래옥과 봉피양에 비하면 정말..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로 인산인해. 다른 냉면집들이 어르신들 위주라면 여긴 뭐.. 그렇다고 분식집 분위기라고 말하긴 좀 곤란하고.

경성냉면(삼성역 코엑스몰 안)
: 회냉면과 비빔냉면, 물냉면 모두 있는 곳. 특이하게 낙지냉면도 있는데 이건 못 먹어 봤다. 삼성역에 근무했을 때 냉면이 땡기면 가던 곳. 아주 가는 면발. 물냉면보다는 회냉면, 비빔냉면이 좋다. 명동에 명동함흥면옥이라고 회냉면, 비빔냉면, 물냉면 모두 하는 곳이 있는데.. 좀 많이 실망. 경성냉면의 회냉면이 내겐 훨씬 낫다.

이 중에 가까운 시일내 또 가보고 싶은 곳은? 일단 필동면옥. 여긴 다시 한 번 가서 맛을 확인해 보고 싶다. 그냥 그때의 내 기분이 좋아서 맛있게 느껴졌던건지 아니었던지. 하여간 정말 맛있게 먹었었다. 사무실과도 제일 가까워서 지하철역 한 정거장이면 되니까.

오장동쪽을 아직 못 가봤네. 오늘 정말 덥던데.. 조만간 그쪽도 함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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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편지 바벨의 도서관 1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김상훈 옮김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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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가 그린 어두운 패러독스의 세계.
만든 이야기의 중심엔 물의 이미지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시원(始原)적이고 신비한 비합리성의 세계로서 공포를 자아낸다. 그런 반면 그가 쌓아 올린 문장의 건축물은 다른 어떤 이의 그것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 섬세한 관찰과 이성적 추론의 문장이다. 주제는 액체성을, 주제에 대한 접근 방식은 고체성을 띈다. 이런 방식이 단편들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다. 포는 합리성의 그림자와 비합리성의 그림자라는 쌍으로 된 이미지를 극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물의 이미지에 대한 생각은 첫 단편 <도둑맞은 편지>에서 바로 이런 사고 과정이 D장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을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네. 라는 뒤팽의 말 때문이었다. 거울(水面)의 이미지다. 그는 D장관의 생각을 비추어 본다. 그리고 결론에서 D장관의 도둑질 방식 그대로 D장관에게 반사함으로써 그를 끝장낸다. <병 속에서 나온 수기>는 전체가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엄청난 폭풍우의 한 가운데로 수직 낙하하는 마지막 이미지는 강렬하다. <밸더머 사례의 진상>의 끔찍함은 썩어 녹아 내린 부패덩어린 시신의 액체성에서 온다. <함정과 진자>는 어둠(악몽이자 빠져나올 수 없는 水中)의 한가운데서 오는 공포를 가장 압도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군중 속의 사람>은 극도로 민감해진 감수성이 사건의 전제가 된다.  

액체인 물이 갖는 매개성, 소통을 위한 중간자로서의 물(고약한 전염병을 유발시킬 것 같은 이미지를 포함한)이라는 이미지는 살기 위해 이용해야 하지만 그것 자체가 지극한 위험성을 내포한 어떤 것(문명의 도구)들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 어머니 뱃속 양수의 따뜻하고 모성적인 이미지는 안 보인다. 신경증적 불안과 안개처럼 모호하지만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공포만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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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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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인가? 하나의 키워드로 얘기해 보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물음이다. 문장이 지목하는 것은 독자인 나였지만, 그 물음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내가 취한 방식은 읽은 책, 사랑한 책, 자국을 남긴 책을 하나의 키워드로 정해 보는 것이었다. 아주 어렵다. 늘 생각이 바뀌었고 하나의 키워드로 포섭되지 않는 다른 단어들이 생각나기 일쑤다. 존재를 표현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 이 책에 대해서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거다.  

<주기율표>는 금()이다.    

 

도라 강은 얼음이 뒤섞인 자신의 심장 속에 금을 싣고 옆으로 무심히 흘러갔다. 불안정하지만 너무나 자유로운 자신의 생활로, 금이 끝없이 흐르는 그 강물로, 영원히 이어질 나날들로 돌아갈 수 있는 그 정체불명의 죄수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가슴이 조여 드는 것 같았다.”   

 

얼음과 뒤섞인 금. 레고 블록 한 개가 프리모 레비의 삶 전체를 지목한다. 그 삶이 그랬듯 <주기율표>도 책들 사이에서 이다.  

언제나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내 인생의 책, <월든>만큼이나 레비의 글은 생생하고 초점이 분명하며 깊은 관찰의 결과들이 문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져 있다. 모든 파시즘에 대한 반대, 각각 고유하여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주기율표의 원소들을 등장시킨 레비의 진정성. 그래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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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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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4일 거리 옆 제방에서 몸통에 핀이 꽂힌 채 죽은 나비를 본다는 첫 장면은 <<죄와 벌>>에서 라스콜리니코프가 두려움에 떠는 스스로를 나비에 비유했던 장면과 오버랩 되어, 흐릿한 슬픔의 색조가 수채화처럼 번져 오는 듯 했다. 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목소리는 빨강머리 앤이 친구 다이애나에게 행복한 상상으로 숲과 오솔길 등등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던 바로 그 음성이다. 앤의 들뜬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까지는 아니었지만 상상의 나래를 펴 이 세상의 무게라는 걸 덜 느끼는 듯한 그 목소리는 슬픔을 예감하는 첫 이미지를 슬며시 밀어낸다. 짙은 커피에 흰 우유가 나선형으로 섞여들 듯.     

전형적인 성장소설이자 연애소설이지만 묘하게 매력적인 색채를 띄는데, 이것이 순전히 소설의 힘 때문인지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었던 경험과 믹스되어 나에게만 나타나는 효과인지 구분할 수 없다.   

포르투갈의 바다의 남자가 던진 물음과 남동생의 여자친구 메구미의 자기 분석은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들 수 있게 된 사유리의 인격적 성장의 촉매가 되는데, 한 존재가 시적 변화를 이루는 이 필연적이고 우연적인 과정.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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