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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평점 :
당신은 누구인가? 하나의 키워드로 얘기해 보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물음이다. 문장이 지목하는 것은 독자인 나였지만, 그 물음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내가 취한 방식은 읽은 책, 사랑한 책, 자국을 남긴 책을 하나의 키워드로 정해 보는 것이었다. 아주 어렵다. 늘 생각이 바뀌었고 하나의 키워드로 포섭되지 않는 다른 단어들이 생각나기 일쑤다. 존재를 표현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 이 책에 대해서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거다.
<주기율표>는 금(金)이다.
“도라 강은 얼음이 뒤섞인 자신의 심장 속에 금을 싣고 옆으로 무심히 흘러갔다. 불안정하지만 너무나 자유로운 자신의 생활로, 금이 끝없이 흐르는 그 강물로, 영원히 이어질 나날들로 돌아갈 수 있는 그 정체불명의 죄수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가슴이 조여 드는 것 같았다.”
얼음과 뒤섞인 금. 레고 블록 한 개가 프리모 레비의 삶 전체를 지목한다. 그 삶이 그랬듯 <주기율표>도 책들 사이에서 ‘금’이다.
언제나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내 인생의 책, <월든>만큼이나 레비의 글은 생생하고 초점이 분명하며 깊은 관찰의 결과들이 문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져 있다. 모든 파시즘에 대한 반대, 각각 고유하여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주기율표의 원소들을 등장시킨 레비의 진정성. 그래서 ‘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