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7 24일 거리 옆 제방에서 몸통에 핀이 꽂힌 채 죽은 나비를 본다는 첫 장면은 <<죄와 벌>>에서 라스콜리니코프가 두려움에 떠는 스스로를 나비에 비유했던 장면과 오버랩 되어, 흐릿한 슬픔의 색조가 수채화처럼 번져 오는 듯 했다. 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목소리는 빨강머리 앤이 친구 다이애나에게 행복한 상상으로 숲과 오솔길 등등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던 바로 그 음성이다. 앤의 들뜬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까지는 아니었지만 상상의 나래를 펴 이 세상의 무게라는 걸 덜 느끼는 듯한 그 목소리는 슬픔을 예감하는 첫 이미지를 슬며시 밀어낸다. 짙은 커피에 흰 우유가 나선형으로 섞여들 듯.     

전형적인 성장소설이자 연애소설이지만 묘하게 매력적인 색채를 띄는데, 이것이 순전히 소설의 힘 때문인지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었던 경험과 믹스되어 나에게만 나타나는 효과인지 구분할 수 없다.   

포르투갈의 바다의 남자가 던진 물음과 남동생의 여자친구 메구미의 자기 분석은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들 수 있게 된 사유리의 인격적 성장의 촉매가 되는데, 한 존재가 시적 변화를 이루는 이 필연적이고 우연적인 과정. 멋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