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은 어디에
재클린 부블리츠 지음, 송섬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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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 그곳으로부터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랐지. 그건 잊히는 것과는 달라. 분명히 말하지만 난 결코 잊히길 바란 적은 없어.p60

삶이란 1초 전에 얼마나 행복했던지 여부를 떠나 주방 문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 갑자기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p81

진실은 스스로 큰 소리를 내지 않아. 때론 진실은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 만큼 작기도 하지. 당신이 찾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찾을 수 있어.p367

이제 막 성인이 된 여성 앨리스와 30대 여성 루비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뉴욕으로 온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주인공 앨리스가 자신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된다.

강간을 당한 뒤 살해당한 앨리스와 시신을 발견한 루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앨리스는 연고가 없어 신원 확인이 어려워 그저 제인이라 불린다.(미국에서는 신원확인이 어려운 시신을 제인이라 부른다고 한다.)루비는 시신을 본 후 생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소녀의 대한 궁금증을 갖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범죄소설이 가해자에게 초점을 맞추어 가해자를 찾기 위한 과정을 보이는 추리소설이라면, 이 책은 피해자인 앨리스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녀의 어린시절부터 뉴욕으로 오기까지의 지난 삶과 아픔에 초점을 맞추고, 앨리스의 시신을 발견한 루비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과 살해당한 소녀에 대한 동정심, 그녀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모습을 그렸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사건이 매체에서 보도될때마다 대중들은 여성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여성이 원인이기에 발생된 범죄라고 생각하고, 피해자의 신원, 신분에만 초점을 맞추곤 한다. 또한 가해자에게 초점을 맞추어 피해자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것을 잃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저 자극적인 소재들로 흥미를 유발할뿐.

기존의 책들과 달리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추어 피해자의 삶을 바라보고,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편견, 범죄들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담고 있어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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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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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한 은행을 배경으로 열명의 등장인물들의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를 담아 열 편의 연작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어느 날 은행에서 갑자기 현금이 도난되고, 이 사건을 조사하던 은행원이 실종된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각 단편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이 그려지는데 연관성이 없는것 같지만, 조금씩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하나의 이야기를 이룬다.

샤일록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악덕 고리대금업자의 이름이라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은행원들을 현대판 샤일록에 비유한것이라고...

각 인물들의 이야기들에서 튀어나오는 반전과 은행이라는 조직 속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다양한 인간군상, 욕망, 비리, 차별과 혐오, 이기심, 비인간성, 부정부패 등을 통해 치열한 사회생활과 냉혹한 조직생활의 실제를 보여준다.
조각조각난 이야기들이 퍼즐이 맞춰지듯 완성되어 가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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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기계 - 신이 검을 하사한 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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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에 존재했던 금색인간 로봇의 등장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질만도 한데, 이질감 없이 시대적 배경에 SF를 잘 버무려놨다.
자신에게 살기를 품은 자를 알아보는 심안을 가진 남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앗아가는 여자,
비밀을 안고 사는 에도시대의 경찰인 도신 남자,
그리고 오랜 기간을 미스터리한 존재로 살아가는 금색님이라 불리는 로봇.

등장인물들이 사건들에 의해 촘촘하게 엮여 삶과 죽음, 선과 악에 대한 고뇌를 그렸고 에도시대의 정취를 물씬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으나,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는 유녀이야기나, 잔혹하게 살인을 일삼는 낭인 이야기가 불편하게 다가왔다.

처음 시작은 흥미롭지만, 등장인물들이 많아 복잡하고, 집중도가 떨어진다.
기존의 쓰네카와 고타로의 작품처럼 판타지적 요소와 미스터리한 설정이 부족해 매혹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그 답게 간결한 문체나 장황하지 않아 나름의 매력을 느끼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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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한 재판 - 소년부 판사, 소년법을 답하다
심재광 지음 / 공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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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보호자가 소년의 정신적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다. 사회가 나서서 소년의 정신적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사회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p67

소년의 성행이 개선될 수 있도록, 그래서 소년의 비행으로부터 이 사회를 보호할 수 있도록, 일회적 처분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소년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고, 소년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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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는 소년범죄자들도 형사재판을 받고 강력한 처벌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직 소년부 판사가 쓴 글을 보니, 어쩌면 나 역시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대부분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의 가정환경은 불우하고, 불행하고, 어렵다고 한다. 범죄를 저지르게끔 만든 건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아닐까. 결핍된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잘못된 것들을 잘못이라 꾸짖으며 올바름을 가르쳐주지 못한 사회와 어른의 잘못으로 아이들은 쉽게 망가진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처벌'이라는 단어를 내뱉는다.
처벌만이 정말 답일까? 저자가 말한 것 처럼 단순히 가둬놓고 사회외 격리시킨다고 해서 해결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저 소년들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멀리 떨어져있게 하고 배제시키는 것 아닐까.
무엇을, 어떻게 잘못해서인지, 왜 그래서는 안되는지에 대한 가르침이 아닌 무조건 구금하고 가두는 형사재판이 아닌,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하게 하고, 잘못된것을 바로잡게 해주는 소년법은 꼭 있어야할 법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다만 촉법소년의 나이 기준을 좀 더 하향시켜야한다는 생각은 늘 든다.
악용하는 사례들이 너무 많으니까...

"보여줘야죠. 법이라는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지 새끼 아깝다고 부모가 감싸고 돈다면 국가가, 법원이 제대로 나서야죠." 라는 소년심판 속의 대사처럼, 무조건 떨어뜨리고 처벌하는게 아니라, 깊숙히 내제되어 있는 아이의 마음을 돌보고, 보호자가 할 수 없다면 국가가 사회가 나서야하지 않을까?

가해소년들만이 아닌 피해소년을 위한 보호처분을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의견과 가해소년만을 위한 상담, 치료만 진행하는게 아니라, 피해소년들을 위해서도 상담과 치료 등 치유의 과정을 국가에서 직접 맡아서 해야한다는 저자의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우리는 가해자만을 이슈화해서 피해자가 어떤 고통을 받고, 어떤 2차 피해를 입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니까 말이다.

현직 소년부판사의 실제 있었던 사례들과 소년법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알기 쉽게 담은 책으로 곳곳에 만화도 넣고, 법 용어들도 친절히 설명하고, 재판 절차 등에 대해 가감없이 솔직담백하게 쓰여있다.
실제로 넷플릭스 #소년심판 의 김혜수씨가 참고했던 책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렇지 그렇지 하면서도, 실제로 벌어지는 잔인하고 경악하게 하는 소년범죄들을 볼때면, 소년법만으로도 가능할까? 좀 더 강력해야하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잘못이 무엇인지 깨닫고, 다시는 그러한 범죄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어른들이 좀 더 신경쓰고 보듬고 소년들을 가르칠 수 있는 사회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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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 - 제11회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작 사과밭 문학 톡 4
임정진 지음, 하루치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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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수출국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을만큼 우리나라는 수 많은 아이들을 외국으로 입양 보낸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아이를 포기한 부모도 있겠지만, 무책임하고 악한 부모들도 많고, 아이를 낳았다고만 해서 부모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타국에서 좋은 보호자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들도 많을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는 미약한 존재인 아이들은 태어나서 버림받고, 또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언어도 문화도 다른 타국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입양에 대해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본다거나, 무조건적으로 불쌍해하는 동정의 마음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롭고 낯선 타국에서 삶을 이어가줘서, 살아있어서,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 응원을 보내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맞이해줬으면 한다.
낯선 환경에서 혼란스러운 삶을 이어간, 그리고 이어갈 수 많은 입양인들에 대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따뜻한 울림이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표제작인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원제:비행기에서 쓴 비밀 문저)는 제 11회 열린 아동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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