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세계문학세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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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랑의 실험 - 독일 ㅣ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알렉산더 클루게 외 지음, 임홍배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작가가 추구하는 사상을 알려면 단편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짧은 이야기들 이지만 함축되어 있는 이야기 안에 진정으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세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소설집이나 단편집이 나오면 제일 초기작부터 챙겨보는 편이다. 그 안에야말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세상이 손때묻지 않은 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어서 집중해야 하지만, 책 한 권을 읽어내는 순간 비로소 작가와 대화했다는 기분이 든다.
창비에서 펴낸 세계문학을 만났다. 각각의 나라가 한 권에 책에 압축되어 있다. 책을 들고는 가슴이 설레였는데, 알지 못했던 작가의 단편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과 동시에 독일이라는 나라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다는 떨림도 있었다. 작가들이 써내려간 글 속에는 분명히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사상과 문화가 녹아있을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헤르만 헤세의 '짝짓기'는 사춘기의 방황을 엿볼 수 있다. 데미안에서는 감수성이 풍부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소설의 전단계가 아마 이 단편이 아니였을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체지만, 내가 헤매고 고민했던 사춘기의 세계가 드러나 있는 것 같아서 너무나 반가웠다. 또한 '변신'이란 작품으로 유명한 카프카의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인간이 된 원숭이를 통해 인간사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변신에서 벌레로 변해버린 인간을 그려낸 것도 충격이였는데, 이 단편을 통해 카프카가 그리고 있는 세계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동화같은 이야기로 현실을 꼬집은 작품도 있는데 하인리이 폰 클라이스트는 '주워온 자식'이라는 단편을 통해 인간의 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또한 괴테는 '정직한 법관'이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 마음속에 있는 이성과 욕망의 충돌을 잘 그려내고 있다. 이성에서 욕망으로 넘어가는 단계라던지, 욕망에 온전히 몸을 맡기게 되는 심리묘사가 잘 그려져있어 정신없이 읽으며 결말을 내 나름대로 그려보기도 했다.
이처럼 독일의 세계문학은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읽는 '맛'을 내게 알려주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시대상과 더불어, 지금 읽어도 전혀 손색없는 작품들까지 모든 이야기가 가슴 속 깊이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단편들이 존재한다니! 다른 나라에는 또 어떤 재미있고 가슴뛰는 이야기들이 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