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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공선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양희진 옮김 / 문파랑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추석, 고 3 수험생 딸아이 때문에 , 또 와병 때문에 여행을 갈 수 없어서
고바야시 다키지의 소설 게공선<蟹工船게잡이 배>을 읽었다 .
이 책은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고전적 명작이라고 한다. 전에 서경식 선생이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어서 읽고 싶던 차에 재출간이 되었기에
다행이다 .
작가 고바야시 다키지는 그 자신의 출신 성분이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다 .
1903년 아키타현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홋카이도의 오타루 고등상업학교를
나왔다 . 은행원 생활도 했지만 문학활동과 사회주의운동에 투신했다.
세계 대공황이 일어난 해인 1929년에 쓴 대표작이 바로 이 <게공선>이다.
소련령 캄차카 영해를 침범해 게를 잡고 배 위에서 가공해 통조림으로 만드는
게송선을 무대로 지옥 같은 혹사와 학대를 당하며 일하는
노동자 모습을 그렸다.
거기서 자행되는 폭력은 회사의 이윤과 대일본제국 국책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된다.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해 어업노동자들은 결국
태업(사보타주)을 거쳐 스트라이크에 돌입하지만 상황이 쉽게 풀리진 않는다 .
그들은 순진하게도 일본 해군 국민인 자신들을 보호해 주리라 믿었지만
천황과 자본가는 따뜻하게 결탁한 동지들이었다 .
그래서 스트라이크 주동자들은 입건되었고 풀려난 그들은
“경찰서 문을 나서자 , 다양한 노동 계층 속으로
각각 파고들게 되었다는 것 ” 으로 마무리를 한다 .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흠칫, 했던 것은 이 소설이 1929 년 작이라는
사실이다 . 이미 80 년 전에 자본주의가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노동과
복종을 강요했으며 노동자들이 거처하는 곳을 “ 똥통”으로 지칭했다는
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 똥” 으로 취급받으며
오로지 노동, 노동만을 강요당하며 살아야 한다 .
문득 , 한 이십 년 전에 내가 노동하던 **케이블공장이 떠오른다 .
아침에 한 일고 여덟시쯤 출근하면 면장갑 한 켤레를 지급받고
현장에서 일을 한다 . 속이 빈 케이블 피복에 전선을 끼워 넣어야 하는데
이게 빡빡하니까 잘 안 들어간다 . 그러니까 손에다 화학약품 오일을
바르고 선 채로 4 시간 동안 노동을 해야 한다 .
그 약품에서 심한 냄새가 나는데 환기도 신통찮고 마스크 같은 것도 없다 .
그리고 케이블 피복 덩어리는 한 사오십 킬로 정도 하는데
그걸 들어 작업대 위에 올리면 허리를 펼 때마다 허리가 끊어진다 .
화장실은 갈 수 없다 . 12 시 점심때만 가능하다 .
일이 잘 진척되지 않으면 작업반장 새끼가 와서 뭐라고 독촉하며
반말 짓거리로 욕을 한다 .
점심은...따뜻하긴 하지만 10 분정도에 먹어야 한다 . 뒤에 줄 서서
기다리는 노동자들 때문이다 . 무국에 굴이 들어간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냥 맹탕이다 .설익은 김치에서는
늘 모래 비슷한 게 지금거렸다 .
그리고 쉴 장소는 전혀 없었다 .야근은 지시하는 대로 해야 했다 .
한 달에 열두 번 이상 하고 생리휴가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
그러다 나는 일어날 수 없을만치 목과 허리가 아파서
몇 달 만에 그만 두고 정양해서 걷게 되기까지 괘 오랜 시간이
걸렸다 .
게공선에서도 마찬가지다 .
작업시간은 ‘감독’ 이 정했다 .
-노동자들은 몇 천 해리나 떨어진 북쪽
어두운 바다에서 , 깨진 유리조각처럼 날카로운 파도와 바람에 맞서
죽음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
그리고 감독은 ,
-자기가 직접 손을 써서 죽인, 노동자 사오백 명의 목숨에 대해
저렇게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말하다니, 바다 속에 처박아도 성이
안 차는 놈이다 .
게공선 자본가는 어업노동자 한두 명 죽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다 .
2008년 대한민국 기륭 자본가는 노동자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을 해도 “누가 굶으라고 했냐 ” 고 반응한다 . 기륭 업주는 오늘도
한우쇠고깃국에 햅쌀밥, 대구전유어에 햇김치 그리고 와인을
마셨을 거다 . 그리고 속으로 , 저 지독한 노동자 ‘가이나’들 빨리
지쳐 떨어지길 바라진 않았을까 ?
게공선 자본가는 한 번 출어하면 보통 오륙십만 엔(1029 년에)을
번다고 했다 . 어업노동자들은 목욕을 못해서 훈도시 끈 매는 부분을
늘 시퍼런 이 蝨 가 깨물곤 한다 . 그리고 조금만 일이 진척되지 않으면
감독에게 가혹한 고문을 장하거나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
돈은 ? 물론 못 번다 .
그런 과정을 거쳐 이 소설은 ,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파업하고
세상 속으로 흩어져 연대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 명쾌한 대단원을 보여준다 .
우리 사회가 국제중고, 종부세 폐지, 종교 편향, 경부운하,
영어몰입교육, 외제차, 이런 터무니없는 망상에 빠져있는 동안
진짜 많은 노동자들이 목을 옥죄는 현실 속에서 악몽을 꾸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
나는 사는 게 너무 불안해서 때로 , 일부러라도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한다 . 자발적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인데다
재산도 별 거 없고 나이는 먹는데다 아이가 자라 취업을 해서
나를 봉양할 거라는 희망도 별 반 없다 .
제 밥벌이는 할 수 있을까?
그런데다 사회보장제도는 너무도 미미하다 . 국민들더러 다 알아서
살라고 한다 . 억울하면 부동산 투기를 해서 자본을 축적하라고 한다 .
못 하면 바보라고 한다 . 나는 바보다 .
그런데 그 바보가 나 하나만이 아니라는 건 이 나라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 부동산 투자는 아무나 하나 ?
종잣돈이 없는 인민들은 제 집 한 채 갖기도 힘들다 . 그런 판에
아이는 그냥 놔두면 성적이 제대로 안 나오고 사교육을 시키려면
부모들은 노후를 위한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다 .
우리 부모는 내게 땅 한 평 유산도 못 남겨주셨다 .
그런 처지에 내가 무슨 수로 부동산 투자건 투기건 하며
무슨 수로 노후에 10억인지 20 억인지를 여퉈둔 단 말인가 ?
그보다 더욱 암담한 건 딸아이가 졸업해서 사회로 나가는
5 년이나 6 년쯤 후에 거의 모든 청년들이 “비정규직” 이 되어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암울한 성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
저 기륭전자에서 , KTX노동자들이, 이랜드, 성신여대 ...
모든 사업장에서 죽음의 비정규직 투쟁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
모든 상황이 <게공선> 노동자들과 이란성 쌍생아처럼 똑/같/다 !
연대! 이 소설에서는 노동자들이 각성해서 연대를 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이 비정규직, 워킹 푸어 문제를 외면하고 싶었던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연대를 하는 것만이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 일 것이다 . (내 기분 같아서는 세상을 확, 뒤집어 엎고
싶지만 너무 힘이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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