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프랑스 책벌레
이주영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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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진실된 제목을 가진 책이었다. 이런 사람이 있을수 있나 싶을 정도의 책벌레와 정말 결혼한 저자가 부부생활을 하며 겪는 이야기는 이게 현실인지 연극인지, 소설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몰입감을 안겨주었다. 코드가 맞는 책이어서였을까 뜬금없는 부분에서 큭큭 거리며 웃으며 볼 수 있었던 유쾌한 에세이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을 배우자로(남편) 맞아 함께 사는 인생은 꽤나 재미있겠다 싶으면서도 반대로 이렇게 가끔 욕설을 날리더라도 더불어 은근히 쓸데없는(?) 경쟁심을 자극하게 만들고 함께 추억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배우자를(저자) 만나는 것도 참 행운이고 행복이겠다 싶기도.


저자의 남편이 겪는 에피소드만 가지고 시트콤을 찍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늘 아침에 가져나갈 책을 미리 가방안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라 현관앞에 쌓아두고 있다가 챙겨나가고, 책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며, 남들에게 책을 선물하는데서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읽었던 책의 한구절을 통해 표현하는 인생도 멋져보였지만 아주 멀리사는 동생집을 걸어서 방문해보자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실천하는 것 또한 이건 뭔가 싶으면서도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건 간단히 설명하면 하루에 만약 20킬로미터를 걸었다 치면 다음주 주말에는 거기까지 다른 차편으로 이동해서 다시 걷기를 이어나가는 식으로 천인가 이천킬로미터를 걸어가겠다는 프로젝트였는데 유럽은 산맥같은게 없어서 가능한건가 싶었다는. 하긴 그러고보면 우리나라도 하루만에 대중교통만 이용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기 등 변형버전이 있는 듯.  


수많은 고전 소설의 문구를 외워서 그때그때 써먹을 수 있는 삶은 얼마나 낭만적일런지 상상하며 보는 것만으로 무척 유쾌한 경험이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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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조선사 365 - 읽다보면 역사의 흐름이 트이는 조선 왕조 이야기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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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룬 책을 읽는 이유는 아는 이야기 중에 생각지 못했던 해석, 그리고 알지 못했던 디테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종종 역사인문서를 챙겨보던 와중에 본 1일 1페이지 조선사 365라는 책은 색다른 컨셉이었다. 제목만 봐서는 365가지 역사적 사실을 테마에 따라 엮어놓았을것 같었지만 생각지 못했던 시간순 배열, 그것도 조선왕조 역대 임금순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제목처럼 주제별 딱 1페이지, 그러니까 본문은 정확히 365페이지로 되어있었다. 


간간히 등장한 왕의 가계도로 한페이지를 채운 부분을 제외하고는(정말 하루에 한페이지만 읽으라는 의도였다면 하루는 그 표만 보고 넘어가라는 말인지... 이런건 부록으로 빼던가 아예 넣질 말고 다른 이야기로 채우던가... 좀 아쉬웠던 부분) 나름 내용 충실성을 위해서 살짝 작은 폰트로 간결하게 쓰여져 있어 유익하게 볼 수 있었다. 국왕별 단순한 치적을 넘어서 관련한 배경지식 등이 곁들여져 조선개국에서부터 한일병탄에 이르기까지 500여년간의 주요 사건들, 문화와 제도들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 사진도 거의 없음에도 크게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던게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은 신기하기까지하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비유를 하자면 동아전과가 아닌 표준전과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저자가 학교 역사 교사라고 본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가 교과서 같은 느낌이면서도 역사 가이드 같은 느낌. 그러고보니 왕을 비롯한 주요 인물을 다룬 글의 말미는 그래서 지금 그 사람 무덤이 어디어디에 있다는 식으로 끝난다. 당연하게도 거의 대부분은 서울 아니면 경기도권이었고 간혹 생소한 지명이 나오면 찾아보기도 했는데 학부모가 이 책을 같이 본다면 가까운 곳은 찾아가보아도 좋을듯. 하다못해 서울 선정릉역에 어떤 왕이 묻혀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니까.


한때는 우리나라 표준시가 있었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도, 남태령의 유래(원래 여우고개였는데 정조가 사도세자 묘에 갈때마다 거길 지나며 여기가 어디냐고 묻기에 왕앞에서 저속한 말을 하기가 뭣해서 삼남대로로 통하는 큰 고개라는 뜻의 남태령이라고 속이며 이름이 굳어졌다고.)도 깨닫게 해주었던 반면 문득 읽으면서 걸렸던 부분이 생각난다. 동학혁명을 진압하기 위해 청나라에 지원을 요청했더니 난대없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본군이 같이 들어왔다고 쓰여진 부분이 있었는데 정부는 텐진조약의 내용을 몰랐다는 것처럼 되어있어 저자의 실수인지, 아니면 황당하지만 정말 몰랐던건지 궁금해지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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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없이 메이저 없다 - 풀꽃 시인이 세상에 보내는 편지 아우름 50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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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이라는 시로 한번 보면 잊기 힘든 시이다. 언젠가 교보문고 사옥에 걸려서 더 유명해지기도 했고. 아니 시와 먼 사람들에겐 그때부터 알려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시로 유명한 시인인 나태주씨의 에세이였다. 사실 시만 들어봤지 그분이 어떤분인지에 대해서는 몰랐는데 수십년간 교사를 거쳐 교감, 교장생활까지 하셨고 지금은 정년퇴임 후 시인으로서 또 강연자로서 살고 계셨다. 몇달전 유퀴즈에도 출연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보지는 못했고. 


아무튼 강연생활을 하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엮어낸 책이라고 볼 수 있는데 본인의 인생이야기와 더불어 따뜻한 인생 조언들이 담겨있다. 풀꽃이라는 시의 탄생배경 등 시와 관련된 배경이야기들도 재밌었고, 저자가 상을 받으며 인정받기 시작했을때 앞으로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어쩌면 부끄러운 기억들까지도 기재되어 있었다. 성공한 사람이 되지 말고 가치있는 사람이 되기위해 노력하라는 아인슈타인의 충고도, 어떻게 보다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더라면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도, 


조금 어색했던 부분은 청년시절 자신의 구애를 거절했던 한 여성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좋은 의미에서 바뀌었다고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한번은 그렇다치고 다른 맥락에서 한번 더 나오면서 같은 이야기를 두번이나 언급되어 있어 정말 상처를 받으셨던건지, 원고 편집과정에서 중복을 걸러내지 못했던 건지 궁금해지더라는. 


책에 인용된 문구인데 사람들에게 톨스토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첫째는 지금, 둘쨰는 옆에 있는 사람, 셋째는 그 사람에게 잘해주는 것이라고 했단다. 조금더 주변사람에게 신경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10월을 맞아 가을이 언급된, 책에도 실린 저자의 시를 한번 옮겨적어본다.


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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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이유 - 부당한 세계에서 나를 지키는 본능적 힘
라이언 마틴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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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분노해본적이 언제인지 생각해본다. 그러고보니 분노라는 단어를 입밖으로 꺼내본게 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화'랑은 어떤 관계인지도. 분노했다. 화가났다라는 표현이 주는 느낌을 봐서는 분노가 더 세보인다. 인터넷에서 분노를 접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운전, 흔히 말하는 보복운전 케이스가 상대적으로 흔해보인다. 온화해보이는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입이 거칠어지는 경우가 잦다고 할 정도이니. 운전 말고도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분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떤 일이 자신이 예상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생각지 못한 배신을 당했을 때도 유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분노를 다룬다.


목차 자체는 심플하다. 3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번째는 분노는 무엇인가에 대해, 두번째는 그 분노가 가져다주는 나쁜 결과에 대해, 마지막 세번째 파트에서는 그 분노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첫번째 파트에서 분노가 주는 이점 세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분노는 부당함을 경고하며, 부당함에 맞설 에너지를 주고, 남들에게 내 위상을 전달한다는 것. 세번째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 재밌다. 그러고보면 분노할 일이 있어도 그래서는 안되는 자리라면 표현하기 어려우니 맞는 말이다. 영화 기생충의 엔딩은 참다못한 그 분노의 난사현장이었던 것이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분노를 보통 술로 다스리지 않을까 싶은데 속으로 삭히는 것도 음주나 담배로 푸는 것도 신체적으로는 안좋다고 사실은 뭐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책에서도 나온 사례와 같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 또는 자동차등의 기물에 대고 화풀이를 하는 것은 더더욱 해서는 안될일이다. 항상 자기가 옳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이들이 이럴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인성교육이 새삼 중요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인지부조화이론이 여기서 등장하는데 자기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일수록 행동을 고치고 반성하는게 아니라 자기의 생각이 옳은 것이었다고 생각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뻔뻔하게 텔레비전에 나와 입을 놀릴때 우리가 분노에 빠지게 되는건 참 억울한 일이다.


상황선택 이론을 제시한 제임스 그로스 박사에 따르면 감정 조절은 특정사람, 장소, 사물에 접근하거나 반대로 피하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애착인형 같은게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건지 모를일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겐 아직 이런 역할을 해주는 사람도 사물도 장소도 없는데 의도적으로 만들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다행히 아직 이런게 필요할만큼의 큰 분노를 겪어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니 다행인 일이려나. 참아야 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때는 이를 의식하고 의도적인 심호흡을 하거나 주먹을 번갈아가며 3초간 세게 쥐었다 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문득 오래전 엄한 아버지를 둔 한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들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한번 혼나면 30분이고 한시간이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꾸지람을 듣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때마다 바닥의 무늬가 몇개인지 세어보곤 했다고.


마지막 장에서는 분노는 병이 아니며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해 오래전 보았던 만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분노하면 훨씬 더 큰힘을 발휘하는 초사이어인으로 변신하곤 했던 손오공, 물론 이 책에서는 운동선수들에게 시합전 분노를 일으키는 자극을 심어주면서 투지를 불태우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이를 대신하고 있었다. 분노, 질투 같은 감정으로 동기부여하는게 바람직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미국에서는 분노방이 몇년전부터 인기라고 하던데 돈을 내고 들어가면 물건을 부술수 있다는 공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유사한 곳이 있었으려나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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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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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시작으로 대리사회, 훈의 시대에 이어 네번째로 보는 김민섭 작가님의 책이다. 따뜻하며서도 간간히 위트가 섞여있어 너무 잘읽혀서 애정하는 분. 지난번 책에도 등장한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 이야기가 다시 등장하지만 더 살이 붙어 있어서인지 다시 봐도 따뜻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된 이분의 행적은 목요일 저녁 동네 달리기였나, 뭐 그런 비슷한 이름의 정기적인 조깅 스케줄이다. 저자가 피트니스센터에서 체중감량 챌린지에 도전하며 시작한 이 운동 스케줄은 어쩌다보니 저자와 같은 지역에서는 물론 각기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시간에 함께 달리는 느스한 연대로 묶여있는 운동클럽이 되어버린 것. 웃겼던 부분은 원고때문에 합류하게된 이 출판사 관계자도 여기에 엮이게 되면서(?) 덩달아 건강해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 운동 스토리와 비접촉 교통사고 처리이야기를 중심으로 작은 에피소드들이 묶여있는데 어느것 하나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에세이였다. 각자의 동네에서 이런 작지만 작지않은 변화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우리나라는, 아니 우리 동네는 더 따뜻해질게 분명하다. 멀지않은 곳에 사시는 분이라면 소주라도 한잔 따라드리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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