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이유 - 부당한 세계에서 나를 지키는 본능적 힘
라이언 마틴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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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분노해본적이 언제인지 생각해본다. 그러고보니 분노라는 단어를 입밖으로 꺼내본게 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화'랑은 어떤 관계인지도. 분노했다. 화가났다라는 표현이 주는 느낌을 봐서는 분노가 더 세보인다. 인터넷에서 분노를 접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운전, 흔히 말하는 보복운전 케이스가 상대적으로 흔해보인다. 온화해보이는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입이 거칠어지는 경우가 잦다고 할 정도이니. 운전 말고도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분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떤 일이 자신이 예상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생각지 못한 배신을 당했을 때도 유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분노를 다룬다.


목차 자체는 심플하다. 3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번째는 분노는 무엇인가에 대해, 두번째는 그 분노가 가져다주는 나쁜 결과에 대해, 마지막 세번째 파트에서는 그 분노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첫번째 파트에서 분노가 주는 이점 세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분노는 부당함을 경고하며, 부당함에 맞설 에너지를 주고, 남들에게 내 위상을 전달한다는 것. 세번째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 재밌다. 그러고보면 분노할 일이 있어도 그래서는 안되는 자리라면 표현하기 어려우니 맞는 말이다. 영화 기생충의 엔딩은 참다못한 그 분노의 난사현장이었던 것이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분노를 보통 술로 다스리지 않을까 싶은데 속으로 삭히는 것도 음주나 담배로 푸는 것도 신체적으로는 안좋다고 사실은 뭐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책에서도 나온 사례와 같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 또는 자동차등의 기물에 대고 화풀이를 하는 것은 더더욱 해서는 안될일이다. 항상 자기가 옳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이들이 이럴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인성교육이 새삼 중요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인지부조화이론이 여기서 등장하는데 자기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일수록 행동을 고치고 반성하는게 아니라 자기의 생각이 옳은 것이었다고 생각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뻔뻔하게 텔레비전에 나와 입을 놀릴때 우리가 분노에 빠지게 되는건 참 억울한 일이다.


상황선택 이론을 제시한 제임스 그로스 박사에 따르면 감정 조절은 특정사람, 장소, 사물에 접근하거나 반대로 피하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애착인형 같은게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건지 모를일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겐 아직 이런 역할을 해주는 사람도 사물도 장소도 없는데 의도적으로 만들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다행히 아직 이런게 필요할만큼의 큰 분노를 겪어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니 다행인 일이려나. 참아야 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때는 이를 의식하고 의도적인 심호흡을 하거나 주먹을 번갈아가며 3초간 세게 쥐었다 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문득 오래전 엄한 아버지를 둔 한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들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한번 혼나면 30분이고 한시간이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꾸지람을 듣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때마다 바닥의 무늬가 몇개인지 세어보곤 했다고.


마지막 장에서는 분노는 병이 아니며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해 오래전 보았던 만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분노하면 훨씬 더 큰힘을 발휘하는 초사이어인으로 변신하곤 했던 손오공, 물론 이 책에서는 운동선수들에게 시합전 분노를 일으키는 자극을 심어주면서 투지를 불태우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이를 대신하고 있었다. 분노, 질투 같은 감정으로 동기부여하는게 바람직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미국에서는 분노방이 몇년전부터 인기라고 하던데 돈을 내고 들어가면 물건을 부술수 있다는 공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유사한 곳이 있었으려나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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