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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쇼크 - 고령화, 쇼크인가 축복인가
테드 피시먼 지음, 안세민 옮김 / 반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회색에 담겨진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불분명하고 우중충하며 때론 비겁하기도 하다. 회피적 중립영역에 속한 인물들을 회색분자라고 칭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그나마 여기까지는 회색의 본질적 이미지를 논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 제호에서 노인문제를 ‘회색’에 비유하는 것은 기존의 회색 이미지와는 다른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이해된다. 삶과 죽음 사이에 방치된 영역으로서의 회색인 것이다. 일반적 색감보다 더욱 어둡게 다가온다. 죽지도 못하고 살기는 더 어려운 불완전한 형태의 삶을 이른바 회색으로 추상화한 것이다.
노인은 인간노화 현상의 결과적 모습이다. 노화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활성산소가 DNA를 파괴함에 따라 세포의 사멸이 촉진(p. 173)”되는 현상이다. 만약 고령으로 사망 시까지 노화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인생에 노인기는 없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세월이 지날수록 늙고 결국 노인이 되기 마련이다. 노화진행은 맑은 인생의 하늘에 먹구름을 조금씩 드리워 가는 과정과 같다. 통계적으로 70세 이상이 되면 “기억력 상실, 인지장애, 배설물 통제 곤란, 감각상실, 치매(p.186-8)"확률이 급증한다. 건강하게 장수하다가 죽는다는 인류적 바램은 70세를 기준으로 확률이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노인이라고 모두다 회색의 영역에 위치하는 것은 아니다. 노년기에 필요한 재화를 소유한 경우는 회색과 무관하다. 반면 충분한 재화와 사회재 지원대상이 아니며 노동을 할 수 도 없는 상황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영역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집단크기 확대는 미래사회에 재앙이 될 수 있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회색의 크기를 축소유지하는 것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가장 심각한 고령화 비극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사회는 이와 반대로 작동하고 있다. 연령차별이 조장되고 고용주의 수익성 보장이 우선되고 있다. 노인들은 “주변부로 내몰리고 착취하는 방법이 고안(p. 31)”되고 있다. 노인을 혐호(p.387)하는 시선이 확대되고 있다. 노인들에게 점점 더 낮은 임금과 처우가 시도되고 있다.
한국의 유교전통이 기본적으로 노인존중을 보장해 왔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역시 그렇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홍콩, 벨기에, 코스타리카, 이스라엘(아랍인과 유대인) 대학생의 태도를 조사했던 국제적 연구에서는 모든 지역 학생들이 노인들을 무능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으며 노인들의 지위가 낮다고 인식하였다. 연구팀은 연령차별은 범문화적 현상이라 말했다(p.385).
고령화 현상에 대한 이상적이고 구체적 대안제시는 쉽지 않다. 사회변화의 불확정 상황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노년층의 회색진입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의 요구다. 특히 직업능력이 있어 노동에 참여하는 노인에게 연령차별이 증대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년실업 등 여유 있는 산업예비군을 내세워 노인 근로자에게 기초생활 유지 이하의 급료를 지급하는 악덕 고용주를 통제해야 한다. 이것은 복지보다는 근로의 영역에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회색의 문제는 우리의 모습니다. 외부요소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자칫 심각한 사회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민자, 외국인 수용에 익숙하지 않은 국가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책은 그와 관련된 사례를 스페인, 일본, 중국을 통해 소개하였다. 고령화 문제가 복지발전으로 해결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더이상 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점이 본 독서가 주는 유용함이라 할 수 있겠다.
<궁금증 있는 내용이 있어 메모해 두기로 한다. 번역문제일 수 있겠다>
p.385
사람들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하는 사회에서는 산업화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이 맞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