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업체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인문전공자에 대한 컴플렉스를 전해들었다. 회사생활에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글과 말의 능력이 부족하여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때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공대 출신과 '불량작문'은 상관성이 희박하다. 예상가능한 반박일 수 있겠지만 지인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을 이 곳에 간략하게 적어보기로 한다.
공대 전공자들이 인문공부한 사람들에 비하여 글쓰기 역량은 오히려 높을 수 있다. 수학과 글쓰기는 유사한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합격자 중에 공대출신자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러한 연관성에 기인한다. 이를테면 수학문제를 주관식으로 풀어쓰는 듯한 논리적 흐름을 문자로 변형하면 주관식 시험의 모범답안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간단한 원리의 터득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공대 출신자들은 일정 수준에 이르기 전에 자신의 재능을 구분하여 연마할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이때 글쓰기가 제외되는 것 같다. 기호나 부호 사용습관도 작문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호에는 상당한 분량의 작문이 숨어있다. 물론 한개의 부호가 에이포 한매에 해당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작문은 그러한 부호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인문사회에서 소논문의 적정분량은 에이포 20여매가 된다. 그런데 공대논문은 그 절반도 되지 않는다.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분량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런데 공대출신자들은 인문사회영역의 글밥에 질려하고 놀라워하는 경향이 있다. 알고 보면 그렇게 생각할 일이 절대 아니다. 인문전공자들은 공대논문의 소개된 많은 수식들 중에서 하나도 제대로 해독할 수 없을 때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단 공대생들은 문자나열을 귀찮아 하는 잘못된 습관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자꾸 써보는 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이다. 작문연습 초기에는 빠른 실력 증진을 경험할 수 있어 재미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