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니까 동심원 19
안오일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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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아파트 10층 / 여러 동물과 곤충 소리가 들린다 / 귀뚜라미 소리, 개구리 소리 / 밭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 저 멀리 수인로의 빗물이 자동차 바퀴에 튀기는 소리 / 소리가 얼마나 크면 10층까지 올라 올까? - 새벽 

이 동시는 이 시집에 실린 안오일님의 동시가 아니다. 9살난 울아이가 지난 달에 지은 동시다. 하하. 새벽에 잠이 깨었는데 잠은 오지 않고 갑자기 시상(?)이 떠올랐다나? 그래서 잊어버릴까봐 부랴부랴 메모해 놓고서는 아침에 일어난 엄마에게 득달같이 달려 와서는 자신이 쓴 동시라며 무척 자랑하더라는.....하하.

엄마나 선생님이 동시를 지어보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그 새벽에 혼자 싯구를 떠올린 아들내미 때문에 참 많이 흐믓했더랬다. 이렇게 동시를 재미있고 가깝게 생각케 만든 바탕에는 뭐니뭐니해도 '꾸준한 동시집 읽기'가 있었다고 단언하고 싶다. 그리고 그 동시집 중 많은 부분은 푸른책들에서 출간된 동시집이였다는 사실!!

이번에 우리아이와 함께 읽은 동시집은, 안오일님의 <사랑하니까>이다. 동시를 읽을때마다 곧잘 드는 생각이긴 하지만, 이 동시집에 실린 동시들은 '분.명. 아.이.가. 지.은. 동.시.일.꺼.야!'란 생각을 떨치지 못하게 만든 동시들이었다. 아이의 시선, 아이의 마음, 아이의 생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동시들이 한가득이였으니까! 그런 나의 느낌이 틀리지 않은 모양인지, '시인의 말' 중에 쓰인 글을 보면, '리트머스 종이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잘 흡수한 동시들을 가득 담으려'고 했다고 쓰고 있다. 그렇다보니 울아이가 더욱 열광적으로 즐겁게 읽은 동시집이 바로 <사랑하니까>가 될 수 밖에......^^*

그만 놀아라 / 학원 빼먹지 마라 / 콜라 마시지 마라 / 뛰지 마라 / 늘 막아서는 엄마는 / 빨간 신호등 // 공부만 허지 말고 좀 뛰어 놀그라 / 한 번 학원 안 가면 어떻노 오늘은 쉬그라 / 라면 콜라 몇 번 묵는다고 안 죽는다 묵으라 / 늘 내 앞을 터 주는 할머니는 / 초록 신호등 // 엄마와 할머니 사이를 / 왔다 갔다 하는 난 / 노란 신호등- 삼색 신호등 (전문)

울아이가 이 동시집에서 꼽은 최고의 동시다. 아이 표현대로 하자면 내용이 무척 재밌다나~. 거기다가 꼭 우리집 같다고 한마디 덧붙여서, 내가 이제껏 아이에게 빨간 신호등처럼 막아섰나 싶어 엄마인 나를 살짝 긴장케 하더니만, 울집은 엄마와 할머니가 바뀐것 같다며~ 할머니가 빨간 신호등이고 엄마는 초록 신호등이라고 말을 해서, 갑자기 엄마의 기분이 우쭐하게 만들기도 했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울아이에게 할머니는 늘 노심초사 걱정이 많으시다. 아무래도 그렇다보니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많다고 느꼈던 모양이지만, 그또한 사랑의 다른 표현이라나는 것을 이 동시를 읽고 얘기할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아이와 함께 동시를 함께 읽으면, 짧은 글 속에 담긴 풍성한 동심에 마음이 맑아지고 환해지는 느낌이여서 좋고, 아이의 마음 속도 살짝 엿볼 수 있어 더욱 더 좋은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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