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소년 조르디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2
얀나 카리올리 글, 마리나 마르콜린 그림, 김현좌 옮김 / 봄봄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그림책을 덮으니 오래 전에 봤던 영화<캐스트 어웨이>가 떠올랐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구공 ’윌리’가 떠올랐다고 해야겠다.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주인공에게~ 아무도 살지 않는 그 섬에서 대화(일방적이긴 하지만~^^)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친구같은 역활을 하기 때문이다. 비록 사람은 아니었지만 ’윌리’가 주인공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주고 외로움을 덜어 준~~ 어찌보면 주인공이 무인도에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 커다란 존재였이니 말이다.
무인도는 아니지만 그림책 속 주인공인 조르디가 사는 곳은 등대다. 바다 한가운데 외따로이 떨어져 있는 그곳에서 소년은 외롭다. 


조르디의 친구는 바다뿐이었어요.
조르디는 늘 바다에서 놀았어요.
등대에서 살고 있는 조르디에게 친구라고는 바다뿐이다. 등대지기인 아빠와 함께 살고 있지만 같이 놀 친구가 없어 외롭다. 그림책을 보고 있노라면, ’외롭다’란 글은 찾을 수 없지만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조르디가 갖는 ’외로움’이 아주 크게 느껴진다.


아마 바다 저편에는
아무도 없나 봅니다.
아무런 대답이
없으니까요.
조르디는 바다에 편지를 띄우곤 한다. 유리병에 꼭꼭 뚜껑을 닫고 써넣은 편지 내용은 ’거기 누구 없어요?’ 
언제나 대답이 없는 바다를 향해 똑같은 내용을 띄우는 조르디......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 도시라고해서 조르디처럼 외롭지 않다곤 생각지 않는다. 바다에 던진 그 유리병 속 질문에 누군가가 뚜껑을 열고 읽어보고 답변을 해주길 원했던 조르디에게, 이제껏 바다가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던 것처럼, 내가 전하는 진실된 마음을 받아주고 함께 나눌 친구를 갖는 일이 쉽지마는 않는 듯하니 말이다. 수많은 군중 속에 있다해도 그곳에 서로의 마음을 품어주고 이해해줄 친구가 없다면 혼자 외로운 법이다. 
편지가 적힌 유리병을 바다에 던지는 조르디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 중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그 마음을 받아주고 열어 줄 친구를 찾는 우리들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


편지를 담고서 해류를 따라 흘러가는 유리병이 물고기처럼 표현되어진 그림이 참 환상적이다. 이 그림 외에도 소라껍데기로 표현 되어진 등대 내부계단, 하늘에 떠가는 물고기 구름 등등 기발한 상상력이 가미된 멋진 그림들이 많아서, 보는 즐거움도 크다.

수없이 던진 유리병 속 편지는 어느 날 답장을 안고 조르디에게 전해진다. 마리 오세안느란 이름을 가진 소녀에게서 답장을 받고 뛸듯이 기뻐하는 조르디만큼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드디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찾게 된 조르디......
비록 유리병을 통한 대화지만 둘은 서로 편지를 통해, 마리 오세안느 또한 다른 등대에 사는 아이란 걸 알게 된다. 이제껏 바다만이 자신의 친구라고 생각했던 쓸쓸한 조르디는 더이상 외롭지 않다. 비록 마리 오세안느에게서 답장을 받기 까진 긴 시간을 필요로 하긴 하지만 조르디가 던지는 많은 이야기에 화답하는 친구가 있으니 말이다.

이제 조르디는 자신이 살고 있는 등대를 벗어나 마리 오세안느에게 가고자 한다.
친구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이, 조르디로 하여금 좀 더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삶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도록 동기부여를 한 셈이다.


’내가 갈게요.’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요.’ 

찾아가면 반갑게 맞아 줄 친구가 있다는 것.........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나의 마음을 받아줄 친구가 있다는 것...........
소소한 것 같아 보이지만 어찌보면, <캐스트 어웨이>에서 배구공 ’윌리’와의 소통을 통해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주인공처럼, 우리들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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