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바이러스 동심원 10
이병승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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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시절 소풍을 가면~ 엄마가 새벽내 싸주신 김밥을 점심때가 되어 옹기종기 모여앉아 먹는 재미만큼이나 큰 재미를 안겨준건, 당연 보물찾기 놀이다. 선생님이 미리 숨겨 놓으신 종이쪽지를 찾는 일...... 어쩌면 그 종이쪽지 안에 적힌 선물보다도 바로 그렇게 찾는 행위 자체에 더 큰 매력을 느껴가며 좋아했지 싶은데, 이병승 시인은 '시인의 말'에 자신은 동시를 쓰면서 날마다 신나는 보물찾기를 한다고 표현해 놓았다.
그런데, 그 보물찾기를 잘하려면 동심이라는 렌즈로 만든 아주 특수한 안경을 써야한단다~^^
주변에 보여지는 사소한 것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동심을 통해 바라보며 매일매일 신나는 보물찾기를 하는 이병승 시인의 동시들은, 그래서 그런지~ 참 밝고 즐거워서 읽는내내 미소를 잔뜩 머금게 된다.

내 휴대폰 자판에 / 구멍이 났어요 / ㅋ와 ㅎ자리 // 얼마나 많이 / ㅋㅋ 킥킥 쿡쿡 캬캬 / ㅎㅎ 히히 하하 호호 / 했으면 // 문자만 한다고 / 아빠는 찡그린 얼굴이지만 / 난 날마다 웃는 아이예요 / 친구 많은 아이예요
. - 구멍(전문)
아이가 가지고 있는 휴대폰 자판에 구멍이 날 정도라면 부모들 대부분 찡그리며 문자만 한다고 야단칠수 밖에 없을텐데~ 동시 속 아이는 그런 아빠에게 '난 날마다 웃는 아이', '친구 많은 아이'라고 표현했으니~  찡그리다가도 미소 방긋 짓게 되지 않을까?

아침에 꼭 있다 // 침 흘린 자국 허연 아이 / 도깨비 뿔처럼 머리카락 삐죽삐죽 솟은 아이 / 왕방울 눈곱 단 아이 / 졸면서 비틀비틀 가는 아이 / 왕왕 서럽게 울면서 가는 아이 // 나? / 나는 또 신발주머니 놓고 왔다 / 헤헤.
- 등굣길(전문)
이 시 또한 참 밝고 귀여운 시다. 등굣길에 만나는 친구들 모습도 그렇고~ 자신은 또 신발주머니를 놓고 와서 집으로 되돌아가야 하지만 그래도 '헤헤' 웃는 아이 모습 속에서, 어떤 일에도 밝고 환한 마음 잃지 않는, 우리아이들의 순수함이 느껴진다.  

이 동시집에는 신나고 즐거운 동시들도 많지만, 마음을 어루만지고 따뜻한 위로를 주는 동시들도 실려 있는데.........
작년에 홍석구였는데 / 올해는 박석구가 됐다 / 성만 바뀌었을 뿐인데 / 키가 한 뼘은 더 커지고 / 말도 없어지고 / 어딘가 아파 보였다 / 등도 굽고 땅만 보고 다닌다 / 우리한테 석구는 / 그냥 석구일 뿐인데. - 석구(전문)
'우리한테 석구는 그냥 석구일뿐인데'라는 마지막 두 행이 가슴을 훑는 이 시는 그래서 참 따스해진다. 
이병승 시인의 동시들을 읽으며, 우리아이들도 시인처럼~ 생활 속에서 매일매일 신나는 보물찾기를 하고 그 보물들을 글로 표현 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동시 읽는 기쁨을 많이 느끼게 해주는 <초록 바이러스>는 동시와 함께 실린 삽화도 참 귀엽고 예뻐서~ 울아이가 더욱 좋아하는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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