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떠난 뒤에 우리문고 17
킴벌리 윌리스 홀트 지음, 임정은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엄마가 죽었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 그대로 숨을 거둔 것이다.
이 책의 첫장에 쓰여진 글이다. 엄마의 자살로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갑작스런 엄마의 빈자리로 인해 슬픔과 고통 속에 던져진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 날의 시작부터 아픔을 견뎌내고자 애쓰는 가족의 모습과 자신의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하며 남은 가족들의 희망을 이야기하기까지 큰 딸 이사벨의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을 일기처럼 쓰고 있는데, 자신의 마음의 상처보다 가족들의 아픔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사벨의 모습이 읽는내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침대에서 편히 잠을 자지 못하고 엄마가 마지막 숨을 거둔 바로 그 자리에 몸을 웅크린채로 이불도 없이 맨바닥에 자는 아빠에게 밤마다 이불을 덮어주거나, 친구와 어울려 놀지도 못하고 말수도 줄어들고 밤마다 자신의 방 벽에 칼로 무서운 말을 새기는 남동생 프랭크를 위해서 어떻게 해줘야 할지 알지 못해 그저 두려운 마음과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켜보며 가슴을 졸이는 이사벨은, 밤마다 악몽을 꾸고 이불에 오줌을 싸는 여동생 올리비아 때문에 마른자리 갈아주고 다시 잠재우느라 자신은 제대로 깊은 잠조차 자지 못한다.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는 엄마의 죽음이후로 시간이 지나 가족 모두 제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모두 너무도 큰 상처에 고통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가족을 바라보며 이사벨은 자신의 고통조차 깨닫지 못하는듯 느껴진다.
그러다 결국, 프랭크의 사고로 인해 가족들은 자신의 고통만큼이나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남은 가족들의 마음을 읽게되고, 서로 보듬어안으며 위로를 주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 중 가족들을 돌봐야한다는 의무와 책임감으로 더욱 큰 고통을 감내하던 이사벨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참말이지 눈물겹다.  
 
괌 소녀인 열세 살 이사벨의 시선으로 쓰여진 이 책은, 눈에 보여지는 괌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그들만의 생활상들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문화를 배울 수 있기도 하는데, 엄마의 죽음 이후에 보여지는 가족들의 생활과 자신의 모습을, 아픔이나 슬픔, 고통에 대한 절절한 표현없이 간결하게 담담히 그려내고 있음에도, 일기 형태의 그 글 밑바닥에 깔린 진한 슬픔이 느껴지면서 커다란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안아주며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가족~!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오늘의 할 일' 공책을 무심히 폈는데 거기에 아빠 글씨로 이런 말이 써 있었다.
'사랑한다.'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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