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단 하나의 시 - 지치고 힘든 당신에게
조서희 지음 / 아마존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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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는 것은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고,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입니다. / ‘프롤로그중에서

 

글을 쓰려고 앉아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시집 한 권이 머리맡에 있고 또 한 권의 시집은 화장대 위에 놓여 있다. 나는 시를 좋아한다. 시는 소설과는 다르게 죽 읽히기 어렵다. 제목을 읽고 한 번 읽은 후에 다시 한 번 읽게 된다. 어떤 시는 여러 번 읽기도 한다. 몇 편의 시를 계속해서 읽기도 하고 한두 편의 시를 읽고 시집을 덮을 때도 많다. 시는 호흡이 빠르지 않다. 행간도 살펴야 하고 시가 주는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머릿속에 그리거나 느끼다 보면 느릿할 수밖에 없다. 엮은이가 프롤로그에 쓴 글처럼 어떤 시는 나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래서 그 어떤 시가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시, 그 시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시집엔 우리 시와 외국 시가 같이 담겨 있다. 우리 시의 비중이 훨씬 많지만.

실린 시들 중 익숙한 시가 꽤 많았는데, 그중에서 잊힌 채 내 기억 속에서 사라져 있다가 이 시집을 통해 추억처럼 반짝 반갑게 다가온 시도 있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시와 윌리엄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이란 시가 그랬다. 이 두 시 모두 중학생 때 열렬하게 외웠던 시다. 나뿐만 아니라 당시 여학생들 사이에서 꽤 인기 많았던 시였다. 그러니 이 시를 읽으면서 학창시절이 같이 떠올랐을 밖에~. 이 두 편의 시는 예쁜 노트에 베껴 쓰기도 하고, 편지 보낼 때 내용 뒤편에 딸려 보낸 시이기도 하다. 물론 이 시 외에도 많은 시를 베껴 썼더랬다. 앞부분에 실린 유치환의 <행복>시도 그 중 하나다.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208행에 걸친 송시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엮은이의 글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시 전체를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이번에 읽게 된 <초원의 빛>은 여중생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감상으로 읽혔다. 여중생의 와 현재의 의 차이를 느끼게 해준 시라 하겠다.

 

이 시집을 통해 처음 접한 시 중에 이창훈의 <농업박물관 속 허수아비>가 있다. 박물관 속 허수아비를 보면서 어떻게 이런 시상을 끌어낼 수 있을까?

「…… 허공에 들린 발 / 바닥에 박힌 못은 / 녹슬어 가는 안간힘으로 / 땅에 뿌리박은지 오래/ 올 수도 갈 수도 없는 / 기다림은 얼마나 참혹한가 // 바람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 빈들의 적막은 그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 <농업박물관 속 허수아비> 중에서

이 시를 읽고는 농업박물관을 떠올려보았다. 5,6년 전쯤 가보았던 곳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서너 번 들렀던 곳인데 그 박물관에서 허수아비를 봤던 기억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이 시를 읽으면서 자꾸 허수아비가 어디쯤 있었을까 상상하게 된다는 거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 시는 2013년에 펴낸 이창훈 시집에 실린 시다. 지금 가보면 혹시 이창훈 시인이 봤던 그 허수아비가 아직도 있을까 궁금하다.

 

시인이란 건 그렇다. 이름 모를 풀잎에서 우주를 보고 스치는 바람에서 섭리를 보는 그리고 미처 보지 못했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물 뒤의 속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바로 시인이다. / 본문 97

시 한 편에 엮은이의 생각들이 촘촘하게 달려있는 이 시집은 어떤 면에서는 시의 해석을 돕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생각의 아웃라인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시인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이 글은 파블로 네루다의 <>에 엮은이가 적은 글이다. 공감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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