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간에 버스를 이용하는 일이 많다. 뚜벅이 생활이 좋아졌고 한가한 버스를 타게 되면

차창밖으로 여유롭게 지나가는 사람들과 풍경을 음미할수 있어서 잠시 복잡한 생각을

접고 느긋한 마음이 될수도 있으니 그 아니 좋지한가!

그러던 이주전부터 하얀 모금함을 들고 여학생인지 아가씨인지 모를 여자분 두명이 타더니

버스안에서 소개를 하고 모금을 부탁한다. 어눌한 발음덕에 알수 있는 말보다 알 수 없는

말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일본 유학생" 이란 말은 똑똑히 들을수 있었다.

사연인즉슨, 일본유학생인데 충북 어디엔가 있는 불우 이웃들을 위해 모금하고 있으니

성의껏 모금을 부탁한다는 말이었다. 그러고는 승객들 옆에서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서 있길래 커피 한잔 덜 마시자는 생각으로 지폐를 넣었다.

몇번씩이나 감사한다는 인사에 괜히 쑥쓰러워서 고생한다 그러고 어느 대학에서 유학하는가를

물었더니 "선문대" 라 그런다. 더운데 고생이 많다 그러니 활짝 웃으며 다시 인사를 한다.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요즘 세상에 그걸 진짜로 믿냐며 괜히 핀잔을 들었어도

내 기분은 좋기만 했다. 일본 학생들이 우리의 이웃을 위해서 모금한다는데...

허나, 다음날부터 난감한 일이 생겼다. 그 학생들은 그날 뿐만이 아니라 다음날도 다음날도

계속 같은 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모금을 하고 있는데 일행이

여럿이었다. 역시 내가 타고 있는 버스에도 다시 올랐는데 매번 모금함이 보일때마다

성의표시를 할 수도 없고 그야말로 당황스러웠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기사분이 그 학생들의

승차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나는 슬그머니 안도하는 기분까지 들었으니

괜히 내 자신이 얼마 안되는 모금액에 야박하게 군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지금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 후로도 이주일간이나 그 학생들의 모습을 볼수 있었는데

아마도 기사분들의 승차거부를 생각하면 모금한 기간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괜한 생각이겠지만 친구가 의심한대로 정말 순수한 모금이었을까 하는 못된

생각도 들지만 굳이 변명하자면 세상이 그리 순수한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기에...

그 학생들이 여러번 내 앞에 모금함을 내밀었어도 그때마다 모금함에 성의표시를 했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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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14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격이 나빠서 그런지...나이가 들어서는 그 모금액들이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 돈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어디로 모금을 하는지 그리고 잘 전달되는지에 대해서 확실하지 않으면 기부'대행'을 하지 않고 있어요. ^^;

칼리 2008-07-22 01:19   좋아요 0 | URL
Dante님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다니 왠지 안심이 되는 듯한 느낌이예요.
하지만 정직한 모금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쥬베이 2008-07-14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많은 생각을 하게하네요.
제가 고등학교때, 지하철에서 돈을 구걸하던 할머니가 돈다발을 몰래 세고 있는걸 봤어요
그때의 충격이란...
저 대학생들, 순수한 모금이었길 바랍니다. 하지만, 자꾸 의심이 드네요
아무튼, 칼리님 순수하세요^^

칼리 2008-07-22 01:21   좋아요 0 | URL
아! 충격이 제눈에도 아른거리네요. 근데 위의 모금 말고도 이상하게 요즘 길거리에서조차 모금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수 있어요. 점점 살기가 힘들어져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